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 스무 돌을 맞는 참무국제무용제의 개막과 폐막공연
[이근수의 무용평론] 스무 돌을 맞는 참무국제무용제의 개막과 폐막공연
  •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 승인 2014.09.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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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명예교수)
창무회(김매자)가 ‘오오노 가츠오’ 등 일본 부토 춤의 명인들을 초청하여 창무국제예술제의 첫 막을 올린 것은 1993년 여름이었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열려온 대회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춤 교류를 목적으로 처음 기획되었으나 이제는 호주 미주 유럽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초청범위가 넓어졌다.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소극장 및 CJ 토월극장 등에서 개최된 2014 창무국제예술제(8.28~9.4)에는 미국 이스라엘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해외 초청 팀을 포함하여 20여 개 국내외 팀이 공연을 펼쳤다.

나는 뉴질랜드의 블랙 그레이스(Black Grace)를 포함하고 있는 개막공연과 이스라엘 다피댄스그룹(Dafi Dance Group), 유경희, 이혜경이 춤춘 폐막 첫날공연, 그리고 미국의 리사더컴퍼니(LeeSaar The Company), 박나훈, 윤수미 무용단의 작품들로 구성된 마지막 날 공연을 보았다.

블랙 그레이스는 뉴질랜드의 전통 춤 2개와 컨템퍼러리 작품 2개를 선보여 주었다. 무용단 설립자이며 안무가인 예레미야(Neil Ieremia)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성원이 마오리족과 사모아원주민 출신들이다.

손바닥으로 몸을 치는 슬랩댄스(slap dancing)를 바탕으로 원주민 춤의 힘과 날렵함을 최대한 살려 무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현대춤동작을 전통춤사위에 결합하여 컨템퍼러리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독특한 춤 캐릭터를 가졌다.

앞 두 작품인 'Minoi'와 'Pati Pati'가 원주민 춤 테크닉을 보여주는데 치중한 작품들이라면 뒤의 두 작품인 ‘Gathering Clouds'나 'Mother Mother'는 전통 춤 요소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여 사회적 이슈와 개인적 체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이해력과 전달력이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럭비와 체조 등 스포츠에 단련된 건장한 체격의 무용수들이 원주민 음악에 맞춰 펼치는 현대 춤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마오리 족 은어로 용기에의 동경을 뜻한다는 ’Black Grace‘란 이름을 실감나게 하는 개막공연이었다.

블랙 그레이스 작품에 앞서 개막 작품으로 한혜경의 ‘12체 장고춤’, 김광숙의 ‘예기무’, 김용걸의 ‘의식(Conscious)‘과 최지연의 ’살풀이‘가 연이어 공연되었다.

201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48호로 지정된 ‘예기무’(藝妓舞) 보유자인 김광숙의 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예기무’는 전주와 정읍지방을 중심으로 잔치자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주로 첫 부분에서 추어지던 기생 춤이다.

김광숙의 ’예기무‘는 부채를 손에 들고 등장한 어린 기생이 활짝 편 부챗살로 얼굴을 가리고 관객들께 인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접혀진 부채를 돌려 치마 뒤춤을 살짝 들어 올리고 앞 춤도 슬며시 들어 보이는 관능미를 구사한다. 부채를 내려놓은 다음은 맨손 춤이다. 애교스런 표정과 교태어린 예기의 몸짓이 기생방 손님들을 사로잡듯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흰 수건이 다음의 소도구다. 살풀이처럼 수건을 흔들고 바닥에 떨어뜨린 수건을 입으로 물어 올리는 교태를 과시하기도 한다. 마지막이 접시춤이다. 양 손에 접시를 나눠들고 온 몸을 흔들며 나비처럼 사뿐한 발사위로 무대를 누빈다.

예기무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활동적인 춤이면서 기생들의 희로애락을 한 순간에 담아야하는 감성적인 춤이다. 김광숙의 뛰어난 테크닉과 섬세한 표현능력이 돋보인 9분간의 춤이었다.

폐막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리사 더 컴퍼니는 한국인 무용수인 이혜린을 포함하여 대만,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 다국적 무용수들로 구성되어 있는 뉴욕시 소재 무용단이다. 스토리텔링보다는 신체 무브먼트를 강조하고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을 지향하는 작품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날 공연된 ‘Princess Crocodile' 역시 무용수의 몸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한 관능적인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