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 담은 고은 詩 ‘만인보’ 23년 만에 탈고
민족사 담은 고은 詩 ‘만인보’ 23년 만에 탈고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7.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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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0권,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의 역사적 인물 조명


지난해 등단 50년을 맞았던 한국 시단의 거목 고은(76) 시인이 민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시집 <만인보>를 최근 탈고했다.

2007년 26권까지 출간된 <만인보>에는 총 3,285편이 실렸는데, 시인은 27∼30권에 실릴 500여 편의 마지막 원고를 지난 2일 탈고했다. 23년 만에 총 3800편, 30권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후 쓴 500여 편은 27∼30권에 각 권마다 120여 편을 실어 내년 초에 완간할 예정이다.

이번에 쓴 시들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살아간 역사적 인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30권의 마지막 부분에는 조선시대 비운의 왕 연산군을 통해 권력의 허망함을 노래하고 있다.

<만인보>는 고 시인이 1980년 여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됐을 당시,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시를 통해 형상화하고 싶다는 염원에서 시작됐다.

1986년 1~3권이 출간됐는데, 1~9권은 1930~40년대, 10~15권은 70년대, 16~20권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21~23권은 80년대를, 그리고 24~26권에서는 시인이 승려생활을 하는 동안 산중에서 만난 이들을 주로 다뤘다.

<만인보>는 ‘시로 쓴 민족의 호적부’, ‘한국문학사 최대의 연작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영어ㆍ독일어ㆍ스페인어ㆍ스웨덴어 등 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으며, 스웨덴에서는 외국 작가로는 토마스 만 이후 100년 만에 처음으로 중ㆍ고교 외국문학 교재로도 쓰이고 있다.

창비는 내년 초 30권 완간을 기념해 인명색인 등 자료집 발간과 심포지엄 등의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며, 고 시인은 내년부터 시도 소설도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처녀>라는 독특한 작품을 집필할 계획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