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의 음악칼럼]대조의 법칙 -대조에 대하여
[정현구의 음악칼럼]대조의 법칙 -대조에 대하여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
  • 승인 2014.03.1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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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대조란 가치나 상태, 또는 성질 등의 서로 다른 것이 상대 관계를 가지고 나열되며, 그 서로 반대되는 특성은 서로를 강조하여 쌍방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다.

대조의 법칙은 반복의 법칙과 더불어 모든 예술에 있어서의 구성요소로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특히 시간 위에 창조되는 시(詩)나 음악 등의 예술에서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법칙에 의해서 상대적인 두 가지 요소는 농담(濃淡)으로서 작용하며, 그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음악에서의 대조의 효과와 작용은 건축이나 회화처럼 공간에 조형되는 공간적 의의인 도안적 개념을 빌려 표현할 수 있다. 즉, 시메트리나 대칭, 장조와 단조, 딸림조와 버금딸림조의 으뜸조에 대한 관계, 조직적인 주화음과 딸림화음의 연속 선율 등에 의해 구조적 도안을 통해 대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후고 리만은 그의 화성법에서 장조와 단조의 대조 이론을 독자적인 대조 법칙에 기초한 방법으로 설명했으며, 쿠르트(Kurth) 같은 이론가는 장조와 단조 사이에는 반대방향으로 시메트리칼하게 작용하는 에너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장조와 단조의 상대성은 실제 음악에서도 그 효과는 분명히 대립하는 것으로, 특히 고전파와 낭만파 작곡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원리를 살렸다. 그 예로 소나타 형식에서 제1주제가 단조로 시작할 때 제2주제는 관계 장조로 나타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제21주제가 장조일 때, 장조의 밝은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우선 그 조의 같은으뜸조인 단조로 진행하고 그 다음에 원하는 장조로 주제를 구성하는 것은 계획적으로 그 반동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베토벤의 수많은 소나타들이 이 기법으로 작곡되어 있다.

고전형식에서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의 기능에 관한 대조의 효과를 생각해 보면, 으뜸화음의 화성적 성격이 정적인데 반해서 딸림화음의 성격은 보다 동적이고 고조를 가져오는 것으로 전진 또는 발전을 뜻한다. 그 때문에 고전형식에서는 푸가든 소나타든 악곡의 발전과 함께 딸림화음으로 화성이 바뀌고 그로인해서 음악은 고조된다. 그리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서 흥분을 더해준다. 이런 이유로 형식을 가지지 않는 성악곡의 경우도 딸림화성으로 바뀜으로서 사건의 발전이나 중대성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불협화음은 자극이 있는 울림이고 협화음은 자극이 없는 울림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절대 음악에서는 이 두 가지의 상대성은 순간적으로 대조된다. 즉 불쾌한 느낌을 주었던 불협화음은 반드시 그 다음 순간에 해결되어 자극을 제거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낭만파의 극음악이나 가사를 주로 하는 성악에서는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과 목적에 따라서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대조시킨다. 잘 협화되는 장3화음은 고전파 이전의 옛날부터 만족한 종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화음이다. 이 화성에 의해서 행복과 희망, 의지와 용기를 상징하고, 감7화음과 같은 불협화음에 의해 고뇌, 비애, 실의의 감정을 나타내는 시법은 꽤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진 대조의 방법이었다.

작곡의 과정에서 곡이 그 아름다움을 이루기 위해서 쓰이는 기법 중에 ‘대조’의 방법이 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기술해 보았다. 음악이 보다 느낌이 있고 감정을 전하고 그로인해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적이고 반대적인 성격의 요소들을 구조적으로 잘 배열하여야 한다. 이런 기법적 처리가 없다면 음악은 아무런 감동도 우리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울림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대적 개념, 그것이 정치적 영역이던 경제적 영역에서이던 그리고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필수불가결의 것이라면 그것을 조화롭게 쓸 수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부단히 조정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엇을 느끼는가? 예술 안에는 반드시 삶의 철학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창조와 융합을 부르짖기만 한다고 그것이 실현되는가? 예술에서 배우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