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간송문화재단, 간송의 뜻을 담은 DDP전시… 우리의 정체성 찾기 성공!
[전시리뷰]간송문화재단, 간송의 뜻을 담은 DDP전시… 우리의 정체성 찾기 성공!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4.06.06 2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 년에 두 번, 6개월의 기다림 끝에 짧은 만남에 아쉬움으로 기억되어 온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귀하디귀한 우리의 유물들이 거대 우주선 같은 건물 속에 최첨단 보존기술 아래로 거처를 옮기며 문화재 보존을 되새김질 하는 가치 있는 전시로 새롭게 탄생했다.

간송미술관의 전시에 대하여 필자는 지난해 본 지 컬럼을 통하여 문화보존의 가치를 언급하며 미술관 보존의 환경실태를 고발(2013년 10월 24일자 기고)한 바 있었다. 같은 해 문화재단 발족을 앞두고 간송미술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는 재단의 숙명적 과제(2013년11월18일자 기고)에 대하여 ‘간송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었다.

진작부터 이번 전시에 관심이 컸던 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공간 내에 펼쳐진 간송의 새로운 전시에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참는 데에 인내했고, 비정형적이고 역사적, 문화적 이질적인 이 우주선 같은 건축물 속에 우리의 문화유산을 바로 바라보기 위해 문화적 환유(換喩)에 대한 가치관도 다시 정립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전에 선보이고 있는 김홍도 하회창정

DDP개관과 함께 이슈가 됐던 간송미술관 전시는 간송이 소장한 유물 가운데 핵심이 될 만한 가치 높은 문화재로 구성됐음에 주목해볼 만했다. 100여점의 소장품이 소개됐지만, 간송이 소장한 작품 가운데 그리 많이 전시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작품 수 만큼 전시동선 또한 매우 짧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과 ‘혜원전신첩(국보135호)’ 등 국보급 유물 다수와 8m 가 넘는 심사정의 ‘촉잔도권’ 이 대중과 마주했다는 데에 주목해볼 만하다. 게다가 가장 우려했던 문화재 보존을 우선시 하는 전시연출에 있어서는 국내 최대 첨단기술이 도입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보람 된 시간이었다.

그 간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는 작품의 보존을 앞세워 관람객의 불편을 초래하거나 불쾌한 전시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종이나 천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조명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유난히 어둡고 컴컴한 조도로 관람에 불친절했었다. 조도뿐이겠는가. 작품을 보존하는 수장고는 클린룸(clean room/ 청정실(淸淨室))이지만 전시실로 노출되는 환경에서의 작품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관람 인원을 제한하기도 했었다.

미술품 보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미술관은 삼성갤러리 리움(Leeum)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리움도 관람객의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친절한 미술관으로서 노력을 기울이며 보존에 대한 경계를 완화하기 시작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송문화전은 관람객에게 친절한 전시로 작품 보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작품의 복원 상태도 그간 봐왔던 전시와는 사뭇 다르다. 작품의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선에서의 복원구분을 확실히 표시하였고, 유물의 원형을 보존한 데에 기술 또한 달라졌다는 판단이다.

작품 하나하나 훼손 정도에 따라 LED 조명의 조도를 적절히 활용한 것도 섬세한 기술의 배려라고 판단된다. 8m 가 넘는 작품을 클린케이스를 제작해 넣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클린케이스로 제작된 전시선반 역시 온습도 관리뿐만 아니라 케이스 내부 팬(fun)이 작동되도록 제작해 공기 순화까지 고려한 흔적이 영역하다. 국내 문화재 전시에서 놀라운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1926년 일본이 흥인지문과 광화문 사이 성곽을 부수고 경성운동장을 세운 터에 지어진 DDP는, 2003년 운동장이 아닌 풍물시장으로 새로운 한국의 길거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2007년 서울시가 ‘노점상 밀집 구역’으로 풍물시장이라는 서민문화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새 건축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DDP는 외국작가의 실험무대로 탄생하게 되었고, 그 비정형적 공간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는 생생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전시였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 늘 한결 같던 ‘비밀의 화원’ 간송미술관을 우리들의 추억으로 가슴에 담아두었지만,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우주선 속에서의 간송과의 독특한 만남도 매우 신선했다. 이질적이고 불편한 전시가 아닌 신선하고 도전가치가 있었다는 간송문화전의 긍정적인 평은, 전시개관 3주 만에 관람객 100만 이상이 간송의 역사를 관람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전시의 인기 비결 또한 ‘우주선’에서 즐기는 전시감상이 아닌 우리문화에 관심을 갖고 우리 내면에 숨겨진 감성코드로 정체성을 찾으려는 대중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소 부담스러웠을 이번 DDP 전시공간에서의 간송문화재단의 첫 전시는 신기한 우주선 속, 우리의 정체성과 교감이었기에 훌륭했다고 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