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평범 소도시에 문화예술 바람 불다…"
[인터뷰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평범 소도시에 문화예술 바람 불다…"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4.21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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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장오산’ 성공궤도 안착,개관 1년, 6만 관람객 기록… 올해 큐레이팅 강화해 도약 도모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

     오산시립미술관 ‘문화공장오산’에 들어서면 1층 로비가 어린 아이들로 북적인다. 어린이들의 신체 건강과 창의적인 감수성 발달을 위해 만들어진 체험전 ‘콩알 콩알’이 요즘 학부모 및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싱크도우를 활용해 나비 등을 만들어 화단을 꾸미거나 갖가지 콩으로 가득 찬 ‘콩풀pool’에 들어가 콩알이 새싹으로, 또 꽃으로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열매나무에 열매를 맺고 박을 터뜨려 수확의 기쁨을 배우는 등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여러 체험들로 구성돼 있다. ‘씨앗’을 주제로 만져도 보고, 밟아도 보고, 향도 맡아보고, 던져도 보는 등 다양한 연극체험으로 오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뿐만 아니라 EQ·IQ는 물론 상상력까지 모두 향상시키는 ‘콩알 콩알’은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어린이들의 웃음으로 들뜬 분위기의 1층과 달리 2층과 3층에서는 ‘풍경’을 주제로 한 기획전 ‘뜻밖의 풍경Unexpected Scenes’이 차분함을 자아내고 있다. ‘풍경’은 자연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시대와 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반영한 결과물로서 오늘날 현대미술에서도 다수의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풍경’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9명의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대에서의 풍경의 의미와 그 다양성을 재고해볼 수 있다. 김동기, 김종구, 노주환, 박철호, 송대섭, 심영철, 이성실, 임근우, 한석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미술의 다채로운 맥락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이달 27일까지 개최된다.

     오산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공장오산은 오산시민들의 문화욕구를 파악해 개관 1년 만에 6만 명이 넘는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현재 오산시 인구가 20만 명이란 것에서 이는 괄목할 만한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산시민의 평균연령은 33.2세로 경기도 내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다. 이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산문화재단은 자녀 교육열이 높은 요즘 부모들의 심리에 착안해 어린이 대상 체험전시, 미술교육프로그램 등을 개최해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또한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오산문화예술회관은 오산문화재단 출범 후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양질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기획공연들을 올리며, 오산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민들도 찾아오고 있다.

     평범했던 한 소도시가 문화예술에 푹 빠지기까지 그 진두에는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가 있었다. 그는 오산시를 ‘젊은 행복 도시’라고 말하며, 그에 걸맞게 일조하는 오산문화재단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러니 집에서는 나보고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사람이라고 하지요.(웃음) 오산문화재단이 있어서 시민들이 행복하다는, 활력이 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오산에서는 적어도 문화만큼은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그를 만나 오산문화재단의 지난 1년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

-1대 오산문화재단 대표로 2012년 8월 취임했다. 오산문화재단에서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소감이 어떤가?
“자리매김하느라 지난 2년을 보냈다. 뿌린 씨앗들이 잘 내려야하는데 얼추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려움이야 있지만 어디나 다 겪는 거라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건데, 나아갈 방향에 집중하라는 거다. 이 시점에서는 가시성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속도야 나중에 얼마든지 낼 수 있으니 일단은 방향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자리매김하느라 지난 2년을 보냈다. 뿌린 씨앗들이 잘 내려야하는데 얼추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려움이야 있지만 어디나 다 겪는 거라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건데, 나아갈 방향에 집중하라는 거다. 이 시점에서는 가시성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속도야 나중에 얼마든지 낼 수 있으니 일단은 방향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서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높은 수준의 공연과 전시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오산시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티켓 판매율이 저조한 것은 아쉽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에 힘쓰고 있으니 티켓 판매율도 올라가길 바란다.”

-오산문화재단이 출범하고 1년여가 지났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꼽는다면?
“지난해 3월과 8월,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개최해 대공연장 860석이 매진되는 등 오산시민들의 감동을 이끌어내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확인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도 ‘스웨덴 왕립 발레단 Northern Ligth-Aurora’, 세계 3대 합창단 중 하나인 러시아 돈 코사크 합창단의 ‘돈 코사크 합창단&댄스 내한공연’, 세계 3대 소년합창단으로 꼽히는 모나코왕실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 국립합창단의 ‘헨델의 메시아 전곡연주’ 등의 무대를 올리며, 서울 예술의전당을 가지 않더라도 오산시민들이 충분히 고급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난해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을 포함해 총 16개 사업에 공모해 2억9천2백30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리고 개관 직후부터 계속 진행한 체험프로그램 ‘못 말리는 놀이터 시리즈’의 수익으로 미술관 1층 카페를 만들 수 있었다.”

-오산문화재단의 설립 의도 및 역할은 무엇인가?
“오산시는 30~40대 등 젊은 세대가 주를 차지하는 도시이다. 그러면서 사회복지, 교육복지 등이 잘 이뤄지고 있고, 더불어 문화복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오산문화재단이 설립됐다. 젊은 세대가 많은 만큼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경험과 체험, 공연, 전시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부모들의 니즈 충족과도 맞물린다. 오산이 교육도시이자 동시에 안정적인 자족도시로 가기 위해선 문화가 꼭 필요하다.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한 달에 한, 두 번 내지는 서울로 가지 않더라도 격조 높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문화공장오산의 어린이 대상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이 학부모들에게 인기라고 들었다.
“교육열이 높다보니 덩달아 문화교육프로그램도 아주 인기이다. 매일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체험견학을 오고, 주말에는 미술관이 체험객들로 꽉 찬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미술관을 접하게 해 문화의식을 높여주고, 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싶다는 게 우리 재단의 진심이다.”

▲오산문화재단은 '문화공장오산'으로 문화예술의 지평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사진은 강창일 대표가 문화공장오산 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올해 오산문화예술회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한다. 10주년 기념 공연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지난 3월부터 ‘비상설극장 독립 영화 기획전 - 영화엔 커피’에서 △청소년 영화 △우수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화제작 등 매달 주제를 구분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오전 10시 상영되는 영화는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차별화를 뒀다. 이달 4월이 꼭 10주년을 맞는 때이긴 하지만 정식 기념행사나 기획공연은 선거와 월드컵이 끝나고 올해 하반기쯤 가지려고 한다. 살짝 알려드린다면 작든 크든 창작공연을 무대를 올릴 생각이니 기대해 달라.”

-지난해부터 재단은 ‘독산성문화제’ 등 오산시 주최주관의 축제를 이관 받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았다. 올해 축제도 기대되는데….
“지역향토축제를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우리 재단이 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 지난해부터 개최하고 있다. 오는 9월에 제5회 독산성문화제가 열린다. 역사성을 강화해 옛것과 현대의 것의 만남을 콘텐츠로, 공연과 행사를 진행한다.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한다. 다만 올해는 지방선거로 인해 ‘뷰티힐링축제’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공장오산은 지금까지 6만 명이 넘는 관람객수를 기록하며 오산시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시립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더 탄탄히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큐레이팅 개념을 보다 더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올해 학예연구사를 채용하려 예산도 확보해놓은 상태이다. 소장작품도 100여 점에, 기증작도 여럿 있다. 단순 전시형태를 넘어서 미술관을 정식 운영하게 되면 ‘문화공장오산’이란 이름값을 제대로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전시와 함께 교육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려고 한다.

이외에도 오산 전통시장에 문화재단 사업장을 만들어 작가들의 작업실이자 시민들을 위한 아트마켓 등으로 이용할 수 있겠다. 미술관의 기능 중 하나인 사회성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미술관 맞은편에 현재는 문을 닫고 영업하지 않은 옛 상업지구에 지난해 10월, 창작스튜디오 및 작가레지던시를 설치했다. 삭막한 분위기였던 그곳에 예술구역이 생기면서 점차 주변 점포 분위기가 밝아지고 있다. 예술가들에게 개인작업과 지역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대중과는 문화예술적 소통을 가능하게끔 하는 장치가 된 셈이다.”

▲강창일 오산문화재단 대표

 -재단 운영에 어려움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재단 설립 당시, 좋은 시각도 있었지만 나쁜 시각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와서 보지도 않았으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색안경을 쓰고 가치를 폄하하는 눈길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단단히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다. 오히려 몰이해를 뒤엎고 계몽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공공서비스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아무리 잘 해도 직원 한 명이라도 잘못한다면 터질 수도 있는 부분 아닌가. 직원들에게 늘 서비스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재단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오산문화재단 후원회를 만들려고 한다. 티켓 판매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후원회가 있어야 보다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든든한 백그라운드 아니겠나. 도움주실 수 있는 분들을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후원을 얻고야 말겠다.(웃음)”

-오산시민들에게 오산문화재단을 100% 즐길 수 있는 법을 알려 달라.
“현재 ‘오해피회원’이란 유료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에게는 특별한 혜택과 기회가 제공되니 많이들 가입해주셨으면 한다. 오해피회원이 되면 기획공연 및 전시와 체험을 30% 할인가에 관람할 수 있고, 문화강좌는 5% 할인을 제공받는다. 이외에도 연 1회 기획공연에 초대받는다. 연회비는 1만원으로 혜택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단순한 회원제를 넘어서 회원들만의 사교장도 만들 생각이다. 회원들끼리의 장을 마련해 지식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해 공연, 전시 관람의 질을 더 높이는 것이다. 올해 안에 회원 2천명을 목표로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