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앤 댄스-3rd” 공연의 기획력
“토크 앤 댄스-3rd” 공연의 기획력
  • 이근수(무용평론가)
  • 승인 2014.07.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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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 무용평론가/경희대명예교수

춤은 무용가에게도 힘든 예술이지만 관객들이 이해하기엔 더욱 어려운 예술분야로 손꼽힌다. 선망의 대상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자연히 사람들의 발길을 멀리하게하고 관객이 멀어진 객석엔 쓸쓸한 적막만이 깃들 것이다. <토크 앤 댄스-유쾌한 수다로 푸는 우리 춤> 이란 제목으로 사과나무미디어가 기획한 공연(6.24~아르코예술대극장)은 바로 이러한 춤 계의 현실에 주목한다. ‘관객과 무용가가 함께 참여하는 유쾌한 춤 판’, 올해로 세 번 째 맞는 공연의 기획의도이다.

공연은 두 파트로 나누어 진행된다. 소리꾼 김용우의 넉살좋은 호명에 따라 출연자 9명이 차례로 등장하여 무대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음으로써 1부가 시작된다.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사회자(김용우, 이은영)의 질문에 답한 다음 관객석에 앉아 있는 몇몇 인사들이 소개된다. 주로 연예인들인 그들에게 질문기회가 주어진다.

그중엔 출연자의 아내도 있다. 질문과 응답이 계속되는 45분 동안 정작 토크의 주인이어야 할 관객들은 모두 들러리다. 15분의 휴식시간에 이어 본적인 2부 공연이 시작된다. 9명의 출연자 중 이미영(민살풀이춤), 채상묵(한량무), 채향순(승무)은 전통춤이고 박시종(미소), 이경수(EGO-II), 김충한(연정가)과 김은희(못)는 창작 춤이다. 하용부(영무)와 김종덕(참회록)은 전통도 아니고 창작도 아닌 몸짓을 보여준다. 1,2부를 합친 전체 공연시간은 2시간 15분이었다. 

한국무용계의 중견들이 보여준 10분 내외의 짤막한 춤에 대해서 일일이 논평할 생각은 없다. 다만 관객과의 대화란 기치를 내걸고 신문사가 주최한 공연의 기획력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첫 번째로 공연시간이 길고 진행이 지루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공연작품과는 별 연관성도 없이 유명인사 위주로 진행되는 토크형식보다는 공연시간 중에 개별 작품별로 무용가와 관객간의 대화가 진행되었다면 춤과의 친밀성을 살려보고자 한 기획의도와 걸맞았을 것이다. 둘째로 무용가와 작품선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작품 중에서 <민살풀이>와 <승무>는 관객들이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전통춤이다. 춤 자체의 가치를 떠나 신선감이 떨어지는 선택이었다.

<참회록>, <미소>, <EGO>, <연정가> 등 네 작품은 한결같이 조명이 어둡고 분위기는 무겁다. 세월호의 추모분위기를 고려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쾌한 수다를 통한 춤의 진수성찬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와는 조화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밀양 백중놀이로 유명한 하용부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추는 <영무(靈舞)>는 독특한 몸짓의 미학을 보여주며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한 작품이었고 김은희의 신작인 <못>은 안무자가 자신의 카리스마를 충분히 발휘한 진지한 작품으로 개인공연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셋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공연에 우리 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신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신명은 본래의 기획의도인 유쾌한 수다와도 통하고 춤의 진수성찬이란 부제와도 어울린다. 신명을 살려낼 수 있는 전통춤을 찾는다면 살풀이나 승무보다는 검무나 설장고 같은 동적인 춤이 적합하고 창작품 중에서도 무대에 신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주제와 작가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초연작품보다는 한 두 차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이 검증된 작품을 사전설문조사 등의 방법을 통해서 찾아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작품 수를 축소하고 진행시간은 10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1,2부의 순서를 바꾸거나 토크시간에 무용가와 관객사이에 평론가를 개재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춤과 관객을 연결시키는 방법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춤은 몸으로 쓰는 시며 몸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가장 원초적이며 자연적인 예술형식이면서도 어느새 우리들로부터 멀어진 춤을 다시 불러와 관객들에게 돌려주려는 ‘토크 앤 댄스 프로그램’의 기획력이 살아나서 사랑 받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