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분야 발전방안 정책 토론회 열려
미술분야 발전방안 정책 토론회 열려
  • 고무정 기자
  • 승인 2014.05.0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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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빠진 미술계, 대학미술교육 한계, 국제전시개최 저조 등 다양한 문제 대두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달 30일 오후 예술가의 집에서 미술계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미술 분야 발전 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미술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미술 분야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체부는 창작, 미술시장, 향유 등 분야별 현안에 대한 정밀한 진단을 통해 미술 분야의 연결고리 중 강점은 살리고 취약 분야는 적극 보완하여, 미술 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조성하는 방안을 찾아왔다.

2개의 발제와 토론으로 구성된 정책토론회는 경희대학교 최병식 교수가 ‘미술시장 진단과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로 제1발표를 맡았다. 2005-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미술시장의 거품이 빠져나간 지금, 전반적인 정체현상을 앓고 있는 미술계 불황의 이유를 진단했다. 2013년 실시된 미술품 양도세와,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미술교육의 한계, 지원제도의 성과 미흡 등을 들어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이것이 단순한 개별적 문제들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단순한 불경기가 아닌, 구조적 문제에 처해있는 한국 미술시장에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미술시장에 과도하게 책정된 세제를 개선하고, 한국에 부족한 미술 감정작가를 양성, 대학 교육과정에서 보다 미술계 현장 지향적인 강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술분야의 기초학문체계의 붕괴로 전문가가 급격히 소멸되어가는 현재 한국 미술계를 살리기 위해 기초학술분야에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이어 토론자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첫 토론자 백동열 화랑협회 홍보이사는 준비해 온 토론문을 읽음으로써 토론을 대체했다. 그는 갤러리 전속작가제도의 제도화, 기획전시에 대한 지원 활성화, 소득공제 혜택 확대 필요, 미술시장의 유통구조 체제 개선, 미술에 대한 언론보도 확대, 정부의 해외아트페어 참가 작가의 지원 확대, 영문번역에 대한 지원, 미술시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이에 대한 정책 수립으로 총 8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다음 토론자인 크리스티 배혜경 한국사무소 소장은 ‘한국미술시장의 문제점과 발전방안’ 이라는 제목으로 논지를 전개했다. 국제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문제를 토대로 토론을 전개한 그녀는 크리스티에서 한국 작품을 꾸준히 받는 것은 그만큼 한국 미술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년째 발전가능성은 현실화되지 않은 채 정체되어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미술의 여러 취약점에 대해 설명한 후, 내수시장의 활성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내수시장이 너무 작고 침체되어있는 데다, 미술작품에 있어 한국적인 정체성이 부재된 상황 등을 극복하려면 국가적 차원의여러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진단 및 발전방안‘에 관해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어 토론자로 참석한 박소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술시장을 진단에 초점을 맞춰 논지를 전개했다. ‘현재 한국은 미술의 가치와 의미 부여가 부족하고, 그 결과 미술의 유통이 발전적,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는 그는 예술에 비평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비평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고객 중심의 시장구조가 작품 창작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적인 감상, 활용이 목적인 작품이 양산되는 문제를 야기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화랑의 국제전시 개최가 저조한 점을 극복하고 국내 시장에 해외고객 유입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질의응답 시간엔 여러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한 참ㅅ‘이번 발표가 전부 공보, 매개자 입장’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대중예술의 대표격인 영화는 만원 내지 팔천원이 됐고, 공연의 경우 청소년에게 만원 내지 이만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미술품에 대한 저변 확대에 노력은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는 정부 당국도 풀뿌리 미술시장을 키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있었다. 박만우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은 ‘똑같은 얘기가 10년이 지나서도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 며 자신의 감정을 밝힌 뒤, 아트페어, 아르코 나갈 때도 잡음이 많은 우리 예술도 글로벌 스탠드를 마련함으로써 인프라 차원에서도 공공부분이 시장에 관여하며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백동열 화랑협회 홍보이사는 ‘미술 시장의 투명성을 성결하고, 내수시장을 확대해 시장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고 답했다.

다음 주제는 ‘창작여건 개선 및 미술관 발전방안’ 에 대해 논의됐다. 양현미 상명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미술인이 창작활동을 함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 여러 여건을 표와 차트를 통해 설명했다. 미술인의 미술인 정규고용직 비율이 11.5%에 불과하며, 4대보험 미가입율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역설했다. 또한 공연예술에 비해 미술인의 지원금 수혜비율이 현저히 낮거나, 국공립 미술관의 부족 등 창작여건의 열악함을 알렸다. 또한 그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창작스튜디오, 창작 지원 등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와 같은 성공적 사례를 들어 미술계에 대한 지원 방향을 가리켰다.

그 뒤의 토론자로는 강홍구 작가가 자신의 체험을 들어 ‘창작 여건과 전시에 관하여’ 라는 주제로 논지를 전개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 확대와 기관의 다변화와 전시, 제작 현금 지원 기간의 연장을 역설했다. 또한 작품을 오래 할수록 팔리지 않아 쌓여가는 미술품을 처리하지 못해 곤란한 예술가에게 보관·처리 프로젝트가 절실함을 말했다.

이어 토론자 박만우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미술관 발전의 가능성과 조건을 말했다. 현재 서구 미술관은 부실한 공공재정과 더불어 시장경제의 도전을 받아내야 하는 것인 반면, 우리나라는 미술시장의 실종을 겪고 있음에 대해 역설했다. 또한 ‘미술관 존재의 이유는 컬렉션이며, 그것이 핵심인데 우리나라는 컬렉션이 너무 참담해서 고개를 들 수 없다’ 며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정체성이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미술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술관 실행의 주체가 꿈꾸고 기획하고 실현해 낼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며, 그로써 시민들에게 품격 있는 문화예술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대치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작여건 개선 및 미술관 발전방안‘에 관해 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역시 토론인으로 참석한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창작으로서의 가치가 예술가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술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인 월평균 수입액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32.5%이고, 100만원 이하의 수입이 46.5%이지만, 활동 관련 지출액이 월 평균 5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2%를 차지하고 있어 예술창작활동만으로 기본적 생활이 될 수 없을 구조임을 근거로 들어, 창작환경의 기본적인 구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다양한 의견이 터져나왔다.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미술향유층, 계발 등을 떠받칠 대중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문광부와 교육부 사이에 협력, 공조체제가 잘 안 보인다. 미술교육 기관에도 제대로 된 기준 없어 인원 감축이나 하는 것에 기준이 없다.’ 고 말했다. 덧붙여 ‘예술가들 미래의 처우, 과도한 예술인 양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찌 수요를 만드는가도 중요하다. 결국 예술향유층을 어찌 할건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고 말했다.

또한 김종범 종로 자라미술관 관장은, ‘미술관 카페, 사진관, 곤충박물관 등 사립미술관의 의미가 확대되어 현재 170여개의 미술관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다’ 며 ‘지자체에서 마구 내주는 그런 미술관보다, 세계적 기준에 부합하는 품격있는 미술관이 생기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이 날 사회를 맡은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토론에 빠진 점이 있다’ 며,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현격히 축소되고 있는 미술계 미술인들에 대해 말했다. 2014년부터 인원이 조정되어 미술창작 관련 전공이 줄어듦으로써 창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약해지는 현실을 문화부와 교육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평가에 있어 예술대학은 취업률 부분에서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술 애호가층에 대해 ‘미술 수용자가 튼튼해야 한다‘며 17세기 암스테르담, 각 가정에 12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들어 설명했다. 17세기의 네덜란드를 선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정책 연구의 필요성과, 일반인에게 그림의 떡일 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체부는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5월 말경 미술 분야 중장기 발전에 대한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