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인터뷰-제레미 블린코/ 데이빗 맨리
Artist 인터뷰-제레미 블린코/ 데이빗 맨리
  • 이은주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4.07.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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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주목받는 젊은 사진작가

지난 7월 초 막을 내린 울산국제환경사진 페스티벌 2014에 초청된 제레미 블린코(Jeremy Blincoe)와 데이빗 맨리(David Manley)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울산매일사가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젊은 사진작가를 대거 소개해다. 2009년을 기점으로 매해 개최되는 본 행사는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됐다. 특별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제레미 블린코와 더불어 본 행사에 맞추어 한국을 찾은 데이빗 맨리를 서면과 대면 인터뷰 형식을 통해 지면에 싣는다. 

제레미 블린코  Jeremy Blincoe

girl in the forest (2011), Jeremy_Blincoe

 

Jeremy Blincoe 제레미 블린코
-화면에 숲, 그리고 아이를 채우거나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은 자연에 대한 상상력, 호기심, 그리고 놀라움이 샘솟는 시기이다. 드넓고 신비한 놀이터인 숲은 이런 소중한 가치를 키워준다. 우리가 자연을 보며 느끼는 경이로움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내가 자연과 어린 시절이란 주제로 돌아온 것이다. 디지털 장치의 끝없는 반짝임과 어른이 되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어린 세대 속에서 이러한 가치들이 점차 잊혀지고 있다.

- 숲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감정과 더불어 공포, 두려움, 환타지등의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숲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그러한 감정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비롭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특정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면 관중의 머리 속에 이야기의 씨앗을 심어주기도 한다.

- 자연과 인간에서의 인간에 대한 단상은 어떠한가.
인간과 자연과의 단절이 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깊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며 내 작품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속도로 생산과 소비를 반복하게 되면 반드시 재앙에 이르게 될 것이다.

▲Polar Bear(2011)

- 화면 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아이들과는 다르다. 화면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이 역시 작업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된다.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 콘크리트가 자연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잠식하면서 자유분방함, 호기심, 상상력과 같은 어린 시절의 본질이 현세대 어린이들 속에서는 변질이 되거나 대체되었다. 어두운 숲 속을 탐험하며 느끼는 신비함과 즐거움이 게임과 소셜 미디어 중독으로 대체되어버렸다.

-호주사진계의 주요특징은 어떻다고 생각되며, 자신의 개념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가. 
내가 사진계에서 어떠한 입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 내 가장 큰 야심은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 장르에 오래 기억될만한 방식으로 기여하여 미래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는 것이다.

- 한국 울산국제환경사진 페스티벌에 호주와 뉴질랜드 사진작가의 작업이 대거 소개되고 있다. 한국에 선 보여지게 된 계기와 또 심정은 어떠한가?
나는 항상 현대 한국 작가들을 매우 좋아했다. 페스티벌에서 내 작품이 소개되고 지구 반대편의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David Manley 데이빗 맨리

▲Spiral Cement Structure, 2014. Ink jet print 110 cm x 135 cm

 

David Manley 데이빗 맨리

- 공간을 다루지만 텅빈 듯 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작업을 완성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나는 공간의 잠재적 심리적 특성에 관심이 있다. 나는 많은 시간을 들여 도심을 돌아다니면서 일상과의 단절이나 소외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와 공간을 찾는다. 특히 J.G. 발라드 (J.G. Ballard)의 소설 <크래쉬>나 <콘크리트 섬>를 읽으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인공 환경이 개인의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탐구한다. 나는 도심의 지형 속에서 ‘발라드적 공간’을 시각화하고자 노력한다. 내 초기 작품들은 시드니 카리타스 정신병원이 폐원하기 전 그 내부를 배경으로 완성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자신의 내적 이야기를 풀어낼 때 작동되는 장점을 무엇이며 주로 어떠한 공간을 찾아 화면에 담아 내는가?
사진은 일정 수준의 사실성을 담아낸다. 우리 모두 사진은 진실을 나타낸다고 믿도록 교육을 받았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작이야말로 사진 촬영의 핵심이다. 나는 특정 도시나 순간을 알아보기 힘든 작품을 만들어 이 사실을 이용하고자 한다. 나는 이런 작업방식을 애프터매스(여파) 촬영이라고 부른다. 어제, 오늘, 혹은 그 어느 시공간에서든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의 여파를 말한다. 이것이 내가 앞서 언급한 소외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데 기여한다.

▲Substructure, 2013. Ink jet print, 100 cm x 100 cm

- 주로 어떠한 부분에서 사진적 영감을 얻어내는가?
나는 주로 발라드, 폴 비릴리오 (Paul Virilio), 지그문트 바우만 (Zygmunt Bauman)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영감을 찾는다. 하지만 제프리 스마트 (Jeffery Smart), 안드레아스 거스키 (Andreas Gursky), 토마스 스트루스 (Thomas Struth)와 같은 작가에도 관심이 있다. 나는 현대 미술 갤러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보곤 한다. 예술을 창작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드니 예술 대학교 (College of Fine Arts)에서 내게 사진을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엄청난 영감을 얻는다.

-울산국제환경사진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게 되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과 전시를 하면서 기대하면 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한국은 내가 방문한 국가 중 가장 정이 깊은 나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하고 특히 먹을거리가 정말 환상적이다! 내 예술적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한 장소로서 서울은 그야말로 도심 낙원이다. 나는 이 도시의 복잡성, 멋진 건축물, 높이 치솟는 아파트 건물이 정말 놀랍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 이은주(아트스페이스 정미소 디렉터)
번역:  Mitc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