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예술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과연, 이것이 '대중화'인가
[전시리뷰]예술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과연, 이것이 '대중화'인가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4.04.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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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최근 <아트스타코리아(ART STAR KOREA)/CJ E&M 제작>라는 리얼리티 현대미술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미술계가 시끄럽다.

지난해 겨울, 현대미술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지원금 1억 원, 유수의 갤러리 전시지원, 해외연수' 등의 메인스테이지 정착을 위한 워너비들을 내세워 캐스팅 콜을 시작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매력적인 출연조건은 삽시간에 아티스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미술계를 요란케 했었다.

여느 공모전보다도 내세우는 지원책이 컸기에 신진아티스트들의 마음을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디션에서의 달콤함을 누리기 위한 승자의 독식구조를 충분히 인지해야 했고, 예술가로서 본인이 갖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을 경쟁의 장에 오픈해야 함을 감수해야 했다. 달콤함을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방송계에서 인기몰이를 위한 몇 가지 생존코드가 있다. 관객을 완전몰입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반은 관객의 대리만족을 위한 스토리텔링에서 시작된다. 고난과 역경, 열정과 재능을 통한 감동코드가 첫째요 둘째는 인간적 동질감과 노력 끝에 얻어내는 성공의 역전 스토리가 관객의 가슴을 울리며 감동의 정점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대중들을 완전몰입 시키는 힘, 이것이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대중의 심판- 공정한 심사이다. 흥미진진한 '공개경쟁'은 엄정한 공정성이 존재하고 그 공정성에 관객들은 자신의 권위와 책임을 다하며 정당한 심판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한 대중의 힘을 프로그램에선 적절히 활용한다. 여기서 출연진들이 빛을 보기 위해선 방송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한다.

뭐든 좋다. 필자는 방송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닌, 이러한 방송에 동조하고 있는 미술계에 의문이 생긴다. 현대 미술가들을 오디션이라는 경쟁 울타리에 집어넣고 현대미술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그들에게 미션을 던져주는 것- 이것이 어떤 이슈를 만들 것이라 예상했는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계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이 울타리에 자진해 들어간 이들의 선택은 도무지 무엇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이 방송이 이슈가 되었을 때 과연 대중들은 현대미술을 기억할까. 그렇지 않다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예술가의 작품이 침체된 미술품 판매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중화도- 상업화도- 이 방송으론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트스타코리아(ART STAR KOREA)/CJ E&M 제작>라는 리얼리티 현대미술가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한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예술적 가치를 논하거나 비평하는 것이 아닌 그냥 웃고 떠들기 위한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이다. 순수예술을 창조해 내는 아티스트의 이면을 대대적으로 까발려가며 현대미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대중화를 내세운 오디션 바람은 미술계에만 불어온 건 아니다.

"인간문화재, 나가수처럼 공개 심사합시다." 지난 2월에는 나선화(65) 문화재청장이 발언한 공개경쟁 방식 무형문화재 지정이 큰 논란이 됐었다.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심사위원 수를 늘리고 폭을 넓혀 다양한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여 투명한 공개경쟁을 도입 하겠다"며 구체적인 평가방식까지 덧붙였다. 투명성과 대중성-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겠단 목적임은 분명하나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를 지정해 보존하고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주무관청에서의 제도개선 대안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모토로 나름의 답을 내놓은 것 또한 큰 충격이었다.

일약 스타덤'을 꿈꾸는 현대미술계 아티스트 개인의 잘못된 선택과는 사뭇 다른 위험한 발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기자는 것이 아닌 국가의 역사와 전통을 담아 후대에도 물려줘야 할 국가 재산인 전통예술임을 잊은 모양이다.

필자 또한 '소통하는 예술, 향유하는 문화'를 모토로 예술을 비평해왔고 예술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왔으며, 대중을 위한 기획이 필요하다 줄기차게 외쳐왔던 사람 중에 하나이다.

우리의 진정성 있는 문화의식을 만들어내는 데에 고유한 창작의 원천이 있다. 심오한 예술의 역사적 가치- 인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순수한 예술의 존귀함- 이 것만은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