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37 <미디어아트의 기억, 흔적 그리고 아카이브>심포지엄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 37 <미디어아트의 기억, 흔적 그리고 아카이브>심포지엄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4.03.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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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수첩 속에 기록된 추억의 전시

▲심포지엄 포스터
2014년 한해를 분주하게 시작한지도 꽤 지난 것 같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가 아니다’ 라는 구절을 떠올릴 정도로 하루하루가 정지된 사진 샷처럼 멈추어 있는 과거와 예측될 수 없는 미래가 같은 시간에 공존하기 때문이리라. 지금 한 순간을 생각하더라도 한자리에서 1초, 2초, 3초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기에 우리는 지금 현재, 과거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머금고 있다.

따라서 금방 과거가 되어버리는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축척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아카이브화 하는가가 중요하다.

오늘날(지금의 시대)의 세대는 매체의 발달로 연필과 종이와 스케치대신 스마트폰, 인터넷 페이지에서 저장 가능한 SNS(타인과의 즉각적인 실시간 소통)등의 도구를 선물 받았다. 지금 이 순간 2014년 2월도 사람마다 어디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도 다르고, 또 똑같은 하루라도 사람마다 각자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기에, 그 저장방법(아카이브)도 각기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한 순간이 아닌 오랜 시간의 저장을 필수 혹은 전제조건으로 규정하는 예술의 영역 중 특히나 한국미디어아트의 흐름의 저장에 대한 화두를 던진 심포지엄을 이번 큐레이터 토크에서 펼쳐놓으려 한다.

심포지엄은 지난 2013년 가을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이는 <미디어아트의 기억, 흔적 그리고 아카이브>였으며, Korea Media Art Project 2013의 한 섹션으로 진행된 심포지엄이었다. 본 심포지엄의 궁극적 목적은 지난 과거사만을 조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며, 또한 최근 미디어아트 작품을 어떻게 아카이브화 할 것이냐를 두고 제기되는 방법론에 대한 제안을 모색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즉 아카이브를 위한 최근의 화두는 무엇인가? 미디어작품을 어떻게 아카이브화 하고 목록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인 논의를 제기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앞으로 과거의 기억을 머금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응축시킬 것이며, 또 곧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더 강조하길 소망했다.

위와 같은 테제아래, 실제로 과거의 시간을 역추적해 볼 수 있는 정황을 통해 비디오아트 1세대와 그 이후시기를 1970년부터 2010년으로 상정하여 40여 년 세월의 흔적 속에 담겨 있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전시상황과 작업 경향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과거의 시간 흐름의 선상과 연결하여 주목하기 위한 1988~2008에 제작된 작업과 미디어극장을 소개하였다.

이와 더불어 미디어아트의 공연적 속성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퍼포먼스적 요소의 현재성을 살펴보고, 미디어아트가 예술적으로 어떠한 미술사적 논의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또 시기상 그러한 연결이 아직 이르다면, 어떻게 다른 성격을 띠며 발전하고 있는지 조망하는 자리도 되었다.

미디어아트는 분명 독립·실험영화 혹은 다큐영상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러 측면의 담론과 비평적 신작 생산을 통한 예술미에 대한 조망이 부족한 실정임을 틀림없다. 따라서 일련의 Korea Media Art Project 2013의 일환이었던 본 자리에서는 미디어아트가 현대미술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며, 또 미술사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관한 담론을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과거 10년을 돌아보면 확인되었듯이, 예술작품을 제작해 내는 도구로서의 매체가 급속도로 바뀌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예술작품의 제작 형식이 바뀜에 따라 그 매체를 담아내는 전시형식과 저장고의 개념이 모두 변형되었다. 나아가 새롭게 변형된 매체의 개입으로 제작된 작품을 두고 반응하는 관객들의 소통방식도 급격하게 변천하고 있다.

따라서 200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는 예술작품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데이터로 존재하고 또 그에 상응하는 수장고 넷(NET)의 개념에 따른 실질적 변화에 대한 필요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 다른 대비는 어떻게 직관해야 하는가. 1,2년의 트렌드적인 성향보다는 과거에 천착된 오늘날을 보고, 또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시대가 바로 2010년 이후가 되어 비로소 시작된 것 같다.

특히나 다양한 예측과 자료가 전무했던 미디어아트 분야는 더욱 그렇다. 1990년와 2000년대의 자료를 축척하는 행위가 그 다음을 연구하고 예견하기 위해 시의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1990년대 MIT 저널 <OCTOBER>를 꼭 열어보고 싶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