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아름다운 시절의 파리 예술을 엿보다 … 오르세 미술관 전시
[전시리뷰] 아름다운 시절의 파리 예술을 엿보다 … 오르세 미술관 전시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4.07.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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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시설관리공단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수놓은 대가들의 작품이 서울 이촌동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지난 5월 3일부터 현재까지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175점 명작이 한국에 건너오면서 이를 보기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대형전시 중에 제대로 된 볼만한 전시가 부족한 가운데, 오랜만에 ‘명화들의 향연’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르세 미술관 전시는 2014년 기대되는 전시에 손꼽히는 미술계 희소식이었다.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수준이 익히 명화란 사실에 주목하며, 국제교류 차원의 대형전시로 규모도 큰데다 방학시즌이 겹쳐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유가 충분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0년, 2007년, 2011년 국내 무대에서 진행된 바 있는 오르세 미술관의 교류전시와는 달리 기획의 수준이 달라져 한 층 볼 만한 전시로 선보였다.

국제교류 전시인 경우, 전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데는 기획의 역할이 가장 크다. 작품을 들여오는 소장기관의 성격에 따라 전시 성격과 기획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비록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전시공간과 관람객 대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하더라도 본래 작품이 담고 있는 고유의 명품 가치는 그대로 전달돼야 한다. 그것이 교유전시 성공의 관건이다.

오르세 미술관은 파리의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이다. 먼저 파리의 대표적인 루브르미술관의 소장품을 보면, 이곳에서는 BC.4000년 된 오래된 작품들이 선보이고, 오르세 미술관에는 1848년 인상파 대가들의 명작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시대를 넘어서부터는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파리 3대 미술관 중 오르세 미술관은 19세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펼쳐지는 오르세 미술관 전시라도 이러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나름의 역할을 담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어야 한다.

▲ 폴 르누아르 '1900년 만국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들'

그간 국내무대에서 오르세 미술관은 오직 ‘인상주의’에 대가들을 간판에 세운 전시가 고작이었다. 2000년 전시는 ‘인상파와 근대미술’이 주제였고, 2007년은 <만종>과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등의 명작들을 종합적으로 보이면서 ‘오르세 명화 종합 전시’로 인기를 끌었다. 2011년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반 고흐’가 주인공처럼 타이틀로 내걸리면서 대단한 입소문을 탔었다. 그간 한국에서 선보인 오르세 미술관 전시는 인상주의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 오르세 미술관 한국전시는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 미술관’,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라는 주제로 3개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기존 전시와는 달리 한결 깊이 있게 기획된 흔적이라고 판단된다. 시기적으로도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벨에포크La belle ?poque), 예술과 문화에 꽃을 피운 시기를 대상으로 프랑스 파리 예술을 제대로 담고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 기념 만국박람회에서의 에펠탑의 상징성과 산업혁명 이후 부르주아의 탄생을 배경으로 화려한 건축물들의 탄생과 삶의 여유를 찾는 파리 인들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과 드로잉도 시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모네, 고갱, 반 고흐, 르누아르,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의 피할 수 없었던 변화의 흐름 속에 혼란과 도전을 거듭하는 이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고, 신인상주의의 새로운 미술에 주목하며 쇠라와 시냐크 등의 작품, 후기인상주의의 고갱과 종합주의와 신비주의 작가들과의 관계를 소개하고, 세잔과 반 고흐의 상징주의, 나비파의 등장도 소개하고 있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미술사의 흐름을 대가들의 작품과 이들의 영향을 받은 신진작가들을 소개하면서 작품의 변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스토리는 전시 속에 전시를 찾는 묘미도 있다.

 1886년 '제8회 회화전시회'라는 전시를 계기로 초기인상주의가 분열하고 인상주의 변화의 흐름이 주도된다. 이번 전시에서 당시 참여한 작가들이 변화를 주도한 지금의 전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으며, 신인상주의, 나비파, 입체주의 등의 모체가 되었던 ‘제1회 앙데팡당’ 전시가 새로운 미술 사조를 주도한 주인공들이 지금 전시에서도 신진작가로 소개되고 있다.

전시를 보는 눈은 다양하다. 대중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다. 명화를 시대 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의 식상한 전시기획으로는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미술계 기획자들은 인지해야 한다. 전시 관람을 통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춰 기획에 수준을 높여야 한다.

잘 됐다는 이번 전시에서 단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전시연출에서는 관람객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난히 교류전시에 있어 한국전시에서는 관람객의 배려가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훼손방지 차원임은 알겠으나 어두운 조명과 유리액자의 반사, 어두운 벽면의 공간조성은 안 그래도 관람객에 밀려 쫓기듯 감상해야 하는 관람객을 위해 ‘친절한 전시’를 위한 배려가 좀 더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