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의 대서사, '태양의 도시Ⅱ' 와 '새벽의 노래Ⅲ'를 만난다
이불의 대서사, '태양의 도시Ⅱ' 와 '새벽의 노래Ⅲ'를 만난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09.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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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 대규모 설치작업 선보여

▲이불 작가

동시대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으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을 해오던 이불 작가의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는 30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이불 초대전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전시로 이불 작가의 그간의 작품을 총 망라한 초대형 작품으로 작가 개인의 대서사를 풀어낼 예정이다.

이불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뉴욕현대미술관,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등 유수의 해외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며 세계적으로 주요한 현대미술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온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역사와 시대에 대한 은유적이고 진보된 사유와 성찰을 한층 발전시켜 확장된 형태로 제시한다.

작품 '태양의 도시 II Civitas Solis II'는 대형 전시실(길이 33m, 폭 18m, 높이 7m 규모)의 사방벽면과 바닥면 전체가 거울과 그 조각들의 굴절과 반사를 반영한 미로 형식의 공간 설치작업으로 작품 상단에 부분적으로 설치된 전구들은 거울 면을 통해 형태가 반전돼 'Civitas Solis' 즉, '태양의 도시' 라는 단어를 드러내며 점멸을 반복한다. 

▲ 이불, 태양의 도시 II, 2014, 폴리카보네이트, 아크릴 거울, LED 조명, 전선, 330 x 3325 x 1850 cm.

거울 면들의 반사와 굴절로 무한히 확장되는 신비로운 공간 안에서 관객은 마치 미지의 시간과 공간을 탐험하듯, 각 개인의 내면과 상상의 세계로 들어서며 자아와 세계의 또 다른 만남과 사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다른 작품인 '새벽의 노래 III Aubade III' 는 독일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의 새로운 법령을 위한 기념비 Monument des Neuen Gesetzes(1919)와 20세기 초 힌덴부르크 비행선 등 모더니즘 상징물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서로 결합시켜 조명탑 구조로 발전시킨 형태로 15m라는 상당히 높은 전시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직의 대형 설치작업으로 완성됐다.

이 탑에는 점멸하는 LED 조명들과 전시실 전체를 주기적으로 분사시켜 채웠고 사라지는 안개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수직의 탑과 공간에 스며든 빛과 안개는 드러냄과 사라짐을 통해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생성하며 작품이 지니는 무게와 깊이를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든다.

▲ 이불, 새벽의 노래 III, 2014, 알루미늄, 폴리카보네이트, 메탈라이즈드 필름, LED 조명, 전선, 스테인리스 스틸, 포그 머신, 가변 설치.

지난 29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중이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 작품과 삶이 또 다른 한 인간으로 ‘겪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작품이(대중들에게)어렵다. 혹은 어렵지않다 라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불전은  현대자동차가  10년간 매년 1인의 우리나라 중진작가를 후원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큐레이터십을 키우는 사업으로 진행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의 첫 전시다.

전시를 후원한 현대자동차 조원홍 마케팅전무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차가 얻게되는 마케팅 효과"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현대차시리즈는 이번 작업을 절대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선을 긋고 "창조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우리 기업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발전과 자동차사업 발전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했고, 우리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마케팅 차원의 후원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했다.

한편, 이번 전시외에도 연계 부대행사로 문화계 인사와 함께 진행되는 작가와의 대화  '이불을 만나다' 와 이불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학술대담 '이불을 말하다'  등이 진행된다.

■ 문의: 02-3701-95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