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문화 파괴하며, 계속되는 4대강의 비극
역사 · 문화 파괴하며, 계속되는 4대강의 비극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4.07.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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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사적분과]/육의전박물관 관장/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위원장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로 지적하든지 성에 차지 않는다.
이제는 강의 본류에 이어, 지류 하천까지 잔인하게 난도질하고 있다.
영주는 소백산과 부석사, 소수서원을 품으며, 특히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내성천의 아름다움에 푹 젖어있는 천혜의 아름다운 도시다.
뱀이 기어가는 듯 한 형상이라는 뜻 그대로, 사행천(蛇行川) 내성천은 영주시를 이러 저리 감싸 안으며 흘러가면서 다양한 물돌이(河回)마을들을 만들었다. 내성천의 금강리는 400년 된 전통마을인 인동 장 씨 집성촌인 ‘금강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2008년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내성천과 금강마을이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거나 수몰된다는 소식을 듣고 환경단체 회원들과 현장을 찾았는데, 주로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역사문화의 현상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당시 이미 문화재청과 경북도에서 제작한 문화재분포지도에는 많은 유물산포지가 존재했었다. 정부가 문화재분포지도를 만든 것은 각종 개발공사시 미리 만들어 둔 “문화재분포지도”를 참고해서 각종 난개발이나 토목사업을 피해가라고 만든 것이었다.
더구나 토목사업을 하기위해서는 “문화재분포지도”를 근거해서 육안으로 자세히 살펴보는 “문화재지표조사”와 “문화재발굴조사”를 실시 한 후,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 그 가치판단의 결과에 의해서 토목사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영주댐 공사는 강행 중이었다.
수몰예정인 금강마을에는 경상북도 지정 고택문화재가 다수 존재하지만 그들에겐 한옥문화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필자와 환경단체 언론들은 내성천을 파괴하는 영주댐 건설현장의 문화재조사 미 준수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한국수자원공사는 토목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영주댐 담수의 중심지인 금강마을 언덕까지 파괴하려했던 한수원에 대해 문화재청은 유물이 집중적으로 산포된 지역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는데, 그 결과 놀라운 유물과 유적이 발굴되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생산 및 생활 유구·유물, 불교 관련 유구·유물들이 대거 확인된 것이다. 유물도 금속류, 자기류, 기와류 등을 망라해서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특히 고려시대 사찰인 금강사와 그 터를 확인했으며, 불교 관련 유물의 상당수는 보물급 이상이다. 금강사 터 우물에서 발견된 높이 33.2㎝의 '광명대'에는 제작 시기, 동기 등을 밝혀주는 38자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명대는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문물과 풍속을 쓴 < 고려도경 > 에도 언급된 유물이다. 명문을 보면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왕생극락을 위해 구리로 광명대를 만들어 금강사 불전에 바쳤다는 내용과 봉헌자, 제작 시기(1186년) 등 많은 정보가 확인된다." 아울러 문화재발굴로 확인한 고려 광명대는 이번이 처음으로 당시 장례 의례와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동판에 버드나무 가지를 쥔 관음보살인 양류관음을 선으로 새긴 '경상'(구리거울)도 출토품으로는 처음 확인됐다. 불교의례에 사용된 '경자'(작은 종)도 출토됐다.

그러나 이렇게 놀라운 발굴 결과를 문화재청과 한수원은 숨기기에 급급했고, 제대로 조사를 할지도 의문이다. 한수원은 이 지역에 대한 담수화 작업이 내년 3월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화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공사부터 시작하고 보는 행태는 4대강 사업 곳곳에서 일어났음이 밝혀졌고, 문화재 조사가 마무리된 후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비정상'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절터의 면적이 넓어 발굴조사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댐 건설은 당장 중단해야 하며 담수 여부는 문화재 조사가 완료된 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 조사기관인 문물연구원도 금강사 터에 대해 "중심 조성시기인 고려시대 건물지 조사가 완료되면 현 건물지 하부에 존재하는 고려시대 이전 유구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굴된 유적에 대한 보존 및 처리 방안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수천 곳의 폐사지가 존재한다. 아직 조사도 안 된 곳이 많으며, 또한 이번 금강사처럼 절 이름이 또렷하게 발견된 곳은 몇 곳 안된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것이며, 우리나라 폐사지중 이름이 정확히 알려진 곳은 대부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 있으므로 이번 금강사터도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