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판철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아흔 평생 국악부흥 위해 헌신… 매해 수 천만원 대회비용 사재 충당
[인터뷰 - 김판철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아흔 평생 국악부흥 위해 헌신… 매해 수 천만원 대회비용 사재 충당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글-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9.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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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 복원-국악발전 전기 마련,오늘날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 개최로

▲김판철 이사장/현재 (사)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 및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상임고문 / 국립경찰공무원 근속(경위) 25년, (사)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역임,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발굴창립위원장, 제1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개최 / 모범국가공무원 내무부장관상, 국악발전전통문화예술공헌공로패(문화체육부장관상), 한국국악대상, 예술문화대상 등 다수 수상

기자는 김판철 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아흔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도 너무나 건강하시고 꼿꼿한 성정에 놀랐고, 국악계의 최고 경연인 전주대사습놀이대회를 복원하는 등 지금껏 미처 알아보지 못한 국악계의 산증인을 직접 뵐 수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전라북도 정읍. 판소리를 시작으로 호남우도농악의 본산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악계통의 음악이 도도한 물줄기처럼 정통성과 그 생명력을 이어내고 있는 이곳에서 나고 자란 김 이사장이 어린 시절부터 전통 예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애정 어린 관심이라 해도 그 모두가 맹목적인 헌신과 희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다니던 직장까지도 그만 두고 전통예술을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로 수 십 년간 국악계에 몸담아왔다. 아흔을 바라보는 그는 일평생 국악계 대부로, 국악 원로로 예우 받아오며, 많은 국악인의 찬사를 받을 때 명예의 소중함을 자부한단다.

특히 판소리가 없던 경상도였지만, 경상도 출신 명창이 전주대사습대회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현재 경상도에서는 민요대회 등 각종 국악 관련 대회 및 행사가 활발히 열리고 있으며, 판소리 본고장인 전라도와 겨루며 발전 중이다.

김 이사장은 국악을 즐겨 명인들과 교류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일찍이 유년시절부터 국악에 관심을 가졌다. 늘 사랑채에서는 소리가락이 들렸고, 자연스레 우리 소리와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국악계로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서울경찰전문학교에 입학한 그는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게 되는데, 25년간 경위로 근속하며 모범국가공무원 내무부장관상까지 수상하지만 국악에 대한 갈망이 항상 가슴 한 편에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비로 전주 전동남문 옆(당시 남창여관) 자리를 빌려 고수, 판소리, 시조 등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청화국악동우회를 설립해 운영하게 된다. 실제로 유수의 국악인들이 청화국악동우회를 거쳐 갔으며, 이곳에서 배운 이들이 국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실을 바탕으로 그는 판소리 김유앵(판소리 제2호 지방중요무형문화재), 거문고에 신쾌동, 고법에 박창을, 이기권 선생 등을 초빙해 국내 최초로 전주전국고수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그때의 운영비, 임대료와 북, 장고 등의 제작비까지 모두 그는 사재로 마련한다. 김 이사장의 국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당시 경찰 경위로서 진급과 안정된 미래가 보장돼 있었는데 이를 사직하고 본격적으로 국악계로 나서게 된다.

개인 영달 버리고 국악계 위해 자비 털어 헌신

이후 국악협회 전북지부장을 지내며 전북국악협회청사를 자비로 건립했고, 협회 부설학교로 국악연수소를 개설해 무료 수강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날 익히 알려진 ‘전주대사습전국대회’를 복원해 첫 개최한다. 이는 1975년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를 창설하고 얼마 되지 않은 후의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악예술 실력을 전국적으로 겨루거나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전주대사습전국대회로 국악인들의 활력을 고취하는 계기가 됐고 이를 시작으로 전국 각 시, 도, 군에 대회, 학원 등 국악인 양성소가 설치되며 전통 국악예술 평준화에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개최된 전주대사습전국대회는 8회까지 외부 지원이나 협찬 없이 자체부담으로 운영되다 9회째부터 MBC와 공동 주최하는 쾌거를 이루며, 국악사상 최초로 예선과 결선을 이틀간 걸쳐 실시하는 경연내용 전부를 전국 생중계한다. 전국적으로 우리 국악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처럼 국악예술을 통해 지역 화합에도 큰 공헌이 됐음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이사장 임기 중에 경연의 투명성을 위해 심사 집계를 편집 없이 방송 중에 바로 공개하기도 했다.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었다. 그저 국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국악계 발전을 위해 평생 스스로를 받쳤다. 한때는 명 고수로 또는 신쾌동 선생의 유망한 전수자로 인정도 받아 거문고 연주자와 농악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랬기에 국악계의 상황과 어려움을 더 잘 알고 있었고 국악예술인의 복리 증진과 국악발전보급 및 국악부흥에 양심과 공정 그리고 성실함으로 일관할 수 있었다.

여느 사회가 그러듯이 각계 각 분야 간에 시기와 질투 불화 등 말도 많고 탓도 많은 국악계에서 대가 없이 헌신해 온 그이다. 1993년 한국전통진흥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로는 그동안의 국악경영을 토대로 지역적인 특성에 맞는 타 국악 단체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국악정책을 이끌어낸다. 그에 따라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를 만들었는데, 이는 당시 국내 유일 전통공연예술 종합대상제도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통예술의 전국적인 균등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에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의 도입은 획기적이면서도 타 대회 및 전통예술단체에 귀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종합대회를 찾기가 힘들었던 이전과 달리 이후 타 대회에서도 종합대상제를 도입하며 우리 전통예술 각 분야의 균형 잡힌 발전이 이뤄져올 수 있었다.

시상금 자체 조달, 올해는 세종기념사업회 등 후원으로 상금 1천만원으로 올려

대회의 확고한 근본목적은 부문별 균등발전과 사라져가는 원형을 보존, 육성하기 위함이다. 한국전통예술진흥회는 매년 5천만원에 이르는 운영비와 경상비 대회경비 전액을 그의 사재와 주변 후원금으로만 충당하고 있다. 올해 22회째를 맞는 유서 깊은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을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진흥회 임원들, 회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헌신했기에 가능했다고 김 이사장은 강조했다. 특히 올해는 임원 중 기업인들이 협찬해주는 덕에 대통령상 시상금을 기존 5백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높일 수 있었다고.

대회는 지금까지 전북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보유자 이용길 명창, 채향순 중앙대 교수, 동부민요보존회 회장 박수관 명창 등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수상자 여럿을 배출한 바 있다.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개최돼 왔지만 국고 한 번 받은 적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되며 부족한 예산, 미흡한 조직구성 등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있다고 김 이사장은 밝혔다.

현재 정읍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학생국악경연대회’ 또한 진흥회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경제적인 여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와 개별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이란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학생 부문도 추가해 함께 열림이 응당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단순히 종목을 불려 대회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예술의 발전이 그런 모양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통예술 꿈나무들인 어린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홍보가 되지 않아 여태껏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우리 대회처럼 제 실력을 공정히 심사받는 대회는 유일무이하다고 자부합니다. 광고비만 마련된다면야 이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텐데… 우리 대회의 연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통해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싶습니다.”

◆"공정성 담보된 경연대회 돼야, 국악계 '각성' 해야" 일갈

김 이사장은 국악인들의 ‘각성’을 요구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멀고도 험난한 득음의 길이기에 공부해온지 1년만 차이나도 엄정히 구별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불과 10여 년 전 이야기이지만, 요즘에는 더러 심사공정성에 회의가 들기도 하고, 어떤 대회에서는 불공정성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두고 김 이사장은 국악인들 먼저 각성하고, 오로지 실력만이 우선 할 수 있도록 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 또한 공정히 심사해 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실력을 심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고도 덧붙였다. 국악진흥을 위해 평생을 받쳐온 원로의 한마디가 지금껏 그가 이뤄왔듯이 앞으로의 국악발전에 일조할 것을 믿기에 더욱 더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한편, (사)한국전통예술진흥회가 주관하며,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후원하는 '제22회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가 오는 10월 7일과 8일 양일간 세종대왕기념관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경연대회를 비롯해 전통예술발전에 공헌한 예술인(단체)에 수여하는 특별상 시상식 및 역대 대통령상 및 수상자 기념공연인 한국민속음악제로 이뤄진다.

10월 7,8일 홍릉 세종기념관에서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개최, 많은 전통예술인들 참여 바라

10월 7일은 예선이, 8일에는 본선 및 종합결선 외 부대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경연종목은 판소리, 기악, 무용, 민요 등 총 4종목이며, 각각 명인부와 일반부로 구분돼 진행된다.

명인부에는 만 2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또는 재외국민이 참가 가능하며, 단 중요무형문화재 및 지방예능보유자, 전국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는 참가할 수 없다. 일반부에는 만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또는 재외국민이 참가할 수 있다.

명인부 종합대상 수상자(1명)에게는 대통령상 및 시상금 1천만원, 종합금상(1명) 수상자에게는 국회의장상과 시상금 3백만원, 종합최우수상(1명) 수상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시상금 2백만원이 수여된다. 이외에도 종합우수상(1명) 서울특별시장상 및 1백50만원 외 대상(대회장상 4명, 총 1백60만원), 최우수상(국악방송사장상 4명, 총 1백20만원), 우수상(세종대왕기념사업회이사장상 4명, 총 1백20만원), 장려상(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상 8명, 총 80만원) 등이 있다.

일반부 종합대상 수상자(1명)에게는 서울특별시장상 및 1백만원의 시상금이 주어지며, 이외에도 대상(대회장상 3명, 총 1백20만원), 최우수상(국악방송사장상 4명, 총 1백20만원), 우수상(세종대왕기념사업회이사장상 4명, 총 80만원), 장려상(한국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상 8명, 총 80만원) 등이 있다.

참가자는 스승이나 8촌 이내 친인척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할 때, 해당 심사위원의 심사회피를 경연 전에 신청해야 하며, 만약 신청하지 않고 수상 후, 신청사유가 있었음이 발견될 시 수상이 취소될 수 있다.

이달 18일부터 10월 5일까지 우편,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참가 신청이 가능하며, 참가신청서는 홈페이지(www.ktapa.or.kr)를 통해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제출서류는 참가신청서(사진부착) 1부와 주민등록증 사본 1부이다. 참가비는 명인부 10만원, 일반부 5만원이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tap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 02-935-5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