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대문시장 600년과 부적절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기고]남대문시장 600년과 부적절한 서울역 고가 공원화
  • 김재용(남대문시장상인회장)
  • 승인 2014.10.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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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이 올해로 600년을 맞았다.

1414년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머리에 이고 장터로 나선 사람들에게 조정에서 가게 자리를 빌려준 것을 시초로 1897년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상거래의 기틀을 잡았다. 1954년 큰 불이 나 시장 전체가 문을 닫을 위기에도 처했지만 1968년 새로운 시장 건물이 완성돼 지금의 남대문시장 모습을 이뤘다.

현재는 하루 40만명이 오가고 5만이 넘는 상인들이 1만1천개에 달하는 점포에서 1천7백여개의 품목을 취급하는 등 우리나라 최고 최대 전통시장의 명성을 잇고 있다.

또한 골목 골목마다 갈치, 안경, 군복, 시계, 문구, 그릇, 액세서리, 먹자골목이 있는 등 서민들에게는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 놀이터이자 술잔을 기울이며 삶의 애환을 달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 바로 남대문시장이다.

이런 점 때문에 지난 해 3월 문화관광형 시장에 선정돼 국비 15억원을 지원받아 고객쉼터 설치, 남이섬과 상생협약, 신세계백화점과 협약으로 상생마케팅 등을 추진했고 쇼핑 올레길을 진행하는 등 남대문시장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대문시장을 찾는 서민들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를 본 떠 서울시에서 남대문시장과 맞닿은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해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든다는 얘기다.

이는 서울시가 잘못 짚은 것이다. 하이라인파크는 20년간 방치된 철길을 활용한 것이지만 서울시는 멀쩡히 운영되고 있는 도로를 폐쇄하면서까지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서울역고가는 교차로 기능의 다른 고가차도와 달리 남대문시장, 회현동 등 퇴계로 축과 중림동, 마포 등을 연결하는 ‘길’이다. 지금도 이 길을 통해 중구에서 중림동이나 만리동, 마포구로 넘어가는 차들이 엄청나고 이 길로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길을 없앤다는 것은 남대문시장을 폐쇄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그렇게도 강조한 주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불소통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서울시의 사업안 발표 전까지 주민 의견 수렴이나 협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 이후 서울시에서 사업안을 설명하러 왔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했을 뿐이었다.

설사 공원을 만든다고 하자. 지금도 물건을 사러 오는 소매업자들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길가에 세워놨다가 딱지를 끊는 일이 많다. 그런데 공원까지 들어서면 주차공간은 누가 마련해줄 것인가.

게다가 서소문공원과 연결해 남산까지 갈 수 있는 벨트로 조성한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까! 광진구에 있는 보행교인 광진교는 주변에 한강이 있으니까 볼만한 것이 있다지만 서울역 고가 주변에서 볼만한 것이 얼마나 될까.

거기에 더해 전국에서 제일 많은 노숙자가 있는 서울역 주변에 보행교가 생기면 그곳에 노숙자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면 남대문시장 주변이 노숙자로 인해 우범지대가 된다면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허구나 마찬가지 않을까.

이게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줄어든 버스노선이나 버스정류장 설치, 횡단보도 추가 설치 등 그동안 쌓였던 민원을 해결하고 노숙자들을 위한 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탕발림에 불과할 뿐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이라도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거쳐 지난 해 서울시가 수립한 대체도로 건설 후 서울역 고가 철거 계획을 그대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최대 전통시장인 남대문시장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