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승현, 이구하 작가①]김유정의 소설 속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사랑’
[인터뷰/유승현, 이구하 작가①]김유정의 소설 속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사랑’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4.10.22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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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사랑을 남겼고,꽃으로 그림으로 거북이로 나온다

'유정, 꽃으로 오다' 오는 31일까지 춘천 김유정문학촌서 전시

   
▲유승현 도자작가와 이구하 서양화가가 협업으로 작업한 작품들.

김유정. <동백꽃>, <봄봄>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그의 ‘사랑’이 이제 도예와 서양화가 만난 ‘제 3의 장르’로 우리 앞에 선을 보인다.

현재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이달 말까지 열리고 있는 '유정, 꽃으로 오다’ 전시는 화가 이구하와 도예가 유승현, 그리고 소설가 김유정의 시간을 초월한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전시의 두 주인공인 이구하 작가와 유승현 작가는 각각 협업을 통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또 다른 모습의 김유정을 만났다.

한사람은 김유정의 후손으로서 또 한 사람은 김유정의 고향인 춘천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결국은 김유정의 고리로 이번 전시는 숙명처럼 이끌려 이뤄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사람은 인연보다 더 귀중한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이전 스타일 그대로, 혹은 형상화에 급급했던 자신을 벗어나 또다른 ‘제3의 작품’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사랑과 기쁨을 얻고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싶어하는, ‘함께 만드는 기쁨’ 이었다.

당신이 남긴 알싸한 향기
천만년을 기다려 만난 귀한 선물
시공간을 넘나드는 우리의 사랑

늘 그립고 그립고 .....

오늘도 향기로 내려와
시대를 연주하는
당신은 영원한 꽃

-유승현-

유승현 작가가 이번 전시를 앞두고 김유정에게 받치는 헌시처럼 김유정은 늘 그리운 얼굴로 우리곁에 머물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뜨겁게 불타고 있는 김유정의 가슴이 이들 두 작가를 통해 ‘동백꽃’같은 알싸한 사랑을 전해 주는지도 모르겠다.

춘천 김유정 문학촌 전시장에서 이들을 만나 김유정 이구하 유승현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우선 두 분의 전시 개최를 축하한다.  소감 한 마디씩 부탁한다.

이구하 나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 문학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 김유정 작가에게 빠져들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업 컨셉에서 바꿔 '새로 그려달라' 는 주문을 받고 작업을 시작한 것인데 예전 같았다면 내가 하던 그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동백꽃차를 마시는데 뭔가 모르게 꽂혔다. 이 꽃차 향, 빛깔 이 느낌대로 가면 되겠다 싶었다. 김유정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꽃냄새가 곧 사랑인거다. 사랑과 꽃만 연결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랑을 그리던 작가도 아닌데 사랑이 샘솟았다. 사랑하면 미친다고 하던가. 그렇게 즐겁게 했다.

   
▲유승현, 이구하 작가(왼쪽부터)

유승현 나는 어렸을 때부터 김유정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할아버지께서는 김유정의 소설을 받아 우편으로 부치시기도 했었다. 그런 연관성이 있다보니 뭔가 후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제의를 받았고 고민을 했다. 소설 속에 있는 그 느낌 그대로 작업을 할까 생각하던 중 이구하 작가님을 만나면서 같이 한번 해보자 했다. 올 봄에 ‘봄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는데 동백꽃차를 마시면서 느꼈다는 이구하 작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랑에 대한 느낌을 받았고 이 작가님과 함께하면서 더욱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내가 봤던 이구하 작가는 힘이 넘치고 깔끔했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느낌이 보여져서 좋았다. 뭔가를 형상화시키려는데 급급했던 내 작업도 은유적으로 변했다. 소설은 줄거리나 문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꽃향기가 알싸하게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사랑을 남겼고 그게 꽃으로 그림으로 거북이로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김유정 작가는 나를 사색하게 만들었다. 후손으로써 다양한 방면으로 김유정 작가를 기리는 일이 될 수 있는 일은 찾아보고 싶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문학촌에도 감사드린다.

사랑을 그리지 않던 나, 사랑이 샘솟았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주고 받은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이구하 서양화가 국립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미술교육학 석사)/ FRANCE Paris에서 작품활동(2001-2002)/개인전 21회 및 단체전 34회 등 다수/  2010 대한민국미술대전(입) 서울시립미술관Seoul 등 다수 /Johns Hopkins Hospital,세계일보 본사(서울),박수근미술관(양구)등 소장

이구하 캔버스 위에 붓이 올라가고 안료가 올라가는 과정은 그것들이 고착이 되는 느낌인데 도자기는 어떤 모양이던 간에 수분을 빨면서 안료가 묻어난다. 그 느낌이 신선했다. 그래서 솔직한 붓터치가 나왔다. 그리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들어가고 나올 때까지 그 기다림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유승현 작업을 한곳에서 했다. 가마열이 내려가야 뚜껑을 열 수 있는데 이작가가 궁금해하는 것을 보고 열면 안되는데 열어서 다치기도 했다.(웃음)

이구하 뜨거운 도자기를 만지는 것도 좋았고 사람을 확 잡아당기듯이 도자기가 붓을 확 빨아먹는 느낌이 좋았다. 내 붓이 들어가는 것 같고 혼을 담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추억이 됐고 앞으로도 작업을 할 것 같다.

유승현 이 작가가 흙에서 빨아드린 흡수력을 느끼신거 같다. 이번 작업은 어떻게 보면 나만의 도자틀에 다른 이가 침범하는 것인데 침범을 당해도 이것이 배려가 될 수 있구나를 느꼈다. 보통은 도자가 좋아 그것을 꽉 채우려고 하는데 이작가는 너무 흐뭇해하면서 “거북이 하나만, 그리고 나머지는 너가 다해” 그랬다.

사인문제도 마찬가지였다. 틀은 내꺼지만 그림은 이 작가이고 나중에는 내 사인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작품에서 나는 제공만 했지 속에는 이 작가의 혼이 들어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같이 하는 것에 새로운 희열이 생겼다. 서로 배려했기에 새로운 제 3의 작품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상대방이 욕심을 냈다면 나도 조금 달랐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런 작업을 할 거다. 참, 이번에 둘이 함께 작업한 것은 김유정문학촌에 후원하자고 했다.

-유작가는 김유정 작품 70여편을 다 읽은 걸로 알고 있다.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나? 이 작가도 마찬가지로 애정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

유승현 소설가가 대표작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대표작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묻힌 게 많은데 다시 조명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김유정이 현대소설의 중요한 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줄거리만 얘기하지 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것이 정말 아쉽다. 김유정의 소설들은 사랑을 다루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사랑, 인간애를 보여주고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자연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많다. 그런 부분을 예술하시는 분들이 꺼내주시면 훨씬 더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구하 나는 동백꽃이 좋았고, 점순이 대사 중에 '닭 죽은 건 염려마라'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많은 걸 담고 있다. 귀한 닭이 죽었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 문장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김유정의 자연에 대한 사랑, 어필되길 바라

-이 작가 작품 속 거북이는 꽃을 입고 호사를 누리는 듯 하다. 어떻게 만들어 졌나.

이구하 작업실에 앉아 동백차를 마시던 중 꽃이 둥실둥실 떠있는걸 봤는데 마치 거북이 같았다. 꽃을 그리고 대가리와 앞다리, 뒷다리 2개 그리고 나니 ‘이거다’ 싶어 바로 큰 캔버스 갖다놓고 한 번에 그렸다. 이 생각을 왜 진작에 못했나 싶었다. 한동안 막혔던게 뚫린 기분, 속이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중심에 자신을 놓고 주변의 관계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변 인물들을 그릴 때 어떤 점들에 중심을 두며, 관계 속에서 그들의 정서는 어떻게 표현하나?

이구하 나는 모든 걸 내 눈으로 본다. 지금 거북이가 3개가 있으면 나, 너, 우리가 아니라 다 나일수 있고 그것이 다 내가 아닐 수 있는데, 일단 거북이를 병치를 시켜 나를 표현하는데 애인, 친구, 부모, 자식 등등 여러 마리가 되면 사회가 된다. 그런 관계가 중요하지 누군가를 대입하지 않는다. 여러 마리일 때는 거의 나는 없다. 하지만 한 마리는 거의 나다. 나는 크고 작은 것으로 표현하지 않고 특별하게 표현한다. 다 같은 길을 가는데 혼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거북이가 있다면 그게 나다.

   
▲유승현 도예가 / 숙대 대학원 교육학전공/ 개인전 7회 및 초대개인전 협회전 다수/교육전/ 유승현의 흙과 놀다展. 기획전시 10회 상/한국도자재단, 해강도자박물관, 경기문화의 전당,그리스아테네국립박물관, 서울아산병원갤러리 등/부스전 /Handmade koreafair(COEX). 세계도자비엔날레(광주왕실도자기축제) 참가

-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김유정의 소설의 영향이 어떻게 구현됐는지?

유승현 김유정의 소설 속에서 피어나는 것, 향기나 사랑 등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작가의 마음보다 소설을 안내하는 사람에 가까웠기에 그가 왜 이런 소설을 썼는지에 대한 집중을 더 많이했다. 소설을 반복해서 보면서 의미를 찾아 새로운 것을 재해석해야하는 것, 그것을 같이 하는 작업을 했다.

-유작가의 작품은 자유분방하고 호방하기까지한 지중해의 느낌인데 전시를 보고 있으면 영혼이 자유로워진다. 전통도예를 하신 아버님과 전혀 다른 작품세계를 갖고 있는데 계기나 영향 받은 부분이 있나?

유승현  단 한번도 아버지의 작업을 이으리라는 생각도 안했고 아버지께서도 작업을 물려주시겠다는 생각을 내비치지 않으셨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청화백자를 많이 봐왔다.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가 피했다. 전시를 하면서 아버지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이구하작가의 정적인 느낌은 나랑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남과 여를 비슷하게 가는 양가적인, 편안하게 가고 있는 느낌이다.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먹을 쓰고 있는 것이나 실험정신이 있는 점들이 비슷했다. 이작가도 나도 느낀부분인데 도자에 그림을 넣어보니 전통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작업은 내가 나서는 느낌보다 정적으로 가려고 했고 결과적으로는 자유분방함과 정적인 것은 같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버님께서 도예를 하시니 어렸을 적 미술교육이 남달랐을 것 같다.

유승현 어렸을 적 미술교육은 캔버스를 들고 자연으로 간 것이 전부다. 부모님은 붓터치에 대해 따로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는 자연을 관찰하게 하셨고 자연은 프레임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다. 집에는 늘 흙덩이가 있었지만 뭘 만들어보라고 하시지 않았다. 노는 기회를 제공받고 나니 굉장히 자유로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미술학원도 안 보내주셨다. 아버지께서는 미술을 좋아서 하면 되지 왜 잘 하려고 하냐고 하셨다. 나는 누구한테 잘 보일려고 하지 않고 책 잡혀도 신경 안 쓰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은 화가랑 해서 좀 신경쓰였다.(웃음).

-이 작가의 작품 속 거북이는 추상적이다. 거북이의 특징적인 부분이나 재밌는 부분, 본인이 생각하는 거북이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구하 내가 생각하는 거북이는 단순하다. 거북이는 느리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빠르다. 다만 잠시 느린 순간이 있다.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 바다를 향해 갈 때 거의 대부분 죽는다. 그것을 보면 사람같다고 느낀다. 거북이는 목표를 향해 자기 갈길을 제대로 간다.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진짜 빠른거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이 작가는 박수근미술관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 그동안 작품 경향이 변화하거나 영향이 있었나?

이구하  산골에서 1년간 꽤 큰 방에서 그림을 걸어놓고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했다. 내가 흔적의 개념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이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걸까? 생각하다가 그려왔던 그림을 바닥에 깔고 호스로 물을 뿌리니 다 지워져서 흘려내렸다. 2,3년 동안 내가 그린 그림을 지우고 있었다. 다음날 보니 거기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이런 개념을 업그레이드 시키다가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지워지지 않게 고착시켜야겠다 생각했다. 거북이의 형태는 변하지 않지만 매일 겹쳐겹쳐 거북이를 그리다보니 나중에는 번져서 거북이의 형상도 없어졌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입주작가 시기가 끝날 쯤 전시했는데 1년간 지웠다 그렸다 했던 작업들도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했고 결국은 고민의 연속이고 답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게 그거다 하면 그게 그건 거다. 라고 생각하게 해줬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