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 「문화예술기관 운영 합리화 방안 공청회」
[기획] 문화계의 뜨거운 감자 「문화예술기관 운영 합리화 방안 공청회」
  • 고무정 기자
  • 승인 2014.04.1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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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기관 통폐합과 관련해 지난 7일 오후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주최로 ‘공공예술기관 운영 합리화 방안 공청회’ 가 3시간 30여 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공연예술센터·국립예술자료원 통합과 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 통합 운영의 두 가지 안건이 다뤄졌다. 조현래 문체부 예술정책과장과 김정훈 공연전통예술과장이 두 사안에 대해 각각 발제를 하고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현남 한국현대무용협회 회장, 윤봉구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정훈 전통공연예술과장이 기관통폐합과 관련한 논의에 앞서 그간의 경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태훈 문체부 예술국장은 "기관들의 문제 해결 차원에서 통합을 논의하게 됐다"며  “예술 공공기관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단순히 물리적인 통합이 아닌 예술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기관이 만들어지면 생명력을 지니고, 위상이 있기에 통합할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공연예술센터·국립예술자료원 통합건에 대해  조현래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조직의 크기가 작아 사업비보다 운영비가 많이 드는 문제와, 인력 부족을 경영 합리화를 통해 극복하고, 기관의 통합 및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을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2010년 예술위에서 분리된 공연예술센터는 업무의 일부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공연예술센터와 분리된 예술위는 42억원의 세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극장운영은 소유자가 해야 한다는 이유로 세금당국이 3년 치 세금을 한 번에 부과한 것이다. 정부가 통합의 주된 배경으로 경영합리화를 들고 나오는 까닭이다.

조 과장은 무료 대관 확대, 신진예술가 육성 사업의 통합,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을 공연계 전체 축대로 확대·발전시킴으로써 공연예술센터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업비와 인력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예술위의 경우, 기관 통합을 통해 인력 증원, 대학·학회와 연계, 수장고 신설, 자료의 디지털 화 등을 추진해 발전 방안을 나타냈다.

이어서 김정훈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의 통합에 대해 발제했다. 2008년 6월 양 극장의 연계사업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통합된 국립극단과 명동극장은 연계사업이 부족해 시너지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계동에서 운영 중인 국립극단은 기획공연을 주로 하지만 기획공연 특성상 안정성이 부족하다. 또한 명동극장은 내방공연 뿐만 아니라 기획도 하고 있으나,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기획 공연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두 기관의 통합연계를 통해 양 극단이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할 필요를 느낀 정부가 통합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
김 과장은 기관 간 중복기능을 조정하기 위해 국립극단과 예술극단을 통합해 국립극단으로 출범하고, 정동극장은 명동예술극장과 분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지원사업비를 늘리는 등 기타 고려사항도 제시했다.

 

토론을 위해 이날 공청회에 모인 공연·예술계 관계자들은 「문화예술계 운영합리화 방안」에 대해 찬반으로 갈렸다.

토론자로 자리에 참석한 최준호 한예종 연극원 교수는 기관의 통합을 지지했다. 그는 "현재 비싼 대관료 때문에 짧은 기간밖에 극장을 대관할 수 없어 공연의 질적 향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지원 체계와 기관간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창출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은 한체대 생활무용학과 김현남 교수는 최준호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무용계의 경우, 작업공간의 부족 현상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무용의 기획, 제작 등에 대한 지원 확대로 공연 형식의 다원화를 추구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봉구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기관 경영 합리화와 기대효과가 추상적이다. 예술자료원 내용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며 예산 책정 문제로 예술자료원의 위상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명동-국립극장 통합 건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법적·제도적 장치로 안정화가 필요하다” 고 의견을 표했다.  

 

▲공청회장을 빽빽히 메운 방청객들로 기관통폐합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문화예술관계자들이 대거 참거한 방청석에서도 각 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해, 통합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국예술자료원의 통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자신을 “연극 공부하는 사람” 으로 소개한 신현숙씨는 “국립예술자료원은 독립기관으로 유지하며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며, 예산 문제는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예술원은 사업의 측면뿐만 아니라 학문의 측면이 더욱 크다” 며, 경영의 문제 때문에 예술원을 통합과 경영 합리화의 대상에 두는 것은 옳은 잃이 아니라며 지적했다.

또한 현장예술의 경우 기록 비평 영상매체 자료가 중요하며, 문화예술 역사 쌓기에 주축이 되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또한 예술 자료원이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기관이 아닌, 각 예술 영역별로 자료원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정호 무용평론가 역시 통합된 한국예술자료원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더불어 김의경 원로 연극인은 “전문화를 더 심도있게 지속해야 하는 기관인 자료원은 독립해야 한다.” 고 앞선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그는 “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 명동예술극장과 통합하기보다는 (장충동) 국립극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 말했다.

이 외에 타 기관의 통·폐합에 대한 논의도 제기됐다.

최성우 연극배우협회 회장은 “오랜 세월, 수많은 작품을 바탕으로 존경 위에 세워진 배우들이 국립극단을 만들었다. 그런 국립극단을 없앤다는 것은 한번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며 재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외에 공연계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제기도 등장했다.

김숙희 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은 아이를 위해 극장이 쓰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연극을 보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국립에서도, 극장에서도 아이를 위한 기관을 마련해서 하는데 우리나라만 없다” 며 아동청소년을 위한 예술기관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통합을 논의하는 공청회에 연극인을 배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연극 배우 우상전씨 는 "연극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이러한 논의는 공연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행정가들의 관료적 발상은 전혀 효과를 못보고 있다. 문화예술기관 운영 합리화는 연극인이 주도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4월까지 기관간 기능조정방안을 마련한다. 관계부처와의 협의 후 5월 최종방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