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박물관 협의체에 바란다.
공립박물관 협의체에 바란다.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4.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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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공립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이 봄바람을 타고 꿈틀대고 있다. 자체적으로 협의체를 만들 조짐이 그것이다. 그동안 공립박물관은 내외부로부터 보호막이 벗겨진 채 큰 위험에 노출되어있었다. 얼마 전 등록이 취소된 전남 나주배박물관은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립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부산박물관 비상을 위한 제언-전문 인력 확충 수장고 늘려라’(2008.1.7, 부산일보), ‘일단 짓고 보자… 콘텐츠 없는 박물관 난립’(2008.8.10, 한겨레신문), ‘돌지 않는 풍차 지방 공립미술관’(2009.12.30, 시사저널), ‘도내 공립박물관 전문성 상실’(2010.2.3, 충북인뉴스), ‘감귤박물관 적자 벗나?...예산 투입 최소, 마케팅 강화 관건’(2010.8.25, 제주의소리), ‘지역 공립 박물관… 예산 낭비’(2010.11.17, KBS), ‘[국감] 12개 공립박물관, 하루 평균10명 미만 관람’(2011.9.19, CBS 노컷뉴스), ‘천덕꾸러기 부평역사박물관’(인천일보, 2011.10.10) 등 언론의 보도에서만 보더라도 공립박물관의 문제는 매해 거듭되어 왔다.


  공립박물관의 문제는 첫째 무리한 건립, 둘째 콘텐츠(소장 자료 및 전시 등) 및 인력부족, 셋째 적자운영 및 홍보부족, 넷째 관람객 저조, 마지막으로 시설낙후 및 공간부족 등으로 광범위하다. 문제의 대상역시 박물관과 미술관, 광역자치단체 공립과 기초자치 공립까지로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인 부실이다.
  법은 최소한의 것을 규정한다. 한편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과 같이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법은 규제보다는 장려와 권장에 더 큰 의미가 있어 다소 느슨한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을 투여한 국공립은 보다 차원 높은 운영과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며 ‘최소한’의 그 이상을 적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박미법에 공립박물관은 ‘지역사회의 박물관자료의 구입·관리·보존·전시 및 지역 문화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박물관을 설립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따라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각각 박미법 제12조)
  또한, 박물관에서 하는 일로는 첫째, 박물관자료의 수집·관리·보존·전시 및 자료에 관한 교육 및 전문적·학술적인 조사·연구를 한다. 둘째, 박물관자료의 보존과 전시 등에 관한 기술적인 조사·연구와 강연회·강습회·영사회(映寫會)·연구회·전람회·전시회·발표회·감상회·탐사회·답사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셋째, 박물관자료에 관한 복제와 각종 간행물의 제작과 배포. 넷째, 국내외 다른 박물관과의 박물관자료·간행물·프로그램과 정보의 교환,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교류 등의 유기적인 협력을 한다. 마지막으로 그 밖에 박물관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다.(박미법 제4조)


  등록한 공립박물관은 전문성 제고와 공공 시설물로서의 효율적 운영 및 경영 합리화를 위하여 해당 박물관장과 지역의 문화·예술계 인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0명 이상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회에서는 박물관의 운영과 발전을 위한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 박물관의 운영 개선에 관한 사항, 박물관의 후원에 관한 사항, 다른 박물관과 각종 문화시설과의 업무협력에 관한 사항을 결정한다.(박미법 제7조)
  일단, 공립은 위에서 언급한 박미법에 충실해야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지적을 제외하고는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면밀한 계획과 검토 없이 건립한 나머지 이제 와서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박물관장 격인 자치단체 장의 박물관에 대한 이해부족과 지자체의 개선 의지부족에 근본적인 탓이 있다.
  이 시점에서 공립박물관인들이 자체적으로 협의체를 발족하겠다는 소식은 반갑다. 공무원들의 조직이라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한계를 이해하며 활동 방향과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안전망 구축에 노력해야한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나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지자체행정평가지표에 박물관이 포함될 수 있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정책의 안전망확보가 무엇보다 우선해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정능력을 가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박물관과 연대하여 힘을 키워야 한다. 내부로는 광역자치단체 공립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 설립 공립박물관은 전문직 관장이 많다. 이들은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어느 정도 바람막이가 되어줄 수 있다. 계약직이란점도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들의 입을 빌어 자치단체장이 자정의 동기와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외부로는 한국박물관협회와 같은 조직 내에서 사립과 대학 등의 동조를 얻어내야 한다. 상호 공감대를 형성한 후 행동하기 비교적 자유로운 박물관 인들이 나설 수 있게 함이 보다 객관적인 입장과 성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리한 욕심보다는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방향을 맞춰야 한다. 공립은 혈세로 움직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운영이 열악한 사립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 국고지원이나 일시적인 정책적 편의에 편승하기보다는 초심을 되찾는 쪽에 근본적인 단초를 맞춰야한다. 이 역시 입체적인 공감대와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공립의 변화는 지금이 적기다. 6?4지방선거는 이러한 점을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공립은 지방의 문화를 창달하는 중요 문화인프라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박물관의 형태로 그 성패는 박물관내외부의 중요한 바로미터가 됨을 재삼 인지해야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공립을 바로잡힐 때, 개인의 헌신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는 많은 사립에게 비로소 할 말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