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무엇이 문제인가' 시행 첫해, 그 이후는.
창작산실 '무엇이 문제인가' 시행 첫해, 그 이후는.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3.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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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창작에의 집중과 관객과의 소통이란 두 가지 과제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지난 2월 6일, 예술가의 집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올해 시행 3년째를 맞은 창작산실 지원 사업의 춤(발레/현대무용) 분야와 관련해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실무진, 선정 아티스트, 심사위원, 평가위원을 역임했던 전문가와 춤 평론가, 예술가, 기획자, 그 외에 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작산실 지원 사업(이하 창작산실)의 운영현황, 성과, 문제점에 관한 발제자의 발표 이후에 패널들의 질의와 청중의 의견 수렴으로 이어졌다.

▲창작산실 국고지원 이대로 좋은가? 포럼 참가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우선, 한국춤비평가협회 이순열 대표는 물질과 정신이 합쳐져야 창작이 생겨날 수 있다는 연금술의 비유를 들어, 단지 물질(자본)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대신, 예술(정신)을 중심에 두는 ‘철학이 있는 지원’이 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포럼의 시작을 열었다.

창작산실 춤계 첫 시행, 우여곡절

▲춤평론가 이지현씨

창작산실 심사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이지현 춤평론가는 첫 번째 발제에서, 창작산실이 발레에서는 2008년 제도가 시행된 첫 해 시작됐지만,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에서는 작년 처음으로 시행돼, 춤이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뒤늦게 시작돼, 지난 한 해 우여곡절이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밝혔다.

이어, 집행 자문 기구가 잘 갖춰 있지 않아서, 각 운영주체에게 부담이 전가됐던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일반관객 역시 피드백을 할 수 있었던 시연회를 지난 해 가장 잘된 부분으로 꼽았다.

 한편, ‘유통’에 있어서는 창작산실이 관객과의 소통과 교류의 측면에 있어 어떤 목적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여타 다른 지원사업과는 다른 어떤 창작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차원의 본질적인 고민이 중요할 것임을 전했다. 또한 이후 장르 간의 협업을 지원해서 춤계를 자극시키는 것을 진작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창작산실을 맡아 진행했던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기획 강선옥 팀장은 두 차례의 우수공연 시범공연은, 일차로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제작 관련 아이디어 자문을 구하고, 이차로 유통을 목적으로 공연/축제 담당자를 초청해 진행하며 일반 관객에게서도 SNS로 지원 신청을 받았고, 피드백도 활발하게 이뤄져 시범공연의 긍정적 효과를 전했다.

또한 무대나 조명 관련해서 많은 예산이 소요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하게 지원된 안무비와 연습비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책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는 한편, 지난해에는 안무가와 무용수들에게 예산 5%를 문화활동비 등의 지원을 통해 창작 관련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강선옥 팀장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창작지원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창작산실, 무엇이 문제인가

 창작산실 심사를 맡았던 장광열 춤비평가는 주요 무용수가 네 개 단체에 중복되는가 하면, 준비가 전혀 안 된 대본이나 안무가 자신만의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로 서류를 내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국립현대무용단은 ‘국공립단체로서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자체 공연에 집중해야 하는 단체’로, 지원 사업까지 함으로써 인력이 낭비되므로, 향후에는 운영 주체를 문화예술위원회 안에 추진단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창작산실에 해당하는 작품은 ‘20명 이상, 자체 극장, 운영 스태프’가 확보된 단체여야 가능하다며 ‘60분 규정’은 잘못된 것이라 전했다. 또한 의무적으로 쿼터 제도에 무용을 포함시키며,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팜스(PAMS) 쇼케이스 및 서울 댄스플랫폼 쇼케이스와의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육완순 안무가는 현대무용 45단체, 발레 12단체가 창작산실에 지원한 반면, 발레는 지원금이 크고 다른 장르는 상대적으로 작은 것을 지적했다. 황미숙 안무가는 현대무용의 경우, 중견도 참여했지만 30대만 뽑혔음을 지적하며, 이후 창작산실의 방향이 ‘신진안무가의 인큐베이팅’ 기능에만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장승헌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는 발레의 경우 1억 2~3천이 제작 단가인데, 민간단체는 지원 받지 못한 점에 관해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또한 발레는 무용수가 겹치기 출연을 해야 하는 등 무용수 수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며, 시연회는 무용수에게는 한 번 더 공연하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전했다.

비효율적 구조 개선의 차원 및 유통의 문제

 박호빈 안무가는 창작의 주체는 민간임을 강조하며, 국공립단체가 운영주체가 된 것을 지적했다. 또한 지원은 문화예술위원회가, 기획/관리는 극장이 하지만, 운영기관이 없기 때문에 공동의 운영조직위원회를 선정해서 인큐베이팅에서 네트워킹까지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민간단체에서 제작된 작품을 국공립단체의 레퍼토리로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장승헌 상임이사 역시 공동주최 조직위에서 컨설팅, 멘토링 및 공고와 리허설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장광열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유통의 문제에 있어, 박희태 우석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창작산실이 지방을 아우를 수 있고, 아이들 단체 관람을 통해 교육의 역할 역시 제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원국 안무가는 창작산실을 통한 공연이 ‘재공연’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제작과 심사과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져,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면, 좋은 작품이 많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매자 안무가는 해외로는 많이 진출하지만 오히려 지역으로는 갈 수 없다고 지적했고, 장유경 교수는 이에 관해 무용 공연은 1~2주 전에 비로소 극장에 들어가게 된다며, 홍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따라서 관객도 없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전홍기 공연기획 MCT 대표는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는 생각에 창작 단체에서 공연을 너무 거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이 중에서 조명, 세트비 등이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지방 회관에서는 부담이 돼 결과적으로 공연이 잘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대무용의 경우, 대관, 스태프, 홍보 마케팅, 정산까지 정부에서 책임져 줘서, 선정 단체로서는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부의 송미선은 발레 축제와 연계해서 창작산실 작품 재공연을 추진 중에 있고, 전년도 창작산실에서 발레는 10억, 현대무용/한국무용은 각각 3억씩 지원했었는데, 올해는 새로 음악이 신설돼 무용은 1억 줄어 15억 정도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지현 춤비평가는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관이 가지고 있지 않은 민간의 ‘전문성’과 ‘밀착성’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자리를 맺었다.

 이날 포럼은 크게 창작산실의 분산된 제도 시스템의 개선 방향과 함께 유통의 문제가 논의됐는데, 창작과 유통의 몫을 효율적으로 나누는 한편, 유통의 문제를 정부에서 맡아 더 많은 관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고, 민간의 창작 영역을 존중하고 창작의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유통의 문제에서는 이후 창작산실이 지방 공연 및 재공연의 기회를 갖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이야기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경험을 면밀히 검토해 조금 더 나은 제도 개선 및 창작산실만의 긍정적인 측면을 제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선옥 국립현대무용단 공연기획 팀장
권호웅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팀장
박희태 우석대학교 무용과 교수. 발레
이원국 안무가. 이원국발레단 예술감독
조미송 한국발레협회 이사
장광열 춤비평가. 한국춤정책연구소장
장유경 계명대학교 교수
장승헌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상임이사(공연기획자 입장으로 참석)
전홍기 공연기획 MCT 대표
김예림 춤비평가
황미숙 안무가. 파사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박호빈 안무가. 댄스시어터 까두 대표
강일중 프리랜서 공연 전문기자. 전 연합뉴스 기자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참석자(자유 발언)
육완순,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부 송미선 등 여러 무용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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