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국보 번호제도는 친일잔재이며 불법
[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국보 번호제도는 친일잔재이며 불법
  •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3.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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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사적분과]/육의전박물관 관장/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 위원장
사람과 사물에 관리를 위해 번호를 부여한다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이고 반문화적이다.

학교에서 학생들 관리를 위해 번호를 부른다거나, 동 지명 중 무려 1~10동을 두는 것도 반문화적이라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친일 잔재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같이 번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 역사적 배경이 사뭇 치욕적이다.

제2대 조선총독으로 강압통치를 시행한 것으로 악명 높은 「하세가와 요시미치」는 1904년 9월부터 1908년 11월까지 조선군사령관으로 있으면서 숭례문파괴를 시도했으나,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두 선봉장인 가토 기요마사(1562-1611)와 고니시 유키나가(?-1600)가 각기 이들 문을 통해 도성에 입성해 서울을 함락시킨 자랑스러운 전승기념물 이라 해서 보존된 것인 반면, 서대문(돈의문) 등 다른 성곽은 일본왜구의 승리기록을 갖추지 못해 완전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 일제에 의해 숭례문은 '조선고적1호'로 지정되었고, 해방 후 아무런 역사적 사실이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조사나 연구 없이 일제잔재를 그대로 계승하여 숭례문을 국보 1호, 흥인지문을 보물 1호로 지정하게 되었다. 평양의 경우 평양성의 현무문과 칠성문, 보통문, 모란대, 을밀대, 만수대 등은 모두 청일전쟁 때 일본군의 승리와 연관되는 전승기념물이라 해서 고적으로 지정돼 보호받았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내 학자에 의해서 밝혀진 것이 아니고 오히려 일본 도호쿠대학의 연구원인 오카 히데루가 2003년 “한국사론”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일부에서 1962년 우리나라도 문화재보호법을 두면서 국보, 보물제도를 도입해서 일제 잔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바탕으로 했고, 일제가 정한 국보, 보물 순을 그대로 존치시켰기 때문에 일제잔재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국보 1호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으로 알려진 교토 광륭사의 반가사유상이란 것에 자존심을 상했는지, 아니면 모든 국보는 다 소중하다며 번호 제도를 폐지했다.

법률적 문제를 살펴보면, 문화재 지정은 법령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문화재보호법 그 어디에도 문화재를 지정하며 번호를 부여하라는 법조항은 없다. 즉 문화재를 지정하며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법적근거가 없어 자칫 국가가 불법을 양산한 꼴이 되고 말았다.

또 번호는 관리번호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문화재보호법에 관리번호라는 규정도 없다. 단순 관리번호라고 변명을 하는 것도 지나치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보 숭례문, 국보 석굴암, 국보 불국사라고 하면 관리가 안 된다는 무슨 근거라고 있다는 것인가? 지금처럼 문화재에 관리번호를 두고 있어도 제대로 관리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화적 가치로 봐도 숭례문이 국보 1호가 되어야 할 가치와 동기부여가 미약하다. 냉정하게 봐서, 숭례문은 봉정사 극락전처럼 가장 오래된 건축물도 아니다. 한국 건축사에 있어서 부석사 무량수전 이나 수덕사 대웅전, 화엄사 각황전에 견줄만한 건축 양식적 가치면 에서도 제 1호 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건축의 규모면에서 경복궁의 근정전이나 경회루처럼 웅대한 것도 아니다.

정서적으로 본다면 무엇보다 화재로 2층 문루가 70% 이상 소실된 것과, 해외 토픽 감의 부실복원으로 인해 온 국민에게 치욕과 상처를 준 면에서 본다면 반드시 우리나라 국보 번호부여 제도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50년 이상 번호를 부여했기 때문에 존치해야 한다는 명분은 냉정하지 못한 지나친 감성에 불과하다고 본다.

숭례문이 불탄 후 분출된 일부 사람들의 지나치고 냉정하지 못한 감정들이 50일, 100일, 1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본 필자로서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면서 단순집단화 되어 가는 사회병리현상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다. 1호의 존재에 의식을 몰입하기보다 다양성의 존중을 위해서라도 모든 국보에게 번호로부터 해방을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