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시대를 기록하는 문화… 역사왜곡 막는다!
[전시리뷰]시대를 기록하는 문화… 역사왜곡 막는다!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4.03.2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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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한국근현대미술교과서’展

▲박희진 객원기자
지난해부터 예술계는 커다란 변화흐름을 탔다. 비정상과 극단적인 선택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예술을 창조하는 이들의 시선도 우리사회에 초점이 맞춘 것이다. 필자는 본지 지난 호에서 ‘의식 있는 예술이 역사를 만든다.’ 라는 비평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예술을 창조하고 예술을 참여하는 이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위한 접근’이 아닌, ‘예술을 통한 경험’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슈가 되는 문화행사를 찾아 나서기보다- 신문의 사회, 정치면에서 예술적 콘텐츠를 찾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사회흐름과 예술의 방향’을 잡는 데에 촉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는 논란- 세계를 경악케 하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이 문화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도를 넘은 일본의 비정상적인 과거사 인식은 그리 간단하게 정리되거나,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감당해온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태도에 우리 민족은 민감할 수밖에 없고- ‘니들 생각 일 뿐’이라고 외면할 일도 아니다.

일본만행은 마땅한 대응방안이 서지 않고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는 역사로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역사’를 만들어내는 고증적 자료가 기반이 될 때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비록 소극적인 대응일지언정 역사를 고증하는 작업들, 역사기록을 수반한 창조적인 작업들은 일본의 비정성적인 역사를 기록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한국근현대미술교과서’展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의 미술교과서가 전시되고 있다. 개화기 새로운 학교체계 도입에 기반이 된 교과서부터 일본 문부성이 발간한 교과서와 최근 미술교과서까지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제 방해로 무산된 조선의 관립공예학교를 설립하고자 했던 자료- 당시 프랑스 초빙교사의 화첩도 함께 볼 수 있어 미술교육에 대한 오랜 역사를 짐작해 수 있다. 전시는 200여점의 기록 보존 자료를 시대 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1916년 조선총독부는 새 교과를 발행한다. 표면적으로는 대한제국이 편찬한 교과서(도화임본,1906년 발간)를 수정해 발행하였다고는 하나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본 문부성이 발간한 교과서(신정화첩,1912년 발간)를 국정교과서로 활용한다.

1919년 3월1일 독립운동이 일어난 직후, 미술교과서에는 아동 미술교육의 하나인 기억을 되살려 그리는 그림-기억화(記憶畵)와 실물을 보고 짧은 시간동안의 움직임이나 실물 형태를 그린 그림인 사생화(寫生?)가 추가된다. 40년대 남학생용 초등교과서에는 항공기 모형이나 기계조작과 같은 내용들이 추가되면서 전시적 교육용으로도 미술교과가 활용된 기록을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타임스에 한국 교과서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찬양한다.' (South Korean text lauds Japan colonial rule)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보도된 내용을 면밀히 따져보면 ‘일제강점기가 한국 근대화를 촉진시켰다는 이론적 근거를 우리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기도 하다.

뒷목잡고 쓰러질 만큼 열 받을 일이이지만, 우리는 이들이 보도한 내용에 대한 타당한 반박이 아닌 집착으로 대응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웠다. 역사왜곡을 잡기 위해선 우리가 알아야한다. 무지하면 진실은 숨겨지고 나라의 안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의 역사를 쓰는 우리들이 역사를 바르게 인지하여 선조들의 역사를 사회적 문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역사인식은 오류와 왜곡를 넘어 침략사 부정에 까지 이른 상황이다. 일본의 비정상적인 역사인식에 대하여 성숙한 문화인으로서 장기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이다.

■독립큐레이터 박희진(서울문화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