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혜의 70년 춤 이야기 <춤, 70Years 배정혜>
배정혜의 70년 춤 이야기 <춤, 70Years 배정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3.13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29일, 3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

 오는 29일, 3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M 시어터에서 배정혜 안무가의 70년을 헌정하는 <춤, 70Years 배정혜>가 열린다.

▲ 오는 29, 30일 춤인생 70주년 공연을 갖는 배정혜의 '내일을여는춤.개막' 공연 모습

 배정혜는 1986년 국립국악원부터 2011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까지 총 25년간 국공립 무용단체를 이끌어왔다. 한국무용계에서 그녀처럼 국립국악원, 서울시무용단, 국립무용단의 3개 단체 수장을 맡았던 적은 전무하다.
 이번 공연은 2014년 3월, 무용인생 70주년을 맞이하는 배정혜(1944년생)의 춤 인생과 철학을 담은 총 22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배정혜는 11살에 시공관(市公館)에서 첫 개인발표회를 하며 천재소녀로 불렸는데, 원주에서 태어난 그녀에게 첫 무대를 만들어 준 사람이 그녀의 삼촌이다. 배정혜의 삼촌은 최승희의 제자 중 한 명인 서울의 장추화 선생에게 그녀를 데려갔고, 이후 모든 생업을 접고 그녀의 매니저로 나서면서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배정혜는 직업무용가로서 전국을 돌며 춤을 추기 시작하게 된다.
 장추화는 “저 아인 무슨 물건이 될 것 같아”라며 무용동작을 다른 아이보다 빨리 익히고 표현하는 배정혜에 늘 관심을 보였다.

▲ 어린 시절 배정혜가 가졌던 발표회 전단 모습

 첫 개인발표회 당시 한국 대표언론사가 모두 후원으로 나섰을 정도로 그녀의 발표회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발표회에서 전통무를 비롯해 발레, 남방무까지 선보이며 어린나이임에도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했다. 그 후 초등학교 6학년 때 2년간의 순회공연을 했을 정도로 국내뿐 만 아니라 해외 무대 경험까지 갖춘 기대주였다.

 그런 그녀가 돌연 숙명여대 국문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은 당시로서는 아이러니한 사건이었지만, 이후 국문학 전공자로서 많은 무용대본을 직접 쓰며 ‘가장 문학적인 무용가’라는 호칭을 받기도 한다.

 30대 중반, 그녀는 바기본이란 특이한 훈련법을 만든다. 스스로 한국무용뿐 만 아니라 현대무용, 발레, 스페인춤, 남방무까지 배웠던 한편, 춤의 기량과 표현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신체훈련법을 연구한다. ‘바기본’은 그 후 1984년 안무가와 무용수의 전문적인 역할 분담을 강조하며 리을무용단 창단에 산파 역할을 한다. 특히 이는 국립무용단 단원들과 서울시무용단, 리을무용단의 솔리스트를 통해 춤의 기량과 표현력 향상에 큰 효과를 냈다.

 배정혜는 국립국악원, 서울시무용단, 국립무용단을 이끌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는 <타고 남은 재>(1977), <불의 여행>(1990), <떠도는 혼>(1991) 등과 국립무용단에서 국가브랜드 공연 <춤. 춘향>, <코리아 환타지>, <Soul, 해바라기> 등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Soul,해바리기>는 독일 루드빅스부르크 슐로스파크 포럼 극장에서 총 8회 전석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고, <춤.춘향>은 국립무용단 최초로 뉴욕의 링컨센터 공연을 올리는 큰 성과가 있었다. 그 외에도 그녀의 작품들은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남미에 이르기까지 한국무용의 우수성을 세계인에게 알렸다.
 
 배정혜 춤 70년 공연은 이번 공연은 주로 민요류, 산조류, 의식류, 타악류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연화경 독경에 인간의 고뇌를 승화시키는 과정을 담아 낸 태혜신이 추는 1막 ‘蓮 연화경승무’을 시작으로, 한 여인이 낙엽 깔린 숲에서 여인의 수줍음을 노래하는 정지현의 ‘女여인산조’, 물 흐르듯이 흐르는 인생을 노래한 전유오의 ‘汩 가곡무’ 등 총 22개의 다채로운 작품이 이어진다.
 
 이번 공연은 현시대 전통의 본질적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이자 배정혜의 전통춤에 대한 해석을 통해 우리 춤 정서를 통한 흥과 멋, 한의 춤사위에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