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생물이다_레스터대학 학술회의 의미
박물관은 생물이다_레스터대학 학술회의 의미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6.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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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늘 그렇듯 진도 해상 참사가 6·4지방선거 등의 이슈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에서 살짝 비켜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아직 희생자를 다 발견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세월호가 온 국민을 포박한 채 깊디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듯했던 지난 5월. 박물관학으로도 역사가 깊은 영국 래스터대학(University of Leicester)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2014년도 국제학술회의에 대한 것으로, 국가적 참사로 5월 18일~20일에 개최예정이었던 「제8회 한국박물관국제학술대회」가 연기되었기에 더 관심을 갖게 했다. 래스터 학술회의의 이번 주제는 ‘살아있는 박물관! 박물관이 살아있는 존재처럼 행동하는 방법탐구(Museums Alive! Exploring how museums behave like living beings)’이다.
  내용인즉 유기적인 생물에서 나오는 단서를 박물관에 대입해 탐구하고자하는 것으로 박물관을 살아있는 존재로 가설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유기체가 복잡한 에코시스템(Eco systems)에서 독립적으로는 살아갈 수 없듯 박물관도 내부의 연구자, 해설사, 자원봉사자는 물론 관람객, 주변 환경 등에 의해 다채로운 생명성을 부여받게 된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따라서 박물관은 지속적이고 직간접적으로 내외부로부터의 환경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 나아가 변화를 위한 촉매 역할도하여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박물관!-변화(Migration)를 전제로 한 박물관별 프로젝트(래스터대학 학부에서 수행하고 있는 Migration Museum Project이기도 함)와 협력하여 박물관이 살아있는 존재처럼 행동하는 방법 등을 탐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발상이 신선해 보이는 이번 대회는 11월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오늘날 박물관에서 가장 독창적인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Migration Museum Project와 협력하여 박물관 학부와 레스터대학이 주도하는 여섯 번째 회의이다.
  전년도 대회가 ‘의식생활, 오픈시스템, 유기진화(Conscious Living, Open System, Organic Evolution)’라는 주제로 필자에게도 재미있었던 주제여서 올해도 기다려졌다.
  필자는 지난 호 컬럼에서 세월호 참사가 가져올 박물관의 유기적 환경에 대해 스팬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社會進化論, Social Darwinism)에 빗대 서술한바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래스터대학 학술회의의 주제는 필자의 견해와 일정한 궤를 같이하고 있다하겠다.
  래스터 학술회의가 표방하는 담론을 세부적으로 보면 첫째, 인간과 주변 환경의 의식이 박물관의 유기적 진화를 생활 개방형 시스템으로 어떻게 유도하는가의 화두로 시작되는, 어떻게 박물관이 자신의 정체성을 대내외적으로 형성해 나아가는가?, 생물의 공존적 생태환경에 대입할 때 박물관은 넓은 에코시스템과 어떻게 관계하는가?, 우리는 그 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박물관은 어떠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가?, 그렇다면 진화의 과정에서 박물관에는 돌연변이도 일어날 수 있는가? 끝으로 우리가 박물관은 어떠한 수명주기를 보여주는가?
  둘째, 박물관은 어떻게 그 정체성울 생성하며, 지역사회에 의해 구현되는가를 주제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박물관은 변화하는가? 또 그에 따른 활동방식과 운영철학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박물관은 사람의 신체와도 같은 시설과 소장품을 통해 어떻게 방문자와 대중을 감지하고 통합해 가는가?
  셋째, 우리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유기적 관계(Context)와 어떻게 살아가며 이를 정의 할 수 있을까?와 연계된, 박물관은 외부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어떻게 박물관은 협력하고 타 종(種)과 경쟁하는가?, 박물관은 중립(객관성)을 유지하거나 특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는가?, 박물관은 위협 및 변화와 기회에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가?
  마지막으로, 박물관이 적극적으로 또는 감정적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경우,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를 제목으로 한, 박물관은 내외부의 관계가 균형감 있고 적절한지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는가?, 박물관은 정의된 구조 내에서 어떻게 적응 할 수 있는가?, 또 왜 박물관은 진화하는가? 등이 그것이다. 참으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래스터 회의는 소속 모든 대학원 학생, 경력자 또는 초보 연구원과 박물관 또는 관련분야의 연구에 관심 있는 개인도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국제학술회의인 만큼 국적불문이다.
  상기와 같은 주제와 질문들은 작금의 우리나라 박물관환경에도 매우 시의적절해, 회의 결과가 미리부터 궁금해진다. 우리박물관은 급변하는 진화환경에 노출되어있다. 내부로부터는 국립박물관 관람료 무료화시행, 매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지정 운영, 사립박물관·미술관을 대상으로 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 시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에 평가인증제 도입, 학예사 자격증 제도 개선 예정, 대학 박물관 방치, 장기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증가세 유지 등이 그것이다.
  외부요인으로는 삶의 질 향상과 근로 및 초중고 교육시간 단축에 따른 문화여가 시간 증가, 문화융성과 인문학강조 기조, 개정9차 교육과정에 따른 박물관 활용 빈도 상승, 세월호 참사에 따른 수학여행 및 학교 외부활동 취소 및 축소,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교체에 따른 공립박물관의 다양한 변화예상, 타 문화기반시설과의 경쟁 등이 그것이다.      
  박물관이 그 어느 때보다 유기적 환경에 놓여있어 생물체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따라서, 먼 영국 래스터대학의 학술회의가 글로벌한 표준(Standard)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박물관에 가시적인 방향을 제시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