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파다프 개막작, 몸으로 표현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공연리뷰] 파다프 개막작, 몸으로 표현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 인순환 객원기자
  • 승인 2014.06.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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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하나O.N.E>은 황금길(Golden Trail), 암호81(Coding 81), 몸과 진동(Bodies & Vibartion) 세가지를 조합하여 '디지털과 아나로그 사이에서 춤추는 인간들의 몸짓이 다시 하나의 조합으로 엮어냈다. 무대가 열리자 81이라는 우주적인 숫자를 의미한다는 9명의 남녀 무용수가 각자 평상복 같은 차림으로 등장했다. 무대에서 집체 훈련 같은 자세로 방향을 바꿀 때 마다 매번 두 사람은 다른 방향을 보는 형식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무대는 둘씩 짝을 이뤄 나눠지던 두 팀은 다시 하나가 되는 듯 하다. 단순한 숫자놀이 무대가 아니다. 나뉘었다 합쳐졌다를 반복하며 수학의 미적분을 예술로 승화시킨 듯, 철학이 가득 담긴 무대는 우주의 문고리를 잡아 당겨보기도 한다. 이번엔 두 명의 무용수가 합류했고 코러스와 해금 연주가 합세하니 작품에 담긴 내용이 더 잘 표현된다.
  그러다 갑자기 각자 의식의 껍질을 벗는 것인지 입고 있던 평상복을 모두 벗고 그들 모두 같은 모습으로 하나가 되었다.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 하나라는 것을 암시하는 표현이다. 현란한 무대가 좁게 느껴질 즈음 무대에서 두 남녀만 남는다. 둘은 시선을 주고받으며 가까이 있지만 핸드폰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인터렉티브 테크놀로지와 자연과의 조화,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21C형 자화상이다. 안무는 서울예술대학 무용 초빙교수 레나타 쉬퍼드(Renata Sheppard), 연출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 초빙교수 안드레아 파치오토(Andrea Paciotto)가 맡았다. 

개막작의 두 번째 공연은 이장호 감독의 영화 <시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배우 오광록의 연출이면서 동시에 세 명의 무용수와 출연한 특이한 무대다. 안무는 세종대 김형남 교수가 참여했다. 무대의 네모난 조명은 개인이 어떤 틀 속에 갖혀 있는 것인지 사회로부터 고립된 것인지 또는 협소한 공간적 의미도 내포된 듯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졌다. 그리고 그 안에 오광록이 있었다. 그를 드넓은 세계로 꺼내주려는 듯 조하나 무용수가 가까이 다가가면서 구미나와 배민우도 합류한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밀려 왔다 가듯이 무대 배경과 4명의 무용수는 지구에 왔다 가는 것을 생명과 평화에 대한 영혼의 울림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해 냈다.  "모든 성전에는 독이 묻어 있구나!" 외치는 듯한 몸짓은 절규에 가까웠다. 마치 하늘로 바다로 힘든 여행을 하는 듯한 무대에 가득한 동·서양 음악의 조화는 마치 모든 긴장을 풀어주는 최음제 같았다. 장영규 음악감독의 역할이 빛났다. 이 두 무대가 끝나는 아쉬움을 이달 21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문화 콘덴츠와 융합예술 파다프 포럼에서 토론으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무대는 우리 삶을 조명하는 거울 같은 것이다.

파다프 축제는 세 번째 페스티벌까지 한선숙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준비했었다. 뭐든 열심히 하면 누구라도 돕고 싶게 된다. 그 결과 이번 4번째 파다프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협조와 송현옥 교수가 공동위원장자격으로 참여했다. 송현옥 위원장의 말대로 무용, 영화, 연극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즐길수 있는 무대이다. 제 4회 파다프의 대상을 차지한 박수정 안무의 <나비가루>는 7월 20일 노을 소극장에서 시상식과 함께 공연 후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