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행-110]여성과 인간의 존엄-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박물관 기행-110]여성과 인간의 존엄-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04.0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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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 (사진=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캡쳐)
종로구에 위치한 일본대사관. 굳게 닫힌 정문, 창문마저 가려버린 블라인드는 외부와 상생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의 현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 주먹을 꼭 쥔 채 또렷이 응시하는 소녀상 곁에 많은 이들이 한데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주 수요일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역사적 진실규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이 집회는 올해로 22년째를 맞이하였다.

벌써 천 회를 훌쩍 넘긴 시위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우리민족의 가슴과 살갗 속에 문신처럼 깊숙이 파고든 상처들이 아직까지도 아물지 못한 채 만행한 자들의 진실 된 사죄를 받을 그 날만을 기다리며 숭고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회가 있는 수요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관장 윤미향)은 다소 늦은 시각인 오후 3시에 문을 연다. 과거 전쟁으로 인해 새겨진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투쟁을 기록한 이곳은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윤미향)에서 소중한 기금을 모아 건립(개관 2012년 5월 5일)하였다.

작은 표지판들을 따라가야 찾아갈 수 있는 좁고 조용한 주택가 골목 담장들에는 노란 응원의 메시지들로 둘려 쌓여 개나리를 피운 듯 따뜻하다. 그러나 포근한 외관을 지나 차가운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겐 생애 그 어느 순간보다도 잔인했던 기억과 기록들이 펼쳐진다. 먼저 입장권에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사진과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암각화처럼 선명하게 새겨져있어 가슴이 아려온다.

▲역사관 (사진=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캡쳐)
짧은 글귀로도 어린나이에 일본으로 성노예가 되어 겨우 목숨만 부지해온, 험한 악몽과도 같았던 그날의 슬픔이 전해져온다. 전쟁의 굉음이 들려오는 거친 자갈길을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그림들과 영상인터뷰는 어제 일을 회상하듯 선명하게 고통과 한으로 가득 차있다.

암흑 속 전시관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빛이 들어오는 하얀 전시장에 눈이 부시지만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는 전시물들이 관람자들의 마음을 한없이 어둡게 만든다. 위안부 설치소에 관한 문서들과 이용일지, 군인의 일기장속 기록들, 지급되었던 군용 콘돔 등 적나라한 증거들 앞에서 아직까지도 범죄 사실은 물론 공식적인 인정과 사죄마저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한심함마저 느껴진다.

화석처럼 명징한 역사의 증인인 위안부피해자들은 무심한 세월 앞에서 가슴속 응어리를 풀지 못한 채 한 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분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박물관 가장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고인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들이 착잡함을 머금은 채 가득하다. 희생당한 수많은 분들의 이름들을 찬찬히 되짚어보던 관람객들은 문 옆에 준비된 꽃을 들어 헌화를 함으로서 잠시 고인의 넋을 위로한다.

▲지하전시 (사진=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캡쳐)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에 대해 이 박물관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실규명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나아가 현재 전쟁으로 인해 내몰리는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취지의 여성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1층 상설전시관에서는 세계분쟁과 전쟁 속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여성의 인권이 위협받고 짓밟히는 사례와 함께 그들의 아픔을 보여주며 그들을 위한 후원과 기금마련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군‘위안부’문제의 해결을 비롯하여 그늘에 가려진 여성인권의 평화신장을 위해 아름다운 활동을 구축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을 나서면 느껴지는 자유의 향기는 참혹했던 역사가 더 어둡게 느껴져 가슴 한편이 찡해온다. 지금에 와서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다지만 그래도 희망은 자라고 있다.

▲생애관 (사진=박물관 홈페이지 사진 캡쳐)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호소의 하나로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제41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프랑스 1,30~2.2)에 출품된 위안부 만화전의 원화 특별전 ‘지지 않는 꽃’전(한국만화박물관, 2.18~3.16)에 이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전(3.1~4.13) 등 여러 박물관 특별전시는 일본군‘위안부’의 존재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좋은 계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일본의 태도가 과연 얼마나 갈 지는 미지수이다. 역사적 사실은 물론 한 국가의 이전 정권도 인정한 과거사까지 부인하는 일본정부의 태도는 정권의 정통성을 스스로 단절하려는 시도로까지 보여 국격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일본은 자칭 지구촌의 리더국이다. 모든 권리는 의무수행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리더는 없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모든 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일본에게 사죄를 받아낼 그 날까지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영원히 지지 않을 꽃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는 여성인권의 산실이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www.womenandwar.net)참조
위치_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1길 20(성산동39-13)/문의_02-365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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