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재단 중심으로 용인 문화타운 만들겠다”
[인터뷰 -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재단 중심으로 용인 문화타운 만들겠다”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6.0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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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공연 초연 및 상설공연 등 차별화 내세워 시민들 눈도장

올해 출범 2주년을 맞은 용인문화재단은 각 공연장 별로 공연장의 특성에 맞는 연극, 무용, 음악,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구성해 폭넓은 관객을 개발하고 공연장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또한 공연장을 벗어나 길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거리 아티스트와 창의예술체험교육, 실버참여예술제, 용인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펼쳐왔다. 이는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용인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 재단의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용인은 서울만큼 면적이 넓으면서도 신도시와 구도시의 구분과 차이가 극심한 양상을 보이는 곳이다. 신도시와 구도시의 갈등이 심한만큼 지리적으로도 떨어져있지만 생활도 사고방식도 서로 구분된다. 거기다가 지역민들은 오히려 용인을 벗어난 외부에서 문화를 즐긴다는 통계가 나오는 곳, 즉 문화 정체성을 찾기 힘든 지역이 바로 용인이다. 2012년 용인문화재단 초대 상임이사로 취임한 김혁수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3년째 재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이러한 용인의 특징을 간파하고, 단순한 보급형문화가 아닌 직접 투자에 나서는 등 재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동 창출+공급할 수 있는 공연 등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왔다. 그 결과, 세계적인 대작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버전 공연, 국내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 태권 퍼포먼스 <한빛>, 유러피언 뮤지컬 <로스트 가든> 등을 공동 주최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국내 초연 무대를 가졌다.

포은아트홀에서 포즈를 취한 김혁수 대표이사

또한 포은아트홀을 비롯한 문화예술원, 문예회관, 죽전야외음악당 등 문화예술시설 5곳을 통합 운영해 전문 공연장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더불어 고급 콘텐츠의 서울 공연을 위한 Tryout 개념의 뮤지컬을 유치해 짧은 기간에 용인문화재단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외에도 고음악의 거장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를 맡은 샹젤리제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베토벤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베토벤시리즈> 등 상설 공연을 운영해 다양한 장르와 심도 깊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고품격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부상했다. “예산 넉넉지 않아도 공연 올릴 수 있고, 교육사업도 이뤄지더군요. 몸으로 때울 인적자원과 하드웨어가 있으니까 가능했던 거죠. 대신 뒤에선 우리 직원들이 고생 다 하고… 이게 며칠하고 끝낼 일도 아니고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까지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도 열심히 하니까 관객들이 알아주시고 와주시더라는 겁니다. 올해에는 지난 2년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형 공연을 공동주최와 대관의 형태로 유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이런 와중에 재단은 올해부터 포은아트홀의 대관료를 10~30%가량 인하하기로 결정, 발표해 공연예술단체들의 눈길을 끌었다.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면 받는 사람은 불만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최대한 동등한 입장으로 가자는 생각에 대관료 인하까지 오게 된 겁니다. 물론 그만큼 대관료 수입이 떨어지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이렇게 해야 용인문화가 살아날 거라고 봅니다. 여기서 수익창출을 꿈꾸기보다는 용인예술단체들과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는 걸 목표로 잡았다고 보면 됩니다.”

감성놀이터 미술놀이에 참가한 어린이

재단은 지난 3월 포은아트갤러리를 개관했다. “가만 보니 시각예술분야 예술인들이 활동할 곳이 마땅히 없더라고요. 앞서, 문예회관 지하에 레지던시를 만들어 상주작가를 두고 있었는데, 그럼 수순은 전시공간 아니겠습니까. 공연장은 자리 잡았으니 여기에 갤러리까지 만들면 죽전역 앞을 문화타운으로 만들고 싶은 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었죠.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시장님께서 문화를 알고 문화를 밀어주려는 분이시거든요. 전시실을 만들려면 돈이 있어야하는데, 그 돈이 도저히 나올 데가 없어서 직원성과급을 한해 걸렀습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흔쾌히 응해줬고 십시일반 돈도 내놔서 만들 수 있었던 갤러리라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 전시일정은 꽉 찼고, 내년부터는 기획전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약 176평의 규모로 용인포은아트홀 전면 우측에 위치한 포은아트갤러리는 용인을 대표하는 복합전시관으로, 용인 시민에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및 예술인에게는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6월 6일부터 8월 29일까지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전 <사계절 놀이터 콩알콩알>이 진행된다.

김 대표이사는 문화예술향유 기회 제공과 더불어 예술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이 운영하는 ‘창의예술아카데미’는 올해 회원 수 1천명을 돌파하기도 했단다. 어린이들을 위한 통합예술교육,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악기, 미술 프로그램들로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올해에는 탭댄스, 전자커퍼션, 비트박스 등 더욱 알찬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되는 기염을 토했다. “어린이, 주부, 실버 등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을 대상으로 창의형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 중입니다. 특히 실버전문교육은 과목을 따로 두지 않고, 어르신들의 은퇴 전 직업과 현재 니즈를 설문, 종합해 ‘실버참여예술제’에 연극으로 만들어 올리고 있어요. 전문예술교육단체가 직접 나서서 진행하는 눈높이맞춤형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부터는 ‘시니어예술소통한마당’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콘셉트와 내용은 전과 동일합니다. 또한 지난해 실버참여예술제 교육 수료대상 단체가 관내 어린이집, 유치원, 노인 요양시설, 병원 등을 찾아 선보이는 공연도 준비 중이고요.”

음악아카데미 강의실 풍경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문화융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문화의 날)로 지정돼 국공립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해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 문화재와 국립공연시설, 국공립도서관 등 전국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거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야간개방, 문화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그야말로 문화융성이 화두인 요즘이다. 김 대표이사는 이런 정부의 문화정책은 적극 환영하지만 실상은 용인에서 느끼는 정부의 문화정책이 한없이 멀다며 회의감을 표했다. 과거의 ‘하향식 일회성 지원 방식’이 현 정부의 문화 정책에서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또는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사업화되고 직접 예산이 집행되는 기본적인 구조는 여전한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문제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실이라며, 광역 문화재단을 떠나 기초 문화재단에서 느끼는 정부 정책에 대한 거리감은 너무도 멀다고 그는 말했다. “강남이나 용산에서는 실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여기 용인이나 지방에서는 힘듭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일단 시민들이 제시간에 퇴근을 해야 문화의날을 즐길 수 있는 건데,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잖습니까. 아무리 문화의날 공문이 내려오고, 문화융성 예산이 엄청나다고 해도 우리는 정작 받는 혜택이나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지원이 절실하죠. 성공적인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하향식 예산지원 정책을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 맞춰 시민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스며드는 교류형 문화정책을 지향해야 합니다.”

용인문화재단은 용인지역은 물론 타 지역 문화재단을 비롯해 예술단체 및 기업 등과 문화 교류 사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재단은 201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1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토대로 교류형 문화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경기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펼쳐진 <용인 뮤지엄파크페스티벌>은 지자체 네트워킹이 이룬 성과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박물관 밀집지역에서 용인문화재단의 대표 문화예술 콘텐츠인 ‘용인거리아티스트’가 함께 만나 신명나게 어우러진 시민참여형 페스티벌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반응이 아주 좋아 올해엔 더 확장해서 개최하려고 합니다. 네트워킹을 강화해 오산과 화성도 뭉쳐보면 어떨까 구상 중이에요. 오산에서는 미술을 테마로, 화성은 공연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전국 문화융성으로 나아가는 발판인 거죠. 경기문화재단에서도 갑의 역할이 아닌 진심으로 나서서 동등한 입장에서 도와주고 있답니다.”

이외에도 용인문화재단과 용인연극협회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찾아가는 소설명작극장>은 경기문화재단, 평창문화예술재단, 춘천시문화재단 등과의 협력으로 범위를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 시행함으로서 문화융성의 풀뿌리 역할을 자청했다. 특히 김 대표이사가 직접 쓴 희곡작품으로 올리는 공연이라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2014 행복수업>, 용인상공회의소와 함께 하는 <예술로 만나는 기업인들의 신년축제>, 농협용인시지부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찾아가는 예술교육> 등이 있다. 이처럼 지역의 풀뿌리 단체가 서로 연계한 다양한 문화사업은 일회성 하향식 예산지원 방식의 단점을 벗어나 함께 동등한 입장에서 향유하는 교류형 문화사업으로 문화융성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김 대표이사는 힘줘 말했다.

키즈 인비또 콘서트 공연 모습

재단의 여러 상설프로그램 중 효자공연은 단연 <마티네 콘서트>이다.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의 창시자인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과 이택주 이대 교수가 뭉쳐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을 감미롭게 채우고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한 공연이었지만 매번 티켓이 매진되며, 용인의 분위기를 밝고 낭만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까지 들린다니 김 대표이사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지난해 메트 오페라 실황 공연 상영으로 첫 선을 보이자마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상설 공연으로 발전한 <씨네 오페라>도 포은아트홀의 떠오르는 인기프로그램이다. 또한 유아동을 대상으로 한 <키즈 인비또 콘서트>와 <토요키즈 클래식>은 자녀와 함께 관람하려는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포은아트홀의 관객점유율은 74%이다. 김 대표이사는 고무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연장 가동율이나 입장료 수입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기공연을 자주 해서 50%는 넘기지만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전국 순회하는 공연을 유치해야 가동율도 올라가고 수익도 좋을 텐데, 대부분 성남아트센터로 가는 실정입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가 1800석, 포은아트홀은 1200석인데… 올해부터 대관료도 인하했고, 부대시설 사용료 중 일부를 기본 대관료에 포함시키는 등 대관 규정도 완화했으니 공연예술 관계자분들이 포은아트홀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김 대표이사는 용인시민들이 용인 내에서 문화를 즐기지 않고 외부로 나간다는 통계결과를 언급하며 용인시민들에게 당부드릴 말이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을 조사해보니 많은 시민들께서 용인에서는 즐길 문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성남아트센터나 경기도문화재단 등으로 빠져나가시더군요. 하지만 우리 재단이 <레미제라블>이나 <해를 품은 달>을 올리니 많이들 와주시는 걸 보고 힘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좋은 공연 올리고, 좋은 교육 운영할 테니 제발 용인 내에서 누려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용인의 문화가 발전하고 문화수준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두 번까지도 와봤는데, 영 아니다 싶으시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일단은 와 보시고 칭찬을 해주시든 질책을 해주시든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