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 이것이 우리 박물관입니다.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 이것이 우리 박물관입니다.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
  • 승인 2014.09.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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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박물관입니까?

▲필자 윤태석/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교편을 잡으며 대학원에 재학 중인 교사 한분이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박물관은 현재와 과거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미래에 계승하고,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관입니다.

이에 박물관은 인류에 의해 생산된 유형의 문화와 자연유산을 수집, 보존, 조사, 연구하고, 이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기위해 전시, 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또 50년 이상 되어야 유물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유물은 과거 인류의 잔존물로 유적에 비해 작고, 운반이 가능한 것들을 일컫습니다. 또 앞선 세대의 인류가 후세에 남긴 물건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이컵, 식기 등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과거(유물)와 현재를 비교전시 한다면 박물관으로 인정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단순히 요즘 것들을 모아 놓는다든가 유물적 가치나 예술적 가치가 없다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본인의 생각입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술적 가치가 없다고 하여 박물관 등록을 거절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말이 맞는지요? 잘못된 우리나라의 박물관 정책에 대하여 논문을 쓰고 싶기 때문에 여쭙고자 합니다.

네 이것이 박물관입니다.박물관은 매우 전문적인 식견과 법제적 차원에서의 냉정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결론적으로 현대의 박물관은 소장품의 매우 다원화된 가치에 더해 다양한 활동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가령 선생님께서 재직하시고 있는 학교에서 역사관을 만든다고 할 때 이는 얼마든지 법적으로 손색이 없는 박물관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 운동 선수 한명이 2014년 전국학생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고 합시다. 이때 단체 응원단이 썼던 학교로고와 명칭이 새겨진 카드섹션용 응원도구가 딱하나 존재한다면 이것은 역사관에서는 훌륭한 소장품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쓰레기로 취급될 뿐만 아니라 쓰레기봉투를 구입해야해 버리는데도 돈이 들 것입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문화재가 50년 전 것이라는 선언적 기준은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래됐다고 다 가치가 있다고도 볼 수 없고요.

또한, 어린이박물관의 경우는 진품보다는 모형이나 복제품(Replica)이 전시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소장품이 갖는 아우라(Aura)적 가치보다는 교육의 수단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는 어린이박물관(미술관 포함)의 공통된 상황일 것입니다.

따라서 박물관의 성격, 개념, 활동의 방향에 따라 소장품의 역할과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법과 제도, 형식과 절차 등을 대입할 때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얼마든지 박물관 자료로 등록될 수 있으며, 소장 자료로도 훌륭한 기능을 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국제박물관위원회(ICOM), 미국박물관협회(AAM), 영국박물관협회(TMA) 등 국제적으로 또는 몇몇 박물관선진국의 박물관에 대한 정의는 지극히 이상적이며 옳은 말입니다.

다만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은(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등의 법령) 등록제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법제가 전적으로 이상적인 임무수행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다 중요한 것은 박물관에 대한 공공적, 비영리적, 공익적 인식의 깊이일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등록을 해야 세제혜택, 공공요금 감면, 다양한 지원이 주어집니다. 박물관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인식에 앞서 법제적 기준이 보다 중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유물의 가치와 연대가 떨어진다고 등록을 거부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박물관 문화에 대한 식견과 박물관 법제가 부딪치는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등록을 거부한 지자체의 경우 박물관학적 접근이나 박물관시스템, 소장품 가치기준, 다양한 박물관활동에 앞서 개념적인 인식을 먼저 내세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등록은 법제적 판단이 전제해야함으로 냉정한 이성적 접근이 앞서야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ICOM, AAM, TMA의 박물관 정의가 우리보다 선진화되어있고, 잘 알려진 박물관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우리 것은 미개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건 대단히 위험한 가설입니다. 적당한 예가 될 진 모르겠지만 박물관은 '와인'과 '쌀'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와인감별사(Sommelier)가 세계 각국의 와인을 감별해 맛과 향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와인이 나름대로 글로벌한 스탠더드가 있기 때문이라면 '쌀'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것과 일본사람, 동남아 사람의 선호도가 제각각이기에 이를 존중해야 하며 따라서 서열화 할 수 없습니다.

논문을 작성할 때 박물관 사례조사 또는 비교분석을 하면서 스미소니언, 브리티시뮤지엄, 루브르가 우리보다 낫다는 전제에서 실마리를 풀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무슨 기준일까요? 그것은 매우 저급하고 편협한 설정입니다.

우리 박물관을 바라보는 시각과 주변 환경, 인식과 개념의 정도, 역사성, 법령 등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전문적 식견에서 객관적인 비교는 가능합니다.

지금까지도 박물관은 매우 권위적이며 무거운 개념으로 이해되곤 합니다. 따라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커피(녹차)박물관, 와인박물관, 곰인형박물관, 컵박물관, 완구박물관 등은 이를 완화시켜준다는 차원에서 고무적입니다.

선생님이나 저 같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박물관은 편하고 즐거우며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여야 하며, 우리부터 인식의 문턱을 낮춰 박물관을 폭넓게 이해해 나아가야합니다.

박물관도 일반인들에게로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저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입추! 박물관을 더 생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