[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36] Video & Media 展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36] Video & Media 展
  • 이은주 갤러리정미소 큐레이터
  • 승인 2014.03.03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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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된 추억의 전시

1980-90년대는 비디오라는 장르가 현재 다양하고 복잡하게 읽히는 미디어아트의 전부였을 수 있다. 따라서 2000년 중반에 흔히 미디어아트를 칭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출발을 비디오 혹은 영상작업을 분류할 때 사용하였다.

하지만 비디오와 미디어의 발전, 확장 진화의 출발을 같은 선상에 두더라도 이젠 비디오아트와 미디어아트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본 전시는 현재 영상작업의 위치를 다시금 재조명하고 본 장르의 원활한 창작활동을 도우며 비디오와 미디어아트의 현격한 변화를 마주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담론을 제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video&Media 전

비디오아트가 분명 특정시기에 동영상작업으로 한정되었다면 최근 미디어아트는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빛 연출, 조명, 영화, 디자인 등과 통합되고 있으며, 따라서 그 테두리 안에서 비디오와 미디어의 구분이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행위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미디어아트의 경계가 점차적으로 모호해 지고 있는 오늘날, 비디오&미디어아트의 경계에 대한 고민하는 순간은 분명 순수예술 영역에서 미디어아트의 담론화 될 수 있는 상황들을 제기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혼돈된 상황에서의 또 다른 질서와 규칙을 생산해 내기 위한 반성적 기록차원의 움직임이 되었다.

또한 비디오와 미디어에 대한 경계와 차이는 이 전시를 치루고 3년, 5년, 10년 뒤에 또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현재 2013년의 우리의 현재의 모습을 기록해 내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비디오와 미디어의 차이와 <비디오아트가 되기 위한 조건>과 <미디어아트가 되기 위한 조건>을 다시 의미해 볼 수 있었다.

전시는 육근병, 김희선, 전가영, 전소정, 염지혜 등 5명의 작가로 진행되며, 1980~200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비디오, 미디어작가들의 작업으로 꾸려지는데,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비디오와 미디어의 특성이전에 현재 미디어아트에서 진단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필두로 전시소개를 진행하였다. 비디오와 미디어에 대한 차이 혹은 경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방식’,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편집방식으로서의 미디어아트(영상을 비롯한 3D프로그램 등)’, 모니터의 프레임 안에서의 공간감과 지각방식’, ‘컴퓨터 내재된 장치를 통한 인스톨레이션의 확장’ 이라는 4가지 섹션을 통해 드러냈다.

이러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참여작가 5명의 작업을 마주해 보자. 1960년대 군사적 전유물로 개발된 컴퓨터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 PC화되기 훨씬 이전, 아날로그 매체로 작업을 시작했던 육근병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기로 작업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매체의 변이현상에 주목한다.

스크린기반의 온몸지각방식에 관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온 김희선의 작업으로는 관객이 이미지 안에 들어가게 되는 지각 체험을 드러내었다. 뉴미디어아트의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LED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전가영의 작업을 통해서는 미디어의 새로운 소재사용 지점을 목격하게 되며, 전소정의 작업으로는 디지털 편집기를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상황 및 현상을 점검하는 계기였다. 또한 염지혜의 작업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내재된 장치의 확장으로 파생되는 미디어아트 설치 현황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비디오아트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묻고, 공론화시키고자 하는 본 전시에서는 각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매체의 매개적 상황을 상상하고, 각각의 시대를 다르게 두고 생산된 작업들의 순차적 시간의 연결고리를 의미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비디오&미디어에 대한 경계에 대한 논의는 전시뿐 아니라 세미나를 통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모을 것이며, 이를 통해 오늘날 구축되고 있는 미디어아트 분야에 생산적인 전시담론의 장이 형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