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무용공연 요소별 10점평가시스템 3
[이근수의 무용평론]‘무용공연 요소별 10점평가시스템 3
  • 이근수(무용평론가)
  • 승인 2014.03.1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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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 명예교수
10점평가시스템에 사용할 10개 요소에 대해서는 앞에서 정리해보았다. 요소별점수를 합산하여 산출된 5점~10점에 다음과 같은 용어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10점: exquisite, perfect, 최고, 완벽
9점: excellent, outstanding, terrific, 탁월
8점: extraordinary, special, 특별, 비범
7점: very good, impressive, 우수
6점: good, nice, 우량
5점: above average, 보통이상

평가대상은 소극장이상의 무대에서 2회 이상 공연된 30분 이상 작품이고 평가자가 직접 본 것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체 무용공연 중에서 9~10점은 5% 이내, 8점 이상은 10% 이내, 7점 이상 20% 이내로 상대평가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2013년에 공연한 몇 작품을 대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테스트해보기로 하자. 국립무용단 작품 중에서 나는 ‘단’(壇, 4.10, 해오름극장), ‘신들의 만찬’(9.8, 하늘극장), ‘묵향’(12.6, 해오름극장) 세 작품을 모두 보았다. 앞 두 작품에 대해서는 리뷰를 썼다.

‘단’은 국립무용단이 현대무용가 안성수를 초청하여 안무하게 한 작품으로 안성수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에게 무대미술을 맡기고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을 반나로 출연시켜 화제를 모았었다. 국립무용단원들이 총동원되어 무용수의 몸과 춤을 뽐내었고 의상과 무대미술, 조명의 화려함, 국악과 양악을 적절히 조화시킨 안성수의 음악성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감점요소를 꼽는다면 우선 인간의 내면과 외면과의 대립을 중립적인 심리의 존재로서 조화시킬 수 있다는 주제를 담은 텍스트가 지극히 관념적이고 난해하였다는 점(-1)을 들 수 있다. 텍스트의 난해성이 춤을 통한 메시지전달력을 약화시켜 관객들의 호응도가 없었다는 점(-1)은 두 번째 감점요소이다. 결과적으로 춤(+3)과 무대(+3), 홍보 등 경영적 요소(+1)가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와 관객감동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이유(-1)로 총점 7점에 만족해야했던 공연이었다.

‘단’에서 지적된 이러한 세 가지 약점은 ‘묵향’에서도 반복되었다. 이 외에도 무대미술에 방점을 두다보니 화려한 의상이 지나치게 거추장스러워 무용수들의 춤이 부자연스러웠다는 점(-1)과 묵향을 풍기는 선비의 삶을 매란국죽(梅蘭菊竹) 4군자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안무의도가 살아나지 못한 점(-1)도 지적할 수 있다.

각 장의 구성이 차별화되지 않고 단순하여 긴장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요소별 합산으로 총점 5점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두 작품에 비해 ‘신들의 만찬’은 국립무용단이 관객들에게 선사한 2013년 최고의 작품이었다. 텍스트만으로 볼 때는 전통적인 진오귀굿을 공연무대로 불러낸 것으로 창의성은 떨어졌다. (-1). 그러나 무대의 세가지 요소, 무용가의 세가지 요소가 모두 좋았고 홍보적 효과와 관객과의 교감에 성공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3)으로 9점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반기에 공연된 또 다른 9점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이 2009년 이후 처음 무대에 올린 보리스 에이프만 원작의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6.28~30, 오페라극장), 대전시립무용단(정은혜)의 ‘계룡이 날아오르샤’(11.15~16,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개인무용단 작품으로 최경실의 ‘Dancing With Karma'(10.19~20, 서강대 메리홀) 등을 꼽고 싶다.

시스템평가라 하더라도 최종적인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평가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누가 평가자가 되던 중요한 것은 서두에 언급한대로 요소별로 개별적 평가가 먼저 이루어진 후 합산되는 체계가 세워져야 하고 평가기준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무용가들의 꿈과 땀이 배어 있기에 소중한 예술품들에 평가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작품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야말로 평론의 원초적 기능이며 정직한 평론가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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