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뮤지엄칼럼]박물관에도 ‘문화가 있는 날’
[윤태석의 뮤지엄칼럼]박물관에도 ‘문화가 있는 날’
  • 윤 태 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문화학 박사
  • 승인 2014.03.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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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태 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문화학 박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박물관ㆍ미술관 학예사 제도개선 토론회가 지난 2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다. 눈까지 내린 찬 날씨에도 예상외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 놀라웠다. 사람들이 많다보면 이런 저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날도 본질에서 빗나간 말들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말이 많다는 것은 이보다 더 시급한 쟁점이 있다는 것일 수 있으며, 토론회의 쟁점이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음을 추론하게도 한다.

뿐 만 아니라 모처럼 의견수렴의 장이니 민원성 발언을 맘 놓고 하고자하는 욕구도 있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제도나 정부정책에 민감해 토론회를 주도하는 박물관은 단연 사립이다. 국공립이나 대학에 비해 운영과 경영의 책임이 보다 직접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토론회의 결말은 주로 예산지원을 확대해 달라와 같은 형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번에도 여지없이 이런 발언이 섞여있었다. 이를 듣고 누구보다도 박물관을 이해하고 박물관의 편에서 지원과 정책을 펴야하는 행사 주관 처 관계자는 답답했을 것이다. 예산, 특히 국고라는 것이 명분과 방향에 맞아야하며, 요구의 시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론회가 있었던 다음날 문체부는 ‘문화가 있는 날’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생활 속 문화 확산을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지정해 국민개인이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는 취지에 있다.

따라서 1월부터 고궁, 박물관, 미술관 등 무료 관람, 야간개장 및 문화프로그램 확대 운영, 공연 및 영화 특별 할인 등을 실시하며 국?공립 시설은 1월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일부 시설의 경우 조례를 개정하여 차츰 확대해 가겠다는 방침도 정한 모양이다.

먼저, 국립박물관ㆍ미술관은 문체부 뿐 아니라 각 부처 소관 박물관 24개 시설이 참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문체부 10개 관, 미래창조과학부의 국립과천과학관 등 4개 과학관, 국방부의 전쟁기념관 포함 3개관, 환경부 인천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 해양수산부 국립해양박물관, 여성가족부 국립여성사전시관, 보훈처 독립기념관, 국세청 조세박물관, 산림청 국립수목원 등이 참여한다. 그야말로 범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이 보기 좋다.

이를 보면서 박물관발전의 정책도 범부처적으로 협력이 잘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문체부 소속 박물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박물관 정책과 그것만을 박물관으로 보는 시각은 이번처럼 범부처적 협력체계가 갖춰져 있지 못함에서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독자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에 편입해 박물관도서관위원회로라도 개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공립역시 전국 광역 및 기초 지자단체별로 133개 박물관 시설이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 한다. 아직 조례가 개정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한 관은 2월에서야 대폭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과 대전은 자체 할인 및 패밀리데이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문화가 있는 날과 부분적으로 중복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립은 자율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최대한 참여를 유도하여 시행 가능한 분야부터 다양한 문화시설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방향이다. 먼저 사립미술관은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소속 미술관 98개관 중 95개관이 관람료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해 97%라는 엄청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공립보다 높은 수치다. 사립박물관은 조사대상 180개 관중 70개관이 관람료를 무료 또는 할인해주기로 했다.

사립을 대상으로 한 금년도 국고 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립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에 놓여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국립박물관 관람료 무료화가 단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또 무료화라니, 국고 조금 지원해주고 정부 정책에 협조하라니’ 등 거부감을 나타내는 관계자도 있다는 전언이나 국고를 지원받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반감을 대놓고 표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사립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국립박물관과 서울, 울산시 등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의 공립까지도 관람료를 무료화해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어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이번 문화가 있는 날은 그날 하루 관람료를 더 받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어 현실에서 경제적 논리로 풀 문제는 아니다는 생각이다.

이번 기회에 사립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이 공익적이라는 사실을 대외로 인식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문화가 있는 날에 문호를 과감히 개방하여 홍보매체와 힘에 자연스럽게 편승해 부가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립의 공공적 기능에 해당하는 지원을 얻어내야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우선, 수장고 시설과 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들 수 있으며, 박물관 전체에 대한 화재 및 도난 방지시설 구축(보완) 및 운영비도 이에 해당한다.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에디슨사이언스박물관, 온양민속박물관, 미리벌민속박물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립마저도 소장품에 대한 화재보험은 물론 관람객에 대한 상해보험마저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장품과 이를 관리하는 수장고는 말이 필요 없는 공공의 영역이다. 문화가 있는 날 찾아오는 관람객은 상해의 잠재적 당사자이다.

따라서 이 역시 공공의 범위이다. 이를 보완하고 다져놓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가 있는 날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주어야 한다. 사립도 토론회에서 보여준 설득력 없는 지원요청은 자제해야함이 옳다. ‘문화가 있는 날’ 사립에도 문화의 볕을 쬐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