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청와대에 서면 인사동이 보인다.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청와대에 서면 인사동이 보인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04.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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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안국동 로터리에서 종로2가 금강제화에 이르는 1km될까 말까한 거리에 오늘도 수많은 인파들이 왕래한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쳐 보인다.

말이 안 된다고 하겠지만 인사동이 죽어가고 있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미술이 아니라 인사동 자체가 신규 인사동 문화에 힘겨워 한다. 이럴 때 즈음 인사동에서 수십년간 자리하였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어느 상인의 말과 식당 주인의 말이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

“예전에는 돈 많은 외국관광객이 들리는 명소였지요. 지금은 외국의 학생이나 동네 아줌마들이 와요. 오백원짜리, 천원짜리 물건을 팔아야한다니까...” “단골이 없어. 예전에는 화가들이 모여서 예술이야기 하고, 인생에 대해 논했지. 시인이나 연극인들이 다니던 술집이나 까페들이 다 사라졌어.”

인사동을 살리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뭔가 그럴듯한 묘안이나 대책을 선보이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동에서 미술인이 떠나면 무엇이 남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하는 말이다. 문화는 그냥 즐겨도 된다. 그러나 인사동은 문화예술의 생산 지구였고 지금도 문화예술 생산에 여염 없다.

주말이면 근 십만에 이르는 인파가 인사동을 장악한다. 하지만 한 블록이 아니라 5미터 안쪽에 자리한 화랑이나 작은 전시장에는 사람이 없다. 인사동에 오는 이들은 인사동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려 나온 이들이다. 이들의 정신에는 예술이 있다는 사실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에 서면 인사동이 보인다. 청와대 근처인 삼청동과 북촌, 아래로는 광화문 인근으로 화랑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문화예술이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동에서 버티지 못하는 화랑들이 옮겨가는 것일 뿐이다. 새로운 곳에서 자리 잡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할 수 있지만 인사동 터주 대감으로 자리하던 정신성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겠느냐는 걱정 때문이다.

인사동에 자리하고 있는 화랑에게 지원금을 준다거나 경제적 혜택을 주자는 말도 아니다. 인사동을 관리하는 공무원님들 또한 이곳을 살리고자 무척 많은 고민을 할 것임에 분명하다. 인사동을 살리는 묘안과 대책은 머리 좋은 나랏님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네 같은 민초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인사동이 무너지고 있다고 소리칠만한 자격이 있다. 세금도 내고 그들에게 월급도 주지 않는가.

글로벌 전략, 고급 마케팅, 현대와 전통의 조화, 접근성 좋은 축제, 전통 먹거리의 보존 등등 인사동을 살리고자 하는 미사여구는 수없이 많이 양산되었었고 지금도 양산하고 있다. 그런데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인 미술가들이 이곳을 떠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호황이거나 불황이거나 상관없이 인사동에서는 미술품 매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관광객과 내방객의 변화가 일어났음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문화특구, 관광특구만 만들지 말고 미술품 장사를 위한 경제특구를 만들어 봄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화랑으로 등록된 곳에서의 거래에 부가세를 면세한다거나, 영업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지 않는가. 홍콩과 비슷하게 예술품거래에 세금이 없으면 이곳을 떠나라고 해도 떠나지 않을지 모른다. 부작용과 불협화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사실, 청와대에서 인사동이 보이질 않는다. 서울도 잘 안 보이는데 조그마한 인사동이 보일리 만무하다. 그래도 인사동에 진을 치고 있는 입장에서 조용한 목소리라도 전해보고 싶다. 인사동의 주축은 미술가와 예술품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