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나라님 제발 고정하지 마시옵서소.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나라님 제발 고정하지 마시옵서소.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05.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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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던 이나, 보통사람 믿어달라고 했던 이나, 29만원 밖에 없다던 이나,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하다고 했던 이들 모두가 거기서 거기다.

나라의 최고수장을 욕하면 안 된다고? 나라의 대표를 욕 먹이면 곤란하다고? 웃기는 소리다. 욕먹을 각오도 없이, 책임질 능력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폼만 잴려고 그 자리에 오른단 말인가. 민초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그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나라님이라고? 나라의 임자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나라님의 자리는 여의도가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다.

세상살이가 너무 팍팍하다. 팍팍하다 못해 돌 씹는 듯 하고, 먼지 날리는 모래 한 움큼 머금고 쿨럭거리는 형상이다. 예술가는 정치에 무관하고 문화예술은 경제와 멀어져 있다고 아무리 가르치고 계도해도 세상이 변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정치에 관심 없다고, 시사 보다는 정신을 위한 줄 하나 더 긋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던 이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두란다.

제발 한국을 떠나서 살고 싶다는 이들이 속출한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창피하고 겸연쩍다고 고개를 숙인다. 세상살이가 요즘 같다면 차라리 한국사람 아니고 싶다. 무엇하나 자기 자리를 잡는 이도 없고, 자기자리를 책임지는 이도 없다.

미술시장이 무너졌다고? 경기가 없다고? 양도세가 어떻고, 위작시비가 어떻고? 이런 것들 다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부모들 억장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이 꺾이고 생활의 가치가 사라지고 없는데 무슨 예술이고 문화란 말인가. 차라리 지들끼리 잘 먹고 잘사는 세상 이라면 지들만 잘 먹고 잘살면 되지 왜 쓸데없이 선거라는 것을 해가지고 책임지겠다고 해서 이러한 사단을 만드는가 말이다.

미술계 뿐만 아니다. 세상이 다 총체적 부실이다. 미술칼럼에 살아가는 이야기 쓰는 것이 마뜩치는 않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부모로서의 감내할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많은 기대가 있었다. 문화를 이해하고 창의정신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정치에 별반 관심이 없어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문화정책에 대한 귀는 언제나 쫑긋 거렸다. 창조경제를 통해 고용 창출과 행복한 국민을 만들겠다고 하였었다.

2018년 2월까지가 임기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하고 싶지 않다. 사회통합과 정신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모범이 되는 성숙한 국가로 신뢰받는 모범 국가가 되겠다 했으므로 그래도 그 믿음은 가져보고 싶다. 아직 1년하고도 조금 더 넘긴 기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융성과 문화가 살아있는 삶을 강조한 현 정부를 여전히 믿어보고 싶다. 그런데 세상인심이 흉흉하다. 안정만을 위해서 희구하던 중산층의 삶을 힘들게 한다.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의 정신이 가라앉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긍정적이며 안정을 희망하는 대다수 미술인들과 여기에 자신의 정신을 위해 남에게 잘 간섭하지 않는 연세든 미술인들까지 아픈 마음을 달래기 시작했다.

미술계에 종사하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모두 차치하고 ‘문화 융성과 문화가 살아있는 삶’이라는 말 만이라도 살려두었으면 좋겠다. 현 정부에서는 문화를 함께 누리자는 말을 했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것이 문화라 했다. 세계가 즐기는 한국문화를 구축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나라님인 줄 안다. 2018년이 지나면 또 누군가 나라님을 위해 자신의 한 몸 몸 살라 정치 잘 해 보겠다고 나설 것이다. 나라님은 백성이며 민초들이라고 그렇게 주장하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 순간 그들은 자신이 '나랏님'인줄 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무엇이며, ‘창의한국’이라는 대 명제에서 ‘창의’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물어보고 싶다. 아는데 말로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은 차라리 모르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