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의식 있는 예술이 역사를 만든다!
[전시리뷰]의식 있는 예술이 역사를 만든다!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4.03.13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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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세의 ‘오리발니뽄도’
2월14일, 무슨 날 인줄 아십니까? 2월14일은 연인들의 축제 ‘밸런타인데이’로 세계 각 국마다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의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이 오가는 모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풍습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물든 이 풍습이 동양으로 넘어와 중국에서는 정인일(情人)이라고 하여서 남자가 여자에게 장미꽃을 주는 연인의 날로 축제 분위기를 내고 있고, 한국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고백하는 날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요란스레 밸런타인데이가 찾아왔다. 상점마다 대목 아닌 대목 준비에 한창이었고 거리는 축제분위기였으나 정작 젊은 남녀들의 사랑 찾기는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냈다.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이 날’을 다시 기억케 하는 바른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월14일 우리에겐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대한독립 만세’를 불러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 의사가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던 날이 바로 이날이다. 이 날을 잊지 않은 우리 젊은이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잊지 않겠습니다. 2월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언도일”라며 외쳤다. 서울 홍익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도 ‘안중근 의사 서거 104주기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 날 젊은이들의 외침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그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안중근 손도장 그림(2009년 서경덕 교수의 프로젝트 제작물)’의 파워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소리 높여 ‘공감’을 외친 젊은이들은 이들에게 ‘안중근 손도장 그림’ 스티커를 한 명 한 명 어깨와 등에 붙여주며 그 뜻을 함께하기 권했다. 그림은 안중근 의사의 네 번째 손가락이 절단된 손바닥의 이미지로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서경덕 교수가 제작한 안중근 손도장 걸개그림(포스터)이다.

이 그림은 100주년 기념 세계 순회 전시를 진행한 바 있고, 104주년을 맞이해 올해부터 중국 하얼빈과 미국 뉴욕 등에서 또다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서경덕 교수의 효과, 젊은이들의 작은 움직임! 필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우리들의 작가는 어떤 노력을 하는 가 궁금해졌다.

지난 1월 30일 3일간 프랑스 알굴렘에서 아주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국제만화페스티벌로 전쟁과 폭력에 대한 고발과 증언을 드러내는 만화 전시였다. 축제에서 우리나라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화열전을 벌였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유럽과 중국 등에서 전시요청이 이어졌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지지 않는 꽃’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국내 만화가 19명(이현세, 김광성, 박재동, 조관제, 김금숙, 신지수 등)이 참여하여 만화작품 20편과 동영상 4개가 소개되었다. 비록 짧은 기간의 전시여서 아쉬움이 남지만 오는 18일부터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내 전시를 계획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필자는 일본의 거꾸로 가는 역사를 알리는 데에 작지만 큰 파장을 일으키는 예술운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예술운동은 우리들의 관심과 참여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은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큼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과거를 돌아볼 줄 모르는 일본의 역사왜곡 앞에 우리가 바로 잡아가는 계기는 이러한 작은 움직임, 한국인 내면을 울리는 작은 파장의 시작인 예술운동이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것이 작지만 강한나라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필자는 2014년 2월 14일을 한국의 ‘역사세우기 예술운동의 시작일’이라 기록하고 싶다. 상속에 변질된 ‘밸런타인데이’를 계기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의식 있는 생각을 모으고,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