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기획, 제 3회 Talk & Dance 성황리 종료
서울문화투데이 기획, 제 3회 Talk & Dance 성황리 종료
  • 고무정 기자
  • 승인 2014.06.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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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토크로 춤에 대한 이해도와 몰입도 높여, 춤의 진수성찬 제대로 맛봐"

서울문화투데이가 기획하고 주최·주관한 제 3회 Talk & Dance가 지난 2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객석이 거의 꽉 찬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제 1부 Talk에서 무용가들이 허심탄회하게 수다를 풀어놓고 있다.

소리꾼 김용우와 이은영 대표의 사회로 시작한 제 1부 Talk는 김용우 소리꾼이 시조창으로 무용가들을 호명하며 시작했다. 이에 등장한 무용가들은 공연 준비과정에서 생긴 희노애락이나 예인으로서의 삶 등을 진솔하게 토로했다. 첫 질문은 <한량무>로 이번 공연에 오른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무대에 서는 동안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냐’ 는 질문에, ‘몇 년 전 지방 공연에서 승무를 췄을 때 어느 노인이 나를 이매방 선생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고 말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질문을 받은 김충한 전주세계소리축제 새만금 상설공연 예술 총감독은 ‘서울문화투데이 대표님께 서운한 점이 있다’ 며 ‘이번 Talk & Dance 포스터에 유독 나만 머리 크고 어깨 좁고 허리 길며 다리 짧게 나와 슬프다’ 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은영 발행인은 이번에 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로 위촉된 ‘김종덕 창작춤집단 木대표는 무용 뿐만 아니라 밤사(밤과 음악사이)같은 곳에서 추는 춤도 잘 춘다’며 한번 보여줄 것을 권했고, 이에 응한 김종덕 대표가 춤을 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제 2부 Dance의 첫 무대는 하용부의 <영무(靈舞)>로 시작됐다.

<승무> 로 무대에 오른 채향순 중앙대 교수는 ‘여섯살 때부터 국악원에 들어가 춤을 배우다보니 저도 모르는 새 국악에 적셔 들어가 춤이나 음악이 저절로 익혀졌다’ 며 구음과 함께 장단을 쳐 흥을 돋구었다.

이날 관객으로 참가한 장정희, 박일남, 이재은 등의 연예인이 무대에 질문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종덕 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의 <참회록>

제 2부 Dance의 첫 무대는 하용부의 <영무(靈舞)>로 시작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인 그가 1부의 Talk에서 ‘자꾸 사람들이 내게서 밀양 백중놀이의 북춤만 생각한다’ 며 ‘전통춤을 추는 사람의 모습을 현대에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했다. 오늘은 그냥 좋아하는 가수 노래 틀어놓고 출 것’ 이라고 밝혔듯 장사익의 「허허바다」에 맞춰 춤을 췄다.<영무(靈舞)>라 이름붙인 그 춤은 그리 크거나 화려한 동작 없이 진행됐으나, 그의 사위 하나하나엔 예술과 분리될 수 없는 그의 삶이 녹아들어 있었다.

더욱이 그의 춤은 국악평론가 윤중강이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 라 평한 바 있는 장사익의 음악과 합일되어 <영무>로서의 정신성, 영성을 드러냈다. 무대 뒤켠에서 서서히 일어나며 시작한 춤은 무대 앞쪽에서 바닥으로 서서히 사라지며 끝이 났다.

이어 김종덕 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의 <참회록>은 암전된 무대에 울리는 그의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됐다.

‘나의 빛바랜 거울엔 언제나 연보라 빛 슬픔이 묻어있다./무언지 모를 아픔이 파리하게 멍들어 밤마다 얼룩진 꿈을 꾸게 한다./ 나의 참회록엔 과오보다 변명을 적어 두었다./ 먼 미래에 관대한 미소로 용서하기보다/반성해야 할 아픔만 빼곡하게 적어두었다.’

나레이션이 끝나자, 그가 등장했다. 그가 들고 등장한 발광(發壙)하는 가면은 암전에 가까운 무대에서 잔상을 일으켰다. 가면을 내려놓고 난 이후엔 조명에 빛을 받은 그의 흰 손이 내내 잔상을 일으켜 그의 몸짓에 매혹을 더했다.

 ‘지난 과오를 독백하듯 현재적 춤 언어로 담담하게 그려나간’ 그의 무대가 끝난 후, 이미영 국민대 교수의 무대 <민살풀이춤>이 이어졌다. 간단하고 쉽고 소박하고 생략하는 한국춤의 본질인 간이박약(簡易朴略)을 잘 드러내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드러내는 춤인 만큼 동작이 큰 부분이 없는 무대였다. 그러한 만큼 미묘하게 변화하는 순간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며, 얽매임으로부터 초탈하는 그 사위는 흰 한복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무심의 시간을 선사했다.

 

 무대 한켠에 준비된 철제 함지박에 소지를 태우며 시작된 박시종 박시종무용단대표의 <미소>는 깊은 심연 깊은 인간의 내면을 춤의 몸짓 언어로 표현했다. 앞선 무대와는 달리, 박시종 대표 외에 전건호 무용가가 함께 출연해 안무에 호흡을 맞췄다.

 뒤이어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의 <한량무>가 펼쳐졌다. 선비의 의연한 기품과 역동성을 품은 그의 몸짓은 한국적 선율에 어우러져 정중동[靜中動]의 정수를 표현하고 있었고, 호쾌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사위는 펴졌다, 접히는 부채와 함께 확장과 축소를 반복했다. 본디 남사당패에서 연희되던, 여인을 유혹하는 춤사위였던 만큼 매혹적인 풍치가 있는 무대였다.

이경수 SZ.Ent 대표의 <EGO-II>

 <EGO-II>로 무대를 오른 이경수 SZ.Ent 대표는 현대적인 음악과 안무를 자랑했다. 본질과 자각으로 실존하는 나와 그것의 시뮬라크르인 자아(Ego),욕구의 관계로 공(公)에 대한 성찰을 몸짓 언어로 표현했다. 이에 이경수 SZ.Ent 대표는 ‘내 안의 또 다른 다를 보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알 수 없는 허구 속에서 집착한다. 이러한 집착에서 자유로워질 때…허구 속에서 ‘Ego’(에고)와 육체를 동일시할 때…‘Ego’(에고)와 동일시하여 자실을 자각하고 현존하는 나를 찾으려할 때…현존이 ‘Ego’(에고)에 의해 가려져 깨닫지 못할 뿐…’ 이라고 성찰했다. 이에 가려진 자신의 실존, 본질을 성찰하려는 듯 이경수 SZ.Ent 대표는 가렸던 한 쪽 얼굴을 드러내며 무릎을 꿇고 안무를 마쳤다.

김충한(전주세계소리축제 새만금 상설공연 예술 총감독)의 <연정가>

이어 김충한(전주세계소리축제 새만금 상설공연 예술 총감독)의 <연정가>가 펼쳐졌다. 함께 출연한 이여름(단국대 박사과정·전 정동극장 주역)과 호흡을 맞춘 김충한의 무대는 매우 정적으로 시작했다. 풀벌레 우는 밤 시를 써내려가던 김충한은 뒤편 여인을 의식하고 함께 안무를 시작한다. 서로 타자인 듯 단절되어 있던 둘은 결국 함께 호흡을 맞추며 격정적으로 ‘연정가’를 진행하는데, 함께 어우러진 춤사위의 조화는 그들의 복식처럼 고전미와 현대미를 두루 갖춰 아름다움을 더했다.

 김은희 김은희무용단대표의 <못> 은 앞서 1부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카리스마가 넘치는 무대’ 였다. 흐름 없이 고인 못의 정(靜), 그러나 그 와중에도,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동(動)의 묘사는 실로 아름다웠다.

 이어 채향순 중앙대 교수의 <승무>가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흐르는 음악같은 선을 만드는 사위는 무대를 적셨고, 그 우아함은 이승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듯 했다. 그러한 여성적이고, 정적인 무대는 곧 타고(打鼓)에서 전환되기 시작했다. 채향순 교수가 북을 치자, 앞선 선형의 무대가 만들던 여성적인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빠른 비트의 북소리에 고무된 관객들의 추임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심장 박동까지 빨라지는 듯 했다. 끝나기가 아쉬운 무대였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다수의 관객은  "출연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춤, 모두가 최고여서 모처럼 만에 춤의 깊이에 빠져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며 , 특히 공연 시작 전 출연자들의 토크가 신선해서 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하용부 무형문화재는: “다양한 사람이 만나 다양한 공연을 즐겨 관객의 만족도도 높고, 전통의 재해석과 함께 각자의 해석을 갖고 공연해 다양한 춤들이 다 소화가 됐다” 며 “관객들도 다양한 공연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움직임에 대한 즐거움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종덕 천안시립무용단 안무자는 “관객들과 소통한 점에서 좋고, 관객들이 그 무용가들의 무대에서 모습뿐만 아니라 Talk 일상적인 모습 볼 수 있어 관객과 무용가들의 거리를 좁혔다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미영 교수는“이번 무대에서 춤이 참이고 진실임을 느꼈다”며 “무소부재(존재하지 않는 것이 없다)” 를 새삼절감했다. 모두 한 무대에, 하나에서 반사된 빛으로 반짝였다는 것이 감사하며 행복했다“ 고 전했다.

박시종 박시종무용단 대표는 “무용가들의 열정적 무대로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 며 “순수예술계의 큰 과제인 관객과의 소통을 언론매체(서울문화투데이)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해 감사하다” 고 밝혔다.

채상묵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은“ 토크 프로그램 진행도 좋았지만 젊은 친구들의 창작과 나이든 사람들의 전통을 같이 엮어 진행한 프로그램이 지루하지 않고 조화로웠다” 고 전했다.

이경수 SZ.Ent 대표는 “프로그램 내용이 다채로웠기 때문에 구경하러 온 관람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봤지만, 공연의 일관성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싶다” 고 말했다.

채향순 중앙대 교수는 “무대에서 춤만 췄을 뿐 토크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소통이 있어 신선했다” 며 “창작과 전통을 다 아울러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