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식도락] <<아돌프 히틀러>>
[예술가의 식도락] <<아돌프 히틀러>>
  • 김종덕 /무용가(천안시립무용단 상임 안무자)
  • 승인 2014.09.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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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덕 /무용가(천안시립무용단 상임 안무자)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사랑과 공포라고 했다.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이용해 자신과 독일 국민을 결속 시켰으며 절대 권력을 통한 민족적 애국주의를 고취시켰던 정치가가 히틀러였다. 만약 그가 민족주의를 앞세워 정치적 야망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면 역사는 그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히틀러는 위대한 연설가이며, 탁월한 연출가로 예술가적인 정치가였으며, 예리한 지성과 심미적 탐구, 죽음의 예찬, 밤에 이뤄진 대규모 의식과 예술에 대한 숭배, 자신의 등장시기와 걸음걸이, 표정, 의복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계산되어진 연출로 독일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히틀러의 매력은 카리스마로 설명되는데, 막스 베버에 의하면 카리스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행사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히틀러는 연설을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나 하지 않았다. 청중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가장 낮은 늦은 저녁에 연설 시간을 잡았다. 해가 붉게 물드는 나른한 저녁시간, 하늘을 배경으로 히틀러가 연단에 서면 집단 최면 효과는 극대화 되었다. 히틀러는 금방 연단에 오르지도 않았다.

장중한 북 소리가 둥둥 울리며, 그의 등장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고, 붉은색과 흰색,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강렬한 나치 깃발이 하늘을 메우고, 그렇게 기대감에 부푼 채 오랜 시간 기다린 군중들의 앞에 붉게 물든 배경으로 히틀러가 나타나면 그곳은 당장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그들은 이미 최면에 걸릴 준비가 기꺼이 되어 있었다.

"삶을 선물 받은 사람은 언제나 함께 더불어 삶을 형성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이 없다면 내 인생은 무엇일까요.“

히틀러에 의해서 연출된 정치적 행사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표출하고 있다. 휴고 보스가 디자인 한 군복을 입고 도열한 모델 같은 친위부대와 깃발들, 횃불의 유희, 행진하는 군중과 바그너의 음악 등으로 마법과 같이 군중을 사로잡았다.

히틀러는 이러한 효과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거대한 축제에서 가장 사소한 세부사항에 이르기까지 검사하고, 동작 하나와 걸음걸이까지도 정밀하게 감정하며, 깃발이나 꽃 등 장식적인 세부사항과 귀빈들의 좌석배치도를 손수 점검하였다는 데서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치밀한 대중선동가 히틀러가 좋아하는 음식은 어떤 것이었을까? 맑은 국물과 삶아서 으깬 감자 그리고 케익이라고 한다. 독재자치고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다.

가난한 환경으로 유년시절 다양한 음식을 맛보지 못해 미각이 발달하지 못해서인지, 아님 지나친 결벽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음식을 음미하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영양공급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뇌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성(synapse)을 통해서 완성되는데 시냅스의 유연성이 높은 결정적 시기(10~12세)에는 경험을 기반으로 자주 쓰는 신경세포는 살아남고, 쓰지 않는 세포는 도태된다고 한다.

히틀러는 세계 최고 예술가적인 정치인이며, 불필요한 말과 서신이나 어떠한 기록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철저했지만 인간이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쾌(快)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맛을 음미하지 못한다는 것,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불행한 삶일까.

오늘은 부암동 치어스에서 생맥주에 치킨을 곁들이고 싶다. 독일 맥주에 소시지 대신 치킨이 언제부터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치맥(치킨과 맥주)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한국인의 사랑은 각별하다.

서울 3대 치킨집인 ‘치어스’는 4인용 테이블이 단 5개뿐인 맥주 전문점이다. 큼직하게 튀긴 감자와 치킨이 어우러진 안주에 생맥주 한 잔이면 세상 부러울 것도 없고,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이다.

부암동 치어스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258-3 / TEL.02-391-3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