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잔인한 봄날의 꿈 ‘세월호 참사’ … 전국민 예술적 치유와 위로가 필요
[전시리뷰]잔인한 봄날의 꿈 ‘세월호 참사’ … 전국민 예술적 치유와 위로가 필요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4.05.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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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기다리던 우리들의 봄날은, 잔인했다. ‘세월호’의 비극은 실종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을 넘어 온 국민이 한 명이라도 살아서 구조되는 ‘기적’을 간절히 기다렸다. 생때같은 내 새끼 살려 달라는 울부짖음은 진도 앞바다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전국이 분향소로 변했고, 세계도 생존자의 기적에 집중했다. 하지만 250명이 넘는 탑승객이 시신으로 인양되고, 50명이 넘게 실종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적’을 기다리기보단 슬픔에 격한 감정이 폭발할 수 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탑승객을 대피시키고 구조했어야 할 선장과 승조원들의 무개념에 기가 찼고, 구조당국의 늑장대응과 무능력한 정부에 분통이 터졌다. 참혹한 사건 틈으로 진동하는 썩은 내 가득한 비리의혹, 언론사 마져 우왕좌왕 오보를 쏟아냈다. 모두가 쇼크 상태였다. 매일같이 SNS에서는 ‘살인방조’ 청해진해운 직원들의 탈출 장면에 치를 떨었고, 세월호 실소유주 세모그룹 비리의혹에 분노하며, 사고에 대책 없는 무능력한 우리정부를 비난하며 분개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상심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에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지난 28일부터 이번 참사로 큰 상처를 받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예술이완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림그리기와 예술적 기법을 적용한 심리적 안정을 돕는 예술심리치료의 일환이다. 후배를 잃은 고3학년 아이들은 이날 ‘바다’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후배와 스승을 잃은 슬픔과 분노, 그리움과 애도 등 세월호 참사로 감당해야했던 우리아이들이 내면의 바다를 가감 없이 표현했다고 한다.

열흘이 넘게 방송에서 쏟아내는 비극을 감당해야 했던 국민들도 ‘세월호 악몽’에서 쉽게 일상을 찾기가 어렵다. ‘세월호 후유증’은 집단적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불같은 성향을 지닌 우리 국민에게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었고 눈앞에 벌어진 비극에 격해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게다가 이번 참사에서는 정부발표의 번복으로 불신감과 불안감을 더 키워 국민들이 느낀 쇼크는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우울증, 상실감, 의욕상실 등 미소 짓는 일상이 힘겨운 지금 우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치유이다. 모두에게 치유와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이다.

▲pumpkin, 쿠사마 야요이

강박증과 집착증, 환영을 보며 평생 공황장애로 투병하며 살아온 아티스트의 전시가 열린다. 지금 우리가 ‘세월호 후유증’으로 겪고 있는 불안의 고통을 평생 감당해온 예술가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필자는 지금 우리들에게도 충분한 자기치유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되도록 빠른 시일 치유가 되어야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를 통한 예술치유가 어렵다면 예술작품을 통한 자기치유를 권한다. 성인이라면 충분히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고, 상처받은 내면을 보호할 수 있는 스스로의 치유가 가능하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도트무늬 작가 쿠사마 야오이(Kusama Yayoi) 전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트무늬를 통해 자기만의 병적인 세계를 세상까지 확장시킨 작가의 작업이다. 쿠사마 야오이는 어둠 속에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이 벽면을 타고 자신의 몸으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늘 반복되는 공포 속에서 내 몸을 통과해 나가는 원형의 넋을 벽에서 끄집어내서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단다. 그녀의 작품 속 ‘땡땡이’ 도트무늬는 그녀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원형의 넋을 그린 것이다.

‘내가 꿨던 꿈(A Dream I Dreamed)’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열어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전시로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1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열 살부터 정신착란증을 앓았던 쿠사마 야오이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신의 정신병은 작업을 통해 치유되었다며 그 단계를 환각-망각-상처-치유로 이야기 한 바 있다. 전시에서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단계, 환각과 망각, 상처와 치유로 감상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처럼 간접경험도 충분히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예술치료에서는 외상이 있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치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편안함이 느껴지는 음악을 듣거나 밝고 유쾌한 그림, 위로가 될 수 있는 명화들을 찾아 감상하는 것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조건 피하기 보단 생각을 정리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내가 꿨던 꿈(A Dream I Dreamed)’ 쿠사마 야오이의 전시 제목처럼, 우리아이들이 품었을 꿈을 어른들의 부정과 이기주의로 공포에 집어넣는 걸로도 모자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지금의 상황을 경헝한 우리아이들에게 2차적인 고통이 없도록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치유와 위로에 힘써야 할 때이다.

“세월호 참사로 꿈을 잃은 모든 희생자분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