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최치원-풍류탄생전' 개최
예술의전당, '최치원-풍류탄생전' 개최
  • 고무정 기자
  • 승인 2014.07.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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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ㆍ 김양동 등 현대작가 최치원 오마쥬 작 ㆍ백남준 작 전시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오는 30일부터 9월 14일(일)까지 <최치원 - 풍류風流탄생>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1세기 인문정신의 재발견을 위한 첫 전시로 ‘최치원(857 - 909이후)’이라는 1200여 년 전 역사인물의 실존과 그가 처음 정의한 ‘풍류(風流)’라는 우리 인문 정신문화를 예술로 표현하는 자리다. 또한 격조 있는 우리 문화‘풍류’의 본 모습과, 최치원의 실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우리문예의 중흥조(中興祖) 최치원을 발굴해냈다.

▲희랑대사상

서용선, 황재형, 박대성, 박원규, 배병우, 이갑철, 정종미, 최정화, 정병규, 홍승엽 등 한국을 대표하는 분야별 작가가 최치원의 삶과 역사현장, 시문(詩文)을 재해석해 설치, 미디어, 사진, 서화  등 현대미술 및 서예, 문인화, 현대무용 등 총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울러 해인사 희랑대사상, 사산비명 탁본, 진영 및 영당현판 및 지리산, 가야산의 암벽석각 탁본 등 유물 50여점과 작고작가 특별출연으로 백남준 박생광의 작품도 전시된다.

▲전국 최치원이 남긴 글씨 탁본들

최치원은 토착신앙인 무(巫)사상을 토대로 외래사상인 유(儒)· 불(佛)· 선(仙) 삼교(三敎)를 회통(會通) 융화(融化)시켜 풍류(風流)사상을 우리사상으로 정립했다. 그런 만큼 ‘풍류’는 우리의 독자사상이자 문화로 동아시아의 같은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개념이다. 당시 동아시아 세계 보편사상으로 존재한 유불선을 풍류(風流)로 녹여내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사상을 만들어 냈다. ‘천인합일(天人合一)’ ‘물아일체(物我一體)’ 와 같은 맥락에서 최치원은 역사에서 ‘해동유종(儒宗)’으로 평가받는다. 또, 이러한 풍류사상이 토대가 된 그의 시문(詩文)으로 ‘해동문종(文宗)’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갑철-기의 만개

최치원의 문제의식은 ‘식민지’ ‘서구화’의 20세기를 지나 동서(東西)문화가 새롭게 하나 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클래식 한류의 원조로서 최치원의 ‘풍류’를 우리시대 언어로 말하자면 'K-Culture'라 말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술의전당 이동국 서예부장은 “서구에만 눈을 돌리기보다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고 말하며 최치원의 의미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최치원이라는 인물상과 생애사실, 주유천하 현장과 설화(說話), 그리고 그가 남긴 문예와 저작 등의 역사유물을 현대작가들의 다양한 재해석을 통해 제시한다.
진영眞影의 재해석을 통해 시대와 사람 사회마다 최치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했는지를 볼 수 있다.
경남 하동 ‘운암영당’에서 모시고 있는 진영(眞影)은 도학자(道學者)로 모셔져 있지만 처음 신선(神仙)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치원은 동국문종(東國文宗) 일뿐만 아니라 해동유종(海東儒宗)이고 도종(道宗)이다.

최치원의 실존적인 삶도 재해석된다. 그는 개혁사상가로서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최고지성이었지만 당에서는 외국인 신라 사람이었으며, 신라에서는 진골(眞骨)도 성골(聖骨)도 아닌 육두품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방인(異邦人)과 신분차별이라는 출신적 한계에서 겪는 '고(孤)'와 '고(苦)'의 실존적 삶도 결국 신선세계를 그리는 풍류적 삶으로 초극되고 귀결된다.

12세(868) 동아시아세계중심인 당에 유학해 18세(874) 외국인으로서 최고 성적으로 빈공과에 급제하한 최치원은 25세(881) 토황소격문으로 중국에서 문명을 날렸다. 하지만 28세(884) 망해가는 신라를 구하고자 귀국해 38세(894) '시무십여조'라는 사회개혁안을 제시했으나 실패하고, 42세(898)는 주유천하, 52세(909) 이후 신발만 남긴 채 결국 가야산의 신선(神仙)이 됐다고 전한다. 이러한 최치원의 삶은 한마디로 고(苦)와 고(孤)의 풍류적(風流的) 승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전시는 인문학(人文學)과 예술(藝術)의 실질적인 만남의 장이다. 1200여 년 전 최치원의 풍류정신 본질과 실체를 우리시대 서화(書畵)·미술·설치·미디어, 가무(歌舞)·시문(詩文) 등으로 재해석한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문의:(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