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문화예술의 거점’ 문예회관, 문화융성의 구심점
[인터뷰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문화예술의 거점’ 문예회관, 문화융성의 구심점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3.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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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도 먹어본 국민이 맛을 안다” 매달 마지막 水 ‘문화가 있는 날’ 적극 권장

     문화예술회관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단체 및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과 전시가 열리고, 어린이와 청소년 등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까지도 이뤄지는 곳이 바로 문화예술회관이다.

     이렇듯 문화예술회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하게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세대 간의 문화격차를 줄임으로써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과도 연관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는 문화예술회관의 균형 발전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현재 전국 178개 문화예술회관들을 회원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7개의 지회를 갖고 있다. 문화예술회관 상호간의 협력 증진과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고, 무엇보다도 국민의 문화수준을 함양하는데 힘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문화융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한문연의 주관 사업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이는 한문연의 정체성과 역할을 보다 더 명확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노원문화예술회관의 김승국 전 관장이 한문연의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등을 비롯해 7개 지회 및 회원 기관들을 방문하여 업무 협의를 진행하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직접 발로 뛰며, 회원 기관 관계자들과 현장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이기에 관련 부처와 문예회관, 지역주민 간의 원활한 교류가 이뤄질 것이란 주변의 기대가 크다. 다음은 김 상임부회장과의 일문일답.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 부회장
-지난해 11월 한문연 상임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취임 소감 및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난 3년간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지냈기 때문에 그만큼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한문연의 사업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할 자신이 있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 있을 적에는 한문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었지만, 취임하자마자 당시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부분들을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문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210여 개의 문예회관 중 178개의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문예회관 상호간의 협력 증진을 지원하고 있다. 공연, 문화예술교육 등 수많은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인만큼 예산규모도 크다. 나도 이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와서 보니 한문연이 숨겨진 요충지처럼 느껴지더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각각의 문예회관들은 각자의 독특한 특성과 환경을 지니고 있지만, 지역문화예술의 거점이 되고자 함과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서 거듭나고자 함을 공통 목표로 삼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재원, 정보 등이 필요한데, 그런 정체성을 구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업하는 게 한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추진하는 한문연의 주요 사업들을 소개해 달라.
“올해 추진 사업은 크게 문화예술 기반조성, 지역문화 진흥 및 국민문화 체감,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 기능 강화 등을 목표로 나눠진다. 문예회관 종사자에게 공연기획, 홍보마케팅 등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종사자의 역량 및 전문성을 개발, 강화할 수 있는 ‘문예회관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또한 문예회관의 무대 기술 및 공연, 전시기획, 홍보마케팅 직종에 대한 연수단원 운영을 지원하는 ‘문예회관 연수단원 지원’ 사업이 시행된다. 지난해 첫 시작된 ‘문예회관 레퍼토리 제작 개발 지원’ 사업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문예회관이 직접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 개발해 지역민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한문연 주관 사업에 여러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어떠한 사업들이 각각 통합, 이관되거나 신설되는지 알려 달라.
“일단 지금껏 한문연에서 운영해왔던 ‘소외계층 문화순회 사업’과 ‘사랑티켓’ 사업이 올해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된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사업은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이다. 그동안 진행됐던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과 ‘국립예술단체와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이 통합된 것으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의 나눔을 통해 소외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국민 개개인의 문화수준의 향상까지도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문화 복지정책 실현과도 연관된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사업은 ‘문예회관 운영현황 조사’, ‘지역 문화예술회관 전시 활성화 지원’ 등이다. 문예회관의 운영을 다양한 여건을 감안한 객관적인 기준으로 조사하는 사업인 ‘문예회관 운영현황 조사’에서는 조사 결과를 통해 차별화된 문예회관 정책 개발 및 지원방법을 모색하고, 조사 자료의 공유를 통해 문예회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회관 전시 활성화 지원’ 사업은 수도권에 비해 문화 향유 여건이 열악한 지역민이 가까운 문예회관에서 전시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지역기반 작가들은 지역문예회관을 통해 지역예술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지역민들에게는 중앙의 예술을 소개하고 향유하게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또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운영사업’이 지난해에 비해 확대돼 더욱 많은 문예회관의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 문예회관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문화예술 향유 능력 및 정서 함양, 감수성, 소통능력 등을 제고하고 건전한 토요 여가 문화 조성에 기여한다. 더불어 문예회관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공연과 교육, 체험이 결합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 지역민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문예회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지원’ 사업 또한 작년보다 더 확대된다.”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 부회장

-한문연은 7년째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제주도의 지역기반 성격을 강화해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에 대한 부가 설명 부탁한다.
“해비치 축제는 본래 공연유통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거였다. 하지만 축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지 특정단체들의 축제로 전락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상임부회장 취임 후, 제주도로 가서 제주 문예회관 관계자, 도-시청 관계자들을 만나서 올해부터는 제주도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진행해보자고 제안했다. 제주도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부대행사로 전야제와 프린지를 마련했으며, 공연들은 관광객 밀집지역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올해 제주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은 기존에 6월에 개최됐던 시기를 앞당겨 5월에 진행한다. 문예회관 담당자와 문화예술단체 관계자가 모여 아트마켓 및 학술행사, 네트워킹행사 등을 통해 문예회관 운영 전문성 강화 및 공연 유통 활성화를 위한 장이 마련된다. 기존의 아트마켓, 학술+네트워크 행사 외에도 올해에는 문화예술계 시상식을 신설한다. 또한 제주도만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해 국제페스티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공연기획자들과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소통이 좀 겉도는 느낌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아예 시스템을 구축해 서로간의 소통과 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암암리에 끼리끼리 유통하던 분위기를 깨고 싶었다.”

-말씀을 듣다보니 해비치 축제가 ‘서울아트마켓’(팸스)과 이미지가 겹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팸스는 국제적인 성격이 강화돼 있었다면 해비치 축제는 국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해비치 축제도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국내예술에도 집중하면서 해외예술의 강화를 이뤄나가겠다는 것이다. 내가 노원문화예술회관에 있을 적에도 해외단체를 초청할 때에는 꼭 우리나라 단체도 해외로 초청해주는 조건으로 부르곤 했다. 동등하게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지금껏 해외에서 유명 단체를 모셔오는데 치중하는 아트마켓들과는 달리 우리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앞서 공연기획자들과 문예회관 관계자들의 소통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공연 유통 중계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중계업자를 따로 두겠다는 말이 아니라 한문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로 가게 될 것이다. 공모형식으로 공연단체와 공연기획사를 모집해 일단 우리 측에서 한번 걸러내어 공유하게 될 정보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가격까지도 함께 오픈해 전국의 문예회관에게 이렇게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거다. 한문연이 기획사와 문예회관 사이의 허브 역할을 함으로써 기획사는 더 많은 공연을 유치해 수익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작품의 질을 높이고, 공연예술인들에 대한 처우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걸 시스템화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반발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아마 지금껏 공연 유통 과정에서 암암리에 재미를 보던 분들이 아닐까 싶다. 공연기획사와 문예회관 관계자 모두에게 합당한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임부회장으로서의 임기가 2016년 10월 말까지이다. 재임기간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첫째로는 공연-전시와 유통의 강화, 둘째는 국가 예산에 기대지 않고 민간이 주도적으로 문화예술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민간 기업들의 재원 적극 유치, 셋째는 제주 해비치 축제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아트페스티벌로 키워보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는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비치 축제에 시상식을 신설, 시상부문에 단체장 상 등을 추가해 문화예술을 키워주는 지자체장들에게 인센티브를 줄 계획도 있다.”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 부회장
-한문연의 회원 기관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은 정보화시대인데, 정보를 정확히 분석해 공모를 참여해 예산을 가져가는 문예회관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곳은 회비만 내게 되는 것 같더라. 문예회관들이 공모 참여 등에 있어서 보다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 또 이건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문예회관 관장은 문화예술전문가가 맡도록 제도적으로 법제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문가가 있는 회관들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대게는 공무원들이 배치되는 실정이다. 사업 돌아가는 걸 알만하면 다른 곳으로 재배치되곤 하다 보니 사업의 연속성이 없고, 소명의식이 없는 분도 계시고… 몇몇의 공무원들에겐 이게 마치 귀양살이와도 같아지는 것 같더라. 문예회관을 통해 지역민들의 예술 수준이 올라가는 것인데, 제도적인 이유로 이를 더디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문화 사업이 있다면 추천해 달라.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됐다. 이날에는 국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해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 문화재와 국립공연시설, 국공립도서관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거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야간개방, 문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기에 문예회관만큼 적절한 곳이 어디 있겠나. 문화소외계층이 문화를 향유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다. 우스갯소리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안다고 하지 않나. 예술도 그렇다. 한 번이라도 즐겨본 사람이 다시 찾는 법이고,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다. 문화예술이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이날 하루만이라도 문화를 즐기고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