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귀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 애도의 뜻 담아 정중히 진행키로
[인터뷰 - 김귀자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 애도의 뜻 담아 정중히 진행키로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정리-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5.1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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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대중화 발목 잡는 실정 지적 “전문합창단 육성 절실, 국립마저 전속단체 없어”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 /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 영남오페라단 단장, 1981~2007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 2000~2002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등 역임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2010년 첫 시작돼 지난 2013년까지 누적관객 11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오페라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축제를 통해서는 민간오페라단에게 많은 참여기회를 주며 국내 오페라계의 지평을 넓히고, 오페라 향유 인구 확대에 기여했다. 올해 축제에는 관록 있는 민간 오페라단들의 참여가 돋보이며,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작품들과 창작오페라 등이 포함돼 국내 오페라 레퍼토리의 확장에도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귀자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축제를 이끌어오며 무엇보다도 참가 작품의 수준을 높이고 관객에게 양질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왔다.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이하는 영남오페라단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국내 최초로 <디플레더마우스:박쥐>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 <녹두장군> <집시남작>을 공연하는 등 강한 도전 정신과 자신감, 특유의 추진력으로 국내 오페라를 위해 공헌해왔다. 지난해 축제 관객의 오페라 열정이 올해에도 이어져 축제 정식 개막 전, 몇몇 공연은 이미 매진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고 그는 기자에게 말했다. 다만,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침통한 분위기 속에 축제를 보다 정중하고 조용히 치룰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살로메> <루갈다> <나비부인> <삼손과 데릴라> <천생연분> 등 독일·이탈리아·프랑스·한국 4개국의 오페라를 올려 특색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했다. 축제는 내달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 된다.

축제가 개막한 지난 2일 도곡동에서 그를 만나 축제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민들이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있고 시국이 뒤숭숭하다. 이런 상황 에서 축제 진행을 확정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진 않았는지?
“지금 나라가 축제할 분위기도 아니고, 나 또한 너무나 가슴 아프고 마음이 무거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1년 전부터 계획돼 온 축제준비를 그만 둘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럴 때일수록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 음악으로서 애도하고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화려하기보다는 정중하고 조용히 치룰 생각이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매해 관객의 열렬한 반응과 호응으로 국내대표 오페라축제로 나아가고 있다. 축제의 의의와 목표에 대해 말씀해 달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클래식으로 순화하고 정서순화를 돕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했다. 더불어 오페라인들의 화합도 기대하고 있다. 이런 막중한 의미에 비해 서울에서는 축제가 조금 늦게 시작한 면이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에서 힘을 합쳐 2010년 첫 개최해 지금까지 왔다. 점차 관객도 늘어가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

-지난해 축제와 비교해 올해 축제는 어떤 특징과 차이점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작년에는 비교적 연혁이 짧은 단체들이 참여했다면, 이번 축제에서는 연륜이 긴 단체들의 무게감 있는 무대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해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한국 등 각 나라마다 특색 있는 오페라를 올리도록 했다.”

-축제 조직위원장으로 지난해부터 함께해왔다. 자리에 오른 뒤, 가장 먼저 바꾸려고 했거나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축제 참가 오페라단은 공모를 통해 모집, 선정된다. 이때 심사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축제가 끝난 뒤에도 평가는 계속 이어져 다음 축제 참가자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축제의 질을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다. 참가 오페라단들은 각각의 오페라단장들이 열심히 이끌고 준비하겠지만, 그 중간에 축제조직위원회가 많이 간섭을 하게 되는데, 이는 엄격한 심사를 위해서라는 거다. 누가 봐도 무대에 오를만한 팀이 올랐다는 인상을 줘야하지 않겠나. 또한 특정 오페라단만 주목을 받기보다는 더불어 발전하자는 뜻에서 직전 축제에 참여했던 팀은 연이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있다. 여러 단체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세계무대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작품들을 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언제부터인가 국립오페라단에서 지휘자, 연출자, 주인공까지 거의 외국에서 초청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민간 오페라단 역시 그렇다. 국내 인재들은 뒷전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내 성악가들의 실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우수하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성악가들이 없으면 무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역량이 아주 우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질문대로 국내 여건이 그런 게 사실이다. 유럽이 오페라의 본고장인데, 그들의 무대를 보고 배우고 교류하는 점이 좋기도 하나 너무 그들 위주로 돌아간다면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이는 바뀌어야한다. 당연히 바뀌어야하는데,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다. 관객들은 오페라 연출진이나 출연진에 외국인이 있어줘야 더 대단한 공연이라고 생각해주고, 호응해주곤 한다. 관객인식과 함께 변화해야할 부분이다.”

-10여 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보다 먼저 국내 오페라축제를 시작했다. 이 축제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인가?
“대구축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일괄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행사를 만든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전국 공모를 통해 참가단체를 모집해 각각의 오페라단이 축제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 또 대구축제는 대구시와 문화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데 비해 우리 축제는 대구축제의 그것에 반도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겉으로 구별되는 점 외에도 이렇듯 내부 환경에 더 큰 차이점이 있는 거다. 그러니 대구축제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린 축제 참여 오페라단에 돌아가는 돈도 너무 적고, 예술의전당 대관료 감당하기도 벅차다. 대구축제조직위는 예산이 많으니 보다 일하기가 수월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축제에도 더 많은 지원과 예산집행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립오페라단 등이 나서서 창작오페라에 대한 노력은 계속 하고 있으나, 레퍼토리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들린다. 국내 창작오페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나?
“정부의 오페라 행정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형식으로 이어져온 부분도 있다고 본다. 창작오페라에 대한 무조건적인 욕심으로 무작정 공모하고, 또 뽑고 하는 식이 반복되면서 작품의 레퍼토리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저 형식적으로 상을 주는데 급급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면 적어도 2~3년은 소요된다. 하지만 1년 만에 뚝딱 만든 작품들이 해마다 쏟아지고, 그게 레퍼토리화커녕 한번만 공연되고 사라져버리곤 하더라. 작품을 하나만 만들더라도 내실 있는 작품을 만들어 레퍼토리화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양보단 질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페라연합회에서는 빠르면 올해부터 창작오페라축제를 개최하려고 한다. 오페라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작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국내 창작오페라를 나중에는 해외로 진출시키고, 수출시킬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허나 오페라는 여전히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상황. 오페라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더 자주 공연돼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부담 없이 가고 즐길 수 있는데, 오페라는 공연 횟수가 너무나도 제한적이지 않나. 그래서 더욱 더 문턱이 높은 거라고 본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오페라는 한 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돈이 많이 든다. 대부분 재정적인 어려움에 쫓기며 무대를 만들기에 기껏해야 서너 번 올리는 거다. 거기에다가 좌석은 꽉 차지도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공연 횟수가 늘어나야 오페라의 폭도 넓어지고, 일반 관객을 위한 대중적인 작품, 전문가를 위한 작품 등 다양한 수준의 무대가 이뤄진다. 그러면서 티켓소비도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대중들과 오페라가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오페라단의 현실이 열악한 것으로 안다. 전문합창단 수요도 부족하고, 덩달아 합창단의 대우도 열악하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다보니 작품 수준까지도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곤 한다. 오페라의 대중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열악한 실정에 대해 말씀해 달라.
“전문오페라합창단과 전문오페라오케스트라가 아주 절실하지만, 공연 때마다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단체들이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없이는 오페라도 없는데 그런 전문단체들이 일회성으로 참여하고 떠나버리니 매 공연마다, 매 연습마다 새로 구성하고 그래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작품의 질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전문단체는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육성돼야 한다. 이것부터 해결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역시 정부예산이 뒷받침돼줘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관객이 오페라를 봐야하는 궁극의 이유는 무엇인가?
“오페라는 400년 전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 만약 오페라가 필요 없었다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올 역사도 없었을 거다. 우리의 정서순화를 위해 오페라뿐만 아니라 클래식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문화가 범람하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심한 이 시대에 보다 고차원적인 문화도 즐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오페라를 통해 정신을 치유 받고, 차분한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본인에게 오페라란?
“일생을 오페라와 살아왔고, 그것 외에는 생각해 본 적 없다. 성악가로서, 교수로서, 단장으로서 마치 운명처럼 지내온 것 같다.”

-꿈은 무엇인가?
“현제명 작품의 <춘향전>을 새롭게 편집해 아리아를 창으로 바꿔서 올린 적이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지휘자 최선용 씨가 편집했고,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 명인으로 출연했던 권원태 씨가 공연 시작에 줄을 타며 등장해 관객을 확 사로잡으며 시작한다. 춘향전이라고 해도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춘향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서양화한 오페라가 아니라 우리 전통 국악과 서양음악이 어우러지며 우리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를 유럽에 가서 오페라의 본고장 무대에 올리는 게 꿈이다. 오페라로서의 매력과 박진감 넘치는 재미가 있는 이 작품이 유럽에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