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흑묘백묘(黑猫白猫)?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흑묘백묘(黑猫白猫)?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4.11.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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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 색이 검거나 흰들 어떠하냐는 말이다. 자본주의건 공산주의건 상관없이 인민이 잘살게 되면 그만이라는 의미로 중국 경제정책을 활성화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그런데 이런 말이 우리 미술계에도 종횡무진 활약상이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 고양이, 팔리는 것 우선.
최근 미술시장(특히, 아트페어)을 보면 그림이 좋거나 안 좋거나, 프로이거나 아마추어이거나 아저씨거나 아줌마거나 상관없이 잘 팔리면 장땡인 듯 한 인상을 떨칠 수 없다. 아트페어 참가할 때 부스비를 받거나 안 받건 화랑 맘이며 참가자의 재량이다. 초보 미술가의 경우에는 판매될 가능성이 잘 없기 때문에 자비 들여 참여하는 것이 어쩌면 정당한 수순일지 모른다. 마케팅의 한 방편이다. 문제는 비용문제가 아니라 ‘팔리면 좋은 그림’이라는 인상은 자제되어야 한다. 미술작품의 명성이 아니라 미술작품을 제작한 이의 명성(?) 혹은 집안배경에 의한 판매가 좋은 작품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두 번째 고양이, 해외에서 먹히는 그림.
 “00 작가님이시죠. 도록보고 전화 드린 건데 작가님 작품이 해외에서 잘 먹힐 것 같아서요. 국내시장은 좁아서 작품 판매가 좀 그렇지만 선생님 작품정도라면 해외에서 충분히 먹힐 것 같아요.”라는 전화를 받았단다. 전화를 받은 이는 작품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은 여성선배이시다. 전시라고 해 봐야 고향 미술인들이 주최하는 작가전이거나 대학 동문전이 고작이다. “내 그림이 정말 외국에서 먹힐까? 후배님 보기에는 어때? 전문가 눈으로 의견 좀 말해봐.” 의견을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 온갖 작가들에게 전화해서 찔러본다는 말도 못했다. 

세 번째 고양이, 예술 하는 대중스타.
연예인의 전시 또한 심심찮게 열린다. 어떤 아트페어에 가면 대중스타를 대표선수로 내세워 언론을 자극하기도 한다. 가수 조영남은 개인전만 수십 차례를 열었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창작에 대한 희열을 위한 관심이었으면 좋겠다. 연예인 강석우와 김혜수 역시 자신의 작품으로 젊은 작가들이 선망하는 아트페어에 초대 받는다. 이외에도 미술을 전공한 연예인들로는 감우성, 이현우, 권상우 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의 작품 활동이 주목받기 보다는 대중스타에 대한 관심 집중이다. 스타들의 작품 활동이 흔하다보니 이제는 이마저도 시들해 졌다. 미술계에 독인지 약인지 모를 일이다. 

네 번째 고양이, 프로와 아마추어.
그림을 그리거나 전시를 하거나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문화센터나 사설 교육기관에서 그림을 배운 후 화가로 데뷔하는 이들 또한 많다. 일부 미술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아무나 들어온다고 해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은 미술품을 사야할 이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자신의 거실에 건다는 속내가 있다.

마치며, 아무나 그림을 그리고 누구나 전시를 할 수 있으나 누구나 미술가가 될 수는 없다. 미술가의 길을 가는 것은 자신의 예술과 열정으로 형성된 미술품을 매매하며 살아가야하는 고행의 길과도 비슷하다. 젊었을 때에는 작품 매매가 없어도 ‘팔리는 그림은 그리기 싫다’는 의지로 살았고, 전시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서는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사회에 대한 지속적인 갈등과 번민을 화폭에 실어 자신의 작품을 발한다. 오늘 이 시간에도 많은 분들은 쉼 없는 열정과 혼신의 힘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술시장의 쥐 잡는 고양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