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채향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전통은 창작의 모태… 전통춤 멀리 하는 후배들 안타까워”
[인터뷰 - 채향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전통은 창작의 모태… 전통춤 멀리 하는 후배들 안타까워”
  • 인터뷰-이은영편집국장/글-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7.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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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춤 상설극장 등 통해 전통 어렵지 않다는 인식 전환 필요

     마냥 춤이 좋아 종일 춤을 추고도 힘든 줄 몰랐던 여섯 살 소녀는 어느덧 한국무용 인생 50년을 맞았다. 여섯 살, 대전 국악원에 입학한 이후로 지금껏 우리 전통 예술의 완성을 위해 배움과 연습을 멈추지 않고 오늘날에도 활발한 무대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악가무樂歌舞의 완성을 위해 전공인 승무, 살풀이, 부채춤 등 춤은 물론이거니와 가야금병창, 판소리, 장단가락, 꽹과리, 징 등에 이르기까지 춤과 타악, 소리를 익혔다. 그는 우리 장단과 가락을 모르고서는 우리 전통춤의 완성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론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악樂과 가歌는 전문가 이상의 수준을 갖췄다. 이런 까닭으로 일부에서는 그를 국악인으로 오해하고 있어 조금은 속상하다고도 했다. 오로지 춤꾼으로서의 완성을 목표로 이를 병행해가는 것인데 말이다.

     악가무 이 모두를 겸비한 그는 1994년 제12회 전주 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일반부에서 무용부문 장원을 차지했고, 이후 제35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제27회 한국무용제전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상과 더불어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KBS 국악대상,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최근 본지<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한 공연 ‘토크&댄스-유쾌한 수다로 푸는 우리 춤’에서 <승무>의 힘찬 북장단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그의 장단에 큰 박수로 환호했다. 올해 그는 오는 9월과 10월에 각각 ‘고무신춤축제’와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무대를 앞두고 여전히 무대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9일, 춤과 소리, 우리 전통 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춤판을 선보이는 그를 만나 그의 춤인생과 더불어 교육자로서 한국무용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채향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무용전공 교수 /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 춤 이수자 / 채향순중앙무용단 단장 / 2008 제35회 한국방송대상 개인상 수상 / 2013 제21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전체대상 대통령상 수상 / 2013 대한민국무용대상 대상 대통령상 수상 / 2013 제 33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 2013 KBS 국악대상 무용부문 대상 수상 (사진=김형관 작가)

-지난달 본지가 주최한 공연 '토크&댄스' 에서 <승무>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토크와 함께 이뤄지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에 참여해 본 소감이 어땠나? 또 당시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했는지도 궁금하다.
“춤만 추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과 더불어 관객과 함께 대화를 나누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관객이 내게 더 집중해주는 것 같아 춤 출 때 아무래도 신경도 더 쓰이고, 동작 하나 하나에도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또 전통, 창작 등 출연자들의 무대가 각각 특성 있고 다르다보니 한국무용이 저렇게 다양했었냐며 놀라는 관객도 있었다. 평소 무대 같았으면 특별하지 않았을 동작도 그날따라 더 특별하고 남다른 기분이랄까… 관객 또한 그렇게 바라봐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어찌 그리 크게 들리던지 머리끝까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그 희열을 말로 다 표현 못하겠다.”

-지난해 대한민국무용대상에서 <사당각시>로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사당각시>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어렸을 때부터 농악놀이, 남사당놀이 등을 항상 보면서 자랐다. 남사당에서 장구를 배우기도 해서 남사당은 내게 특별한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언젠가는 이걸 주제로 무용극을 만들어 남사당패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 사랑을 중심에 놓고 고난의 세월을 감내하고 예술혼을 지켜낸 남사당패의 이야기를 그렸으며, 남사당 여섯 종목 놀이를 이야기에 녹여 넣었다.”

채향순중앙무용단 <사당각시>

-어렸을 때부터 우리 음악을 많이 접했다고 했는데, 춤을 추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여섯 살짜리가 뭘 안다고 그렇게 춤을 좋아했었는지 모르겠다. 음악만 있으면 하루 종일 춤을 추기도 했다.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한테 춤을 가르쳐준 것도 기억난다.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데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날 대전국악원에 데려가셔서 시험을 보게 하셨다. 거기 가서도 음악을 주니 어린 애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춤을 춰대, 바로 합격을 받아냈다고 한다. 바로 한국무용 교육과정에 입학했는데, 아버지께서는 어린 애를 기생시키려고 하느냐며 반대가 크셨다. 하지만 내가 대회만 나가면 상을 휩쓸어오고 하니 결국엔 지지해주셨다. 춤도 춤이지만 악기에도 관심이 많아 장구를 뛰어나게 잘 치시던 이모님께 장구를 배우기도 했다. 또 농악놀이를 배울 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당시 상모가 없어서 냄비뚜껑에 구멍을 뚫어서 상모를 돌렸던 기억도 있다.(웃음)”

-춤뿐만 아니라 가야금병창, 판소리 등을 배우는 등 지금까지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악가무樂歌舞의 완성을 위해 달려오고 있다. 춤 외에도 배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이유 등에 대해서 듣고 싶다.
“우리 전통춤은 장단을 모르고선 출 수가 없다. 우리 장단을 갖고 놀 수 있어야 춤도 제대로 출 수 있다. 신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그걸 늘 접해야하고, 놀아봐야 하고, 다시 춤에 녹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가장 한국적인 게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완성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야금병창, 판소리, 외북, 꽹과리, 징 등을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사사했다.”

-한영숙 선생, 박귀희 선생, 성우향 선생, 박병천 선생, 이매방 선생 등 많은 전통예인들로부터 사사했다. 가장 영향을 받은 분을 꼽는다면?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전신인 한국국악예술중고등학교 다닐 당시 한영숙 선생님께 춤을 배웠다. 선생님은 내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어려운 분이셨다. 그렇게 내가 어려워했기에 그분께 배우면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 춤을 가르쳐주신 건 한영숙 선생님이시지만, 예술인으로서, 교육인으로서의 가르침은 박귀희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 선생님께선 그렇게 고생하시면서 모은 전 재산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쾌척하셨다. 어렵게 모은 돈을 후학을 위해 내놓으시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나도 선생님처럼 돼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이 박귀희 선생님이라 할 수 있겠다.”

▲채향순 중앙대 교수(사진=김형관 작가)
-2002년 채향순무용단이 주축이 돼 ‘아시아가무단’이 만들어졌다. 현재도 활동 중인가? 아시아가무단에 대한 이야기 부탁한다.
“현재도 활동 중이다. 이를 통해 중국, 일본 등과 교류를 많이 했다. 서로가 서로의 나라로 가서 교류하면서 발전을 꾀하는 자리다. 아시아가무단을 꾸리게 된 것은 ‘한국만으로는 안 된다. 아시아가 같이 해야만 한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끝에 나온 것이다. 직접 그 나라에 가서 눈으로 보고 배우면 정말 실감나고 느끼는 게 많더라. 공연만 하는 것보다도 서로 공감하고 교육하는 장이 마련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계 춤을 접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창작 영감이 떠오르는 거다. 전통가무악을 매개로 한중일의 춤이 어우러질 때 새로운 마당이 열릴 것이다. 한중일 3국이 상호 상생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이다. 다만 나 혼자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벅찬 게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교류의 장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전통춤을 기반으로 창작작품을 만들어 왔다. 춤, 그 중에서도 전통춤은 소비가 제한적이고 대중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전통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전통 춤을 추기 위해서는 우리 음악이 필요하지 않나. 하지만 우리 음악의 문제는 작곡가가 거의 없고 그에 따라 작곡비가 너무 비싸다는 거다. 학생들은 벌써부터 한국무용이 어렵다고 창작으로 눈을 돌리는데, 우리 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좋고 다양한 한국음악들이 나올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무용음악작곡대회를 개최한다든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양음악이나 일본음악 등 정체불명의 음악에 우리 춤을 추게 될까봐 우려된다. 더불어 우리 춤의 국가브랜드의 부재가 안타깝다. 국가에서 나서서 우리 전통춤 공연을 상설로 운영해야 된다고 본다. 전통춤을 항상 볼 수 있는 대극장, 예를 들어 국립극장이라든지, 그 외 소극장은 소극장에 맞는 작품을 올리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춤을 지켜내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의 맥부터 지켜야한다. 상설극장을 통해 언제든 쉽게 우리 춤을 접할 수 있고, 좋은 한국음악이 발굴돼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춤 상설 무대는 정동극장이 있지 않나?
“정동극장의 주 관객층은 관광객들이고, 극장 크기도 작은데다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가부키 공연이 열릴 때면 수개월 전부터 예매가 끝나기도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닌 바로 일본 국민들이 직접 관람하기 위해 티켓을 사수하는 거다. 우리나라는 보다 더 좋은 시설의 극장을 갖고 있는데도 전통춤 상설극장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게 아쉽다.”

-중앙대에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아이들을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예의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선생님께 욕이란 욕은 다 듣고 배웠다. 그래도 선생님이 좋고, 춤이 너무 좋아서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이 바로 법이고, 신의 말씀과도 같았는데 요즘에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는 것이 문제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모르고 쉽게 쉽게만 와서 예도 모르고 지구력도 안 받쳐주더라.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 적어도 예술학교라면 예법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예술이 나오는 거다. 학생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면 차분함과 끈기, 지구력도 함께 따라오게 된다. 나는 학생들에게 예의 기본으로 손톱에 매니큐어도 칠하지 못하게 하고, 머리 염색도 못하게 한다. 한국무용을 한다는 사람이 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쪽 지는 거 참 보기 싫다. 그런 상태에서 아무리 춤을 잘 춘다 한들 무슨 한국춤의 정신이 깃들겠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많을 듯하다.
“전통춤을 제대로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창작을 많이 하는 추세인데, 그럴수록 전통이 모태가 돼야 한다. 전통춤은 창작의 기본이다. 전통춤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건너뛰게 되면 결국 춤의 깊이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후배들이 멀리, 길게 바라보고 전통춤을 제대로 공부하길 바란다. 그래야 창작도 제대로 된 창작이 나오는 것인데, 요즘에는 한국창작무용이란 이름으로 현대무용동작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걸 구분하기만하면 상관없지만 마치 그게 한국무용인 마냥 그런 사람들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학생들은 구분능력이 없으니 그게 전통이고 진짜인줄 알고 그대로 배우고… 이건 우리 전통춤의 영혼을 말살시키는 행위이다. 부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후배들이 전통춤이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제대로 배우고 추길 바란다.”

▲채향순 중앙대 교수(사진=김형관 작가)

-올해 예정된 공연이 있다면 알려 달라.
“‘고무신춤축제’가 9월에 열린다. 옛 것이라는 의미의 고무신과 춤을 합친 뜻으로, 전통춤을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된 축제로, 중앙대, 동덕여대, 서경대, 성균관대, 한국체대 등 8개 대학이 참가한다. 한국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전통춤을 지키고 연마하자는 뜻에서 학생들을 무대에 올린다. 또한 10월에는 ‘제22회 서울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가 열린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이 대회에서 종합대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전주대사습놀이를 만드신 김판철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님께서 주최하는 대회로, 김 이사장님이 우리 전통예술 발전을 위해 22회를 맞는 지금까지 개인사비로 개최해 오셨다. 우리 전통예술을 종합적으로 다룬 대회로 무척 의미가 큰 행사다. 앞으로 이 대회가 더욱 널리 알려지기 바라는 마음에 나도 힘써보려고 한다.”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전통 무용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전 재산을 내놔서라도 학원이나 작은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 우리 춤을 기초부터 탄탄히 배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춘 곳 말이다. 언젠가 북한에 갔을 때 ‘궁전’이란 특별교육기관을 간 적이 있는데, 네다섯 살 된 아이들이 영재집중교육을 받고 있더라. 어릴 때부터 기초와 참을성, 예를 가르치고 있는 거였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거라고 하지 않나. 우리 것을 기초부터 다져서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통이 올곧게 가기 위해서는 전통예술인들의 화합이 절실하다. 서로가 서로를 북돋아 주며 추임새 넣어가며 함께 발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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