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의 음악칼럼] 영국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헨리 퍼셀과 오페라
[정현구의 음악칼럼] 영국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헨리 퍼셀과 오페라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
  • 승인 2014.07.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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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교육계, 경제계, 정치권 너나할 것 없이 어디를 가나 모두들 ‘창조’ 내지 ‘창의’ 를 이야기한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창조? 창의는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사전을 찾아보니 ‘창조(創造): [명사] 1.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2.신(神)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3.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 ‘창의(創意): [명사]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여 냄. 또는 그 의견’이라 정의되어 있다. 즉,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행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동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다. 그 바탕에 옛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옛 지식을 등한시하고 무조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듯하여 못내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다.

필자는 지식의 폭이 넓고 깊이가 깊은 편은 아니다. 그저 음악을 하고 있으니 그 방면의 지식이 조금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음악을 그리고 작곡가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옛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페라는 바로크시대의 가장 중요한 음악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영국은 이 시기에 오페라의 거장을 거의 배출해 내지 못했다. 단지 예외적인 작곡가로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이 있는데, 그는 극작품을 많이 썼는데 그 중 진정한 오페라는 「Dido and Aeneas」라 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최초의 영어대본 오페라이며 또한 퍼셀의 단 하나의 오페라이다,

오페라 「Dido and Aeneas」는 퍼셀의 친구인 프리스트가 경영하는 여자고등학교를 위해 작곡되었기 때문에 소규모 실내오페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수단으로 최대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올리고 있는 점에서 영국음악 역사상 손꼽을 수 있는 독보적인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퍼셀은 1690년부터 사망하기까지 5년간은 극음악에 대한 정열이 넘쳐 「King Arthur」(1691), 「The Fairy Queen」(1692), 「The Tempest」(1694), 「The Indian Queen」(1694)을 비롯하여 약 40여곡의 극 부수음악을 작곡하였다. 이와 같이 부수음악을 대량 작곡한 것은 음악을 수반하는 극에 대한 당시 영국국민의 애호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퍼셀은 수많은 앤덤(Anthem, 영국 국교회의 종교음악)을 작곡하여 그 명성을 높였다. 퍼셀의 교회음악 작품 가운데 커다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앤덤은 다른 영국 작곡가인 버드나 기번즈 등의 앤덤과 비교하면 독창부가 한층 표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엄격한 대위법의 기법을 따르지 않고 자유스러운 전개를 하고 있다.또 그의 만년의 앤덤은 교회칸타타와 아주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퍼셀의 12곡의 트리오 소나타는 전통적인 비올 콘서트 기법에서 벗어나 이탈리아 양식을 지향하고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 서문 가운데서 그는 이탈리아 음악의 충실한 모방을 꾀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 소나타는 템포가 대조적인 4~6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완만하고 위엄이 있는 도입악장에 활발한 끝악장을 갖고 중간악장에는 푸가 풍의 칸초네와 3박자의 사라방드 풍의 라르고가 거의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

이 형식은 동시대의 이탈리아에서 한창 유형했던 교회소나타 형식에서 배운 것인데, 퍼셀의 소나타는 이탈리아의 솔로 형식과는 달리 가 성부간의 균형을 존중하고 있는 점에 특징이 있다.

퍼셀의 음악에서 볼 수 있는 특색은 규칙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분방함이다. 이것은 홀수의 마디로 구성되는 주제, 불규칙한 프레이징, 박자와 리듬의 충돌, 랩소딕하게 타오르는 악상의 전개 등에 의해 나타난다.

그가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섬광처럼 번뜩이는 발상은 스스로 배운 이탈리아 및 프랑스의 음악을 유기적으로 구성하고 균형 잡힌 감각으로 처리하였기 때문이다. 또 그는 무궁무진한 창조적 개성으로써 외국음악 양식과 본격적인 폴리포니 음악의 여러 요소를 융합? 동화시켜, 영국음악에 새로운 양식을 형성하여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