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영욱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주민 창작 참여 유도 및 지역정체성 스토리 발굴에 힘쓸 것”
[인터뷰 - 김영욱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주민 창작 참여 유도 및 지역정체성 스토리 발굴에 힘쓸 것”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7.17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주년 맞은 노원문예회관, 북서울문화예술 미래 내다본다

     시대에 따라 공연장의 기능과 역할은 끊임없이 변화해 오고 있다. 요즘에는 무대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한 장르의 무대보다는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융합된 형태의 공연이 인기이다.

     서울 자치구 단위 내 최초 공연예술전문극장인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지난 10년 동안 노원구민을 비롯한 대중에게 최신 공연, 수준 높은 무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왔다. 

     노원구는 서울 내 재정자립도가 가장 최하위이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문화적 소외계층이 가장 많은 자치구이기도 하다. 자칫 문화소외 지역이 될 수도 있는 환경이지만, 개관 당시부터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예술단체 초청 연주 등 연이은 공연무대 시리즈를 올리는 등 노원문화예술회관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자치구 단위 공연장으로서는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문화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참신한 기획과 굵직한 공연무대를 끊임없이 이어온 노원문화예술회관 을 거쳐 갔던 예술인들의 면면은 가히 화려하다. 세계적인 디바 조수미와 신영옥,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이 공연무대에 섰고 모스크바필하모닉, 체코 프라하방송교향악단, 빈소년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 등 해외 유수의 음악단체들이 노원의 무대를 빛냈다. 이들과 함께 유키 구라모토, 시크릿가든, 이네사 갈란테 등 이름만으로도 음악팬들을 설레게 하는 예술인들이 노원문화예술회관 무대를 수놓고 지나갔다. 심수봉, 인순이, 안치환, 임동창 등 대중가수와 안숙선, 오정해, 장사익, 김덕수 등 대중성과 함께 주민 눈높이 지향의 예술인과 프로그램들 또한 주목 받은 바 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연말까지 기념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국내 최고 명인들을 초청하는 국악시리즈로 전통원형의 무대를 맛볼 수 있는 공연 ‘춘하추동’(春夏秋冬), 거장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이끄는 스위스 10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스위스이탈리안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연주회가 눈길을 끈다. 또한 융·복합 공연무대 시리즈로, 최근 인문학 열풍을 타고 최고의 성가를 올리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의 강의와 실내악 콘서트가 만나는 ‘강신주의 철학콘서트’(Feelosophy), 음악을 중심으로 무용, 건축, 미술, 연극 등이 각각 결합된 ‘아르츠 콘서트’를 만날 수 있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은 그동안의 자체 기획공연 건수만 지난해까지 670건, 그동안 다녀간 관객 수는 39만여 명을 헤아린다. 서울 변두리 신출내기 공연장이 이제는 노원은 물론 성북, 강북, 도봉, 성동, 중랑 등 서울 북부지역의 공연예술지도를 바꿔놓기에 이른 것이다. 그간 10년 역사를 발판으로, 북서울 문화예술 미래를 그려나갈 이 시점에 김영욱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을 만나 노원문화예술회관의 향후 중장기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2004-2013 서대문문화회관 관장 / 1996-2002 정동극장 공연기획 부장 / 1989-1994 세종문화회관 홍보실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부임한지 7개월가량 됐다. 당시 계획과 각오는 무엇이었으며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해 12월 임명됐을 때 이미 2014년도 전체 예산과 프로그램이 70% 정도 확정된 상태였다. 나머지 30%에서 자율성을 갖고 내 나름대로 계획을 짜야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은 지역공연장이다. 이 점을 살려 지역성을 중요한 특성 중 하나로 내세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기초단위의 공연장에서 지역성을 표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멀리 내다보고 있다.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크게 두 가지로 설정한 게 주민의 참여 유도와 노원구만의 스토리 발굴이며, 현재 리서치 중이다. 또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예회관 설립에 있어서 하드웨어 개념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젠 소프트웨어적인 성경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어서 휴먼웨어로 전환될 때가 오고 있다. 주민이 주체가 돼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공연기능은 당연히 유지하되 주민이 창조의 동력원이 될 수 있도록 해 휴먼웨어의 개념 또한 강화하려고 하니 기대해 달라. 사람이 중심이 돼 주민이 직접 나서서 창작까지도 하는 공간이 앞으로의 문예회관이라고 생각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할거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예술문화강좌라든지 교육프로그램이 아닌 주민이 공연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공연예술의 대중화와 함께 대중의 참여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연관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문화활동에 참여해 공유, 소통으로 전환돼야 한다. 즉 주민이 관람객을 넘어서 창조하는 주체자로 거듭나게끔 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노원구만의 지역원형을 토대로 한 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예컨대, 창작초연공연 제작 단계에서 출연자 중 일부를 공모를 통해 주민을 뽑는 거다. 이전에도 성인연극반 등을 통해 10분가량의 단막극을 공연하거나 그런 적은 있었지만 이번 계획은 주민이 문예회관과 직접 호흡하며 보다 지역적인 자부심과 자존감을 높이는데 의미가 있다. 문화원형, 지역설화 등을 통한 스토리를 현재 발굴 중이다.” 

-혹여 작품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하는데…
“그런 취약점은 예상되지만 반복연습에 의해 극복될 거라 생각한다. 또한 아무래도 기존에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거나 또는 전공자라든지 기본기와 자세가 갖춰져 있는 주민들이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나. 기량보다는 주민의 참여 자체가 더 중요하다.”

‘강신주의 철학콘서트’ 연작 시리즈(9.30, 12.3 / 대공연장) : 강신주의 철학적 사유로 클래식음악에 다가감으로써 철학과 음악의 상호 공명을 느낄 수 있는 융·복합 무대이다.

-노원구만의 구별되는 지역스토리란 무엇인가?
“다른 지역과 구별되며, 노원구에만 있는 정체성을 찾아보는 중이다. 노원구의 역사적인 사연이라든가 유물, 설화 등을 통해 예술교육, 공연을 올릴 생각이다. 월계동에 초안산이란 산이 있는데, 이곳에 조선시대 내시들과 궁녀들의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이와 관련해 내시들과 궁녀들의 얘기를 찾아간다면 여러 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내시와 궁녀는 요즘으로 말하자면 서민들에 가깝지 않나. 그들의 애환을 다루며 보다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화원형이 지역문화의 창조적인 동력원이 될 수 있을 거라 내다본다.”

-노원문예술회관은 서울 내 자치구 중 가장 최초로 설립된 문화예술 전문 공연장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최하위인 노원구가 자칫 문화소외 지역이 될 수도 있는 환경에서 문예회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회화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고, 또한 고품격 공연이지만 티켓 가격은 반값 수준으로 책정하기 위해 힘써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공공 공연장으로서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연을 올려도 타 공연장은 가장 비싼 티켓이 23만원, 우리는 8만원에 올린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예술의전당은 귀족공연장의 이미지가 강하다. 기십만 원을 호가하는 티켓, 또 그런 공연을 관람하러 가는 관객들의 옷차림이나 수준… 때론 이런 게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노원구민이 그런 문화를 아무 부담 없이 향유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닐 거다. 노원구민 및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티켓저가정책을 펼칠 것이다.”

-개관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이 올해 연말까지 펼쳐진다. 그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인문학 콘서트인 ‘강신주의 철학콘서트’ 연작 시리즈를 꼽고 싶다. 철학이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공연으로, 철학 강의와 음악공연이 동일한 주제를 갖고 함께 진행된다. 지난달 23일 ‘혁명(Revolution)’을 주제로 첫 공연 막을 올렸으며, 이어 오는 9월과 12월에 각각 ‘사랑(Love)’, ‘우수(Melancholy)’를 주제로 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다. 독일 최고 권위의 ARD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의 클래식 피아노 연주로 화두를 던지고 철학강의가 화답하는 형태로 이뤄져 관객들의 관심이 기대 이상으로 뜨겁더라. 또한 이달 26일 첫 공연되는 ‘아르츠 콘서트’도 권해드리고 싶다. 음악을 중심으로 연극, 무용, 미술, 건축 등이 결합돼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된다. 요즘 사회는 다양화, 세분화 돼 가지 않나. 공연 기능 역시 그렇게 돼 가는 중이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도 기획공연을 통해 단순 장르를 넘어선 복합적인 다원예술을 다루려고 한다.”

 ‘아르츠 콘서트’ 연작 시리즈(9.20, 11.29 / 소공연장) : 음악을 중심으로 미술·건축·무용·연극 등이 결합되는 융·복합 무대로, 해설가 윤운중의 전문화된 해설로 이루어진 렉쳐콘서트로 인문학 탐구와 공연예술의 감동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현재 서울문예회관연합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데, 연합회의 두드러지는 활동이 보이지 않아 유명무실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럴 만도 한 게 작년 같은 경우는 예산이 3천만 원뿐이었다. 세미나 두 번 하고, 사업 하나 지원했더니 예산이 동이 나더라. 그나마 인건비는 회원기관들로부터 받는 연회비로 충당하고… 회장으로서 어깨가 아주 무거웠고, 어떻게든 예산을 늘려보려고 애쓴 결과, 올해는 예산이 3억으로 늘어났으니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올해 말에는 ‘서문연페스티벌’을 개최하려고 한다. 2주간 회원기관들끼리 공연을 교환하고, 순회하고, 협업한다. 이외에도 문예회관 종사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워크숍 등이 진행된다. 올해 상반기는 서울문화재단과의 조율 등으로 조용히 보냈지만 하반기에는 말씀드렸다시피 많은 일정들이 예정돼 있다.”

-노원구문화축제추진위원장을 맡아 오는 10월 ‘노원탈축제’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노원탈축제’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문예회관 사업과는 별개인 행사로, 올해 내가 맡아 운영하게 됐다. 지난해 첫 개최 당시 노원구 역사 이래로 가장 성대하게 치러져 주민들과 언론에서의 반응이 엄청났다. 롯데백화점 노원점~순복음노원교회까지 이르는 400m 구간을 교통통제하고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또 2km가 넘는 거리를 8천여 명의 관내 초중고생들이 직접 만든 탈틀 쓰고 이동하며 탈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했다. 그만큼 대형축제로서, 올해에는 지난해엔 없었던 전야제를 추가하려고 한다. 또한 탈 전시회, 탈 만들기 체험, 탈 관련 강의, 먹거리 장터 등 부대행사가 보다 더 풍성하게 열린다. 앞으로 노원구의 대표 축제로 거듭날 거라 기대한다.”

-노원구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강조했듯이 주민들이 창조자로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설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교육프로그램도 개설하려고 한다. 또한 참가비를 무료나 실비로 책정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늘릴 테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