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우리아이, 미술관 전시교육의 효과…
[전시리뷰]우리아이, 미술관 전시교육의 효과…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학교 문화재학 박사
  • 승인 2014.09.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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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부하는 엄마의 몫!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학교 문화재학 박사
모처럼 한국 미술계 블록버스터 전시가 연이어 훌륭한 기획과 작품들로 화려한 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3일 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개관한 프랑스 오르세미술관 교류전시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展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6월27일부터 전시되는 <20세기, 위대한 화가들>展, 7월3일부터 전시를 시작한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展이 그 주인공이다.

필자는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展에 대하여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네 번째 전시를 선보인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의 교류전시 중에 가장 명확한 기획력을 자랑하는 수준 높은 전시라고 평한 바 있다.

그뿐인가. <20세기, 위대한 화가들>展은 150여 년의 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전반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오페라 갤러리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미적안목’을 높이는 데에 다방면으로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우리 관람객들의 수준 높아진 현실에서 전시실은 연일 만원이었다. 게다가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로 미술관은 한창 북적인다.

아이들의 미술관 교육은 엄마들을 기대하게 한다. 우리아이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미술과 더불어 역사을 되돌아보며, 예술로 창의력까지 개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술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미술관 자체 프로그램으로는 만족하기는 어려워 사설단체에서 등장하는 단체교육까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오리새끼들 마냥 선생님의 뒤를 따라 작품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듣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마음이 짠하다.

▲ VTS(Visual Thinking Strategy)

방학이니 나들이 삼아 즐거운 마음에 신나있어야 할 미술관 체험이 아이들에겐 학원만 벗어났지 학업에 치이는 일상과 다름없다. 북적거리는 미술관 인파 속에서 우리아이들은 무엇을, 얼마나 얻어갈 수 있을까?

물론, 필자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왔고,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많은 예술을 감상하고 미적 감각을 키워가길 바라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미술관 현장에서의 예술강사는 많은 아이들과 동행해가며 하나하나 그 아이들의 취향을 파악해 소소하게 이들을 챙기는 것은 쉽지 않다. 미술관의 강사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실시간 지식을 제공하고, 체험 결과물까지 완성해내야 했다.

여태 최선을 다해 우리아이들의 맞춤형 오디오가이드가 되어주었고, 체험교육에 미술, 공예 선생님 역할까지도 해내왔지만 이제 미술관 수업의 학습효과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예술강사의 능력과 자질의 몫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시각예술 감상교육의 기초는, 동기부여가 핵심이다. 즉. 아이가 얼마나 흥미롭게 미술관을 경험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미술관 전시교육도 변화가 필요하다.

관람하며 작품을 분석해서 특징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전시를 감상하며 대화 속 질문을 통해 예상할 수 없는 아이들 개개인의 생각을 거친 다양한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묻는 질문은 반드시 ‘열린질문’으로 하는데, 이는 아이가 yes나 no로 뻔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육하원칙에 의해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열린질문에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들의 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호기심을 자극하고, 질문을 통해 전시감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 아이들 개개인의 자기표현과 자기생각으로 이야기하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VTS(Visual Thinking Strategy)교수법 이라 불리는 이러한 교육방식은 일회성 교육의 진행자보다 아이가 좀 더 ‘열린질문’에 ‘열린답변’이 편안한 가족이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빠와 엄마는 미술관의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를 사전에 이해 할 수 있다. 성인대상 예술감상교육도 있고, 도록을 관람 전에 미리 숙지할 수 있고, 홍보물이나 언론을 통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엄마의 전시 사전학습은 자녀와 함께 미술관 작품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때 엄마의 지식수준은 아이와의 교감에 그다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단,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존중하고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열린질문을 던지고 경청하면 된다.

예술교육은 체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경험을 기억하고, 그 기억은 감동이 되어 추억을 남긴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이 추억들은 성숙한 지식을 확산시켜 성장하는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가 설명해주는 그림이야기는 엄마와 교감하며 감성과 감각을 함께 나눴던 행복한 나들이의 추억보다 더 큰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술관 박물관 교육은 달달달 외우거나 분석하는 학습이 아니다. 첫째는 즐기는 것이고, 둘째는 생각하는 것이며, 셋째는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술관의 문턱을 자주 넘어 삶에 아름다움을 간직할 줄 아는 안목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