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화법에 담긴 교황의 온화함
한국 전통 화법에 담긴 교황의 온화함
  • 김한나 기자
  • 승인 2014.08.26 15: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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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어진과 같은 형태, 핍진성 반영해

▲크기  92㎝·165㎝ (사진제공=한국얼굴연구소)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상화가 방한 중 교황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이 초상화는 한국 전통 초상화법으로 그린 최초의 서양인 초상화로 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전통 초상화가 양성과정생 등 7명이 5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초상화 속 교황은 태조 어진(초상화)과 같은 형태로 의자에 앉은 전신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전통화법인 배채법(背彩法·한지의 뒷면에 색을 칠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기법)과 육리문(肉理紋·피부결을 따라 붓을 놓는 기법)에 따라 머리카락 한 올, 검버섯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

우측 상단의 ‘프란치스코 교황’ 글씨는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서체'로 쓰여졌다.교황은  군자표변(君子豹變)을 상징하는 호피무늬의자에 앉아 있으며, 가슴에는 한 마리의 길 잃은 양을 구해 오는 목자 예수님이 새겨진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의자가 놓인 돗자리에는 교황님을 맞는 기쁨을 담은 한자 기쁠 희(喜)가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초상화에는 한국 초상화의 전통철학인 핍진성(逼眞性·변형이나 이상화없이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반영돼 교황의 온화한 미소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반면 전통 초상화에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의 손이 그려져 파격을 보여줬다.

조용진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소식을 듣고 전통 초상화법을 복원해서 초상화를 그려드리면 영광이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 이번 초상화는 한국 미술사에서 전통화법 최초로 서양인을 그린 것이라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에 염수정 추기경은 “전통기법에 따라 만든 작품을 교황님께 드려 감사하다”며 “초상화는 교황께 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황의 초상화 두 점 중 한 점은 지난 18일 교황에게 전달됐으며 다른 한 점은 2017년 개관 예정인 서소문역사박물관에 수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