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김선 김선국제오페라단 단장 내외]김선국제오페라단, 오페라 眞髓 선보인다 “정통 오페라 원형 재현해낼 것”
[인터뷰 -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김선 김선국제오페라단 단장 내외]김선국제오페라단, 오페라 眞髓 선보인다 “정통 오페라 원형 재현해낼 것”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11.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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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희극 <세빌리야의 이발사> 11.21~23 한전아트센터 공연

     김선국제오페라단이 준비한 G.로시니의 걸작 오페라 <세빌리야의 이발사>가 오는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창단 기념 공연 <한이 수교 130주년 축 기념 콘서트 Renato Bruson & Scala Academy>를 통해 관객과 성공적으로 소통을 시작한 김선국제오페라단은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대중화와 전문화’라는 모토 실천을 위해 대중에게 친근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 로시니의 위대한 희가극 <세빌리야의 이발사>를 통해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 오페라 중 하나인 <세빌리야의 이발사>는 세련된 선율미를 추구하고 성악기교를 오페라 부파에 적용시켜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오페라 부파의 전성기를 만든 걸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로시니가 3주도 채 걸리지 않은 빠른 속도로 작곡한 2막 희극 오페라이기도 하다. 로시니가 쓴 39곡의 가극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매해 수많은 극장에서 연주되고 있다. <세빌리야의 이발사>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 익숙한 아리아, 재치 있는 로시니의 위트를 통해 오페라를 ‘어려운 공연’, ‘지루한 작품’, ‘상위 계층의 문화’ 라고 여기던 많은 대중들에게 ‘쉬운 오페라’, ‘재미있는 작품’, ‘즐기고 싶은 문화’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할 것이다. 더 나아가 즐겁기만 한 가벼운 오페라가 아닌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연출가 죠르죠 본죠반니를 필두에 두고 꾸려진 최고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걸작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국제오페라단은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가수로 시작해 오페라 공연 기획자로 성공한 김 단장과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의 고수인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 내외가 한국 오페라의 발전과 오페라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설립한 전문성과 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유일의 오페라단이다. 김 단장의 검증된 오페라 기획 및 캐스팅 능력과 세계가 인정한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공연노하우가 만나 세계적인 오페라단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페라의 대중화와 전문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 전문 극장 설립에 비전을 두고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의 인재들과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 그리고 최고의 무대가 어우러지는 최상의 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오페라가 세계무대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내달 <세빌리야의 이발사> 공연을 앞두고 있는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 김 단장 부부를 만났다. 완벽을 추구하며 동시에 위트, 센스를 갖춘 천재 지휘자로 알려져 있는 마에스트로 카를로 팔레스키는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그의 부인인 김 단장이 인터뷰에 동행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단어 선택 하나에도 고민하는 김 단장의 세심한 통역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카를로 팔레스키
현재 스폴레토 누오보 극장 상임 지휘자, 베르디 아카데미아 예술 감독, 빼루지아 국립음악원 교수, 한예종 초빙교수 / 떼르니 스타니슬라오 활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레체 폴리테아마 그레코 오페라 극장 예술감독 등 역임 / 레파토리 : 가면무도회, 오텔로, 시몬 보카네그라, 마농레스꼬, 토스카, 라보엠, 안드레아 쉐니에, 훼도라, 나부꼬, 카르멘, 휘가로의결혼, 돈죠반니, 사랑의 묘약, 멕베드, 리골레토, 아이다, 팔스타프 등 40여 작품 암기 지휘

-지난 25일 공연된 대한민국 가을예술축제 폐막 공연 <가을 음악소풍> 및 11월 오페라 <세빌리야의 이발사> 등을 앞두고 있어 바쁘게 지내고 있을 듯하다. 예정된 각 공연들에 있어서 구현해 내고 싶었던 것들 및 감상 포인트에 대해서 말해 달라.
카를로 팔레스키
( 이하 카를로)“ <가을 음악소풍>은 여러 솔리스트들이 출연하는 만큼 그들 각자의 특징을 살려 조화롭게 진행해나가려고 했다.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의 융합, 또 합창단과 어우러지는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더라. 동시에 각각의 차이점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이다. 또한 강강술래 등을 통해 관객과 함께 하는 파트도 준비돼 유럽 음악과 한국 전통 음악의 만남의 장이라는 평도 있었다. <세빌리야의 이발사>는 이달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 지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작곡가의 의도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잘 표현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생각으로 작품을 써 나갔을 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특히 <세빌리야의 이발사>는 희극이기에 그 점을 중점적으로 살리려고 한다. 이 작품의 작곡가 안토니오 로시니는 기계적인 것 같은 리듬으로 곡을 써내려갔는데, 그것을 부각해 관객들이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나타내고 싶다.”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기량도 뛰어난데 주역들은 외국출연진인 경우가 허다하다. <세빌리야의 이발사>에서도 외국성악가가 출연한다.
김선
“이번 작품에서는 ‘피가로’ 역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 성악가와 외국 성악가가 더블캐스팅 됐다. 외국성악가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좋은 성악가를 찾는 게 어렵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해외에서는 자주 공연되는 로시니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도 캐스팅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한국성악가의 기량이 떨어진다거나 실력이 뒤쳐진다는 게 아니다. 이탈리안 오페라이기도 하고 그걸 이탈리아 성악가가 하면 오리지널이기에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성악가가 외국성악가에게 배울 수 있는 게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 교류하며 교감하고 어우러져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게 목적이다. 오페라에서는 소리만큼 연기도 중요하기에 언어구현이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외국성악가가 하는 걸 직접 보고 들으며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이번 공연 연출자 죠르죠 본죠반니를 데려온 것도 그가 이 작품의 연출자로서 가장 적합한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곡자가 눈에 보이는 무대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든 것이 오페라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음악을 이해하고 연출에 임하는 그의 소신이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담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할 것이다. 음악적 이해도를 기본에 두고 더불어 그의 전공을 살려 연기를 좀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역시 그의 연출이 좀 더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다. 연출자이자 배우이기도 한 그는 로시니가 의도한 작품 속 숨겨진 의미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성악가들로부터 그런 걸 끌어내주고 있어서 연습실 분위기도 아주 좋다. 관객들이 아마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거다.”

-이탈리아에서 지금까지 30년을 지냈다. 우리나라에 머물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선 “한국 들어온 지 이제 2년가량 됐다. 늘 한국에 오페라단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다. 국내에 오페라를 공부한 사람은 많지만 오페라를 공부할 데가 없는 등 우리나라 오페라 환경이 척박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대로 된 작품을 올리기 위해 귀국해 오페라단을 만들게 된 거다.”

-한예종 초빙교수로,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카를로 “난 내가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아주 뛰어난 학생들이 모인 곳이기에 각각의 학생들의 탤런트가 엄청나다. 실력도 뛰어나지만 예의도 바르고 의욕들이 아주 넘쳐서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막다른 골목이나 장애물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무대를 보면 출연자나 오케스트라가 다들 수월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반복과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밤 12시가 넘어도 연습실에서는 음악연주소리가 들리곤 한다. 한국학생들의 포기할 줄 모르는 강한 의지를 높이 산다. 이렇게 뛰어난 실력의 학생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환기하고 수준을 높이는데 내가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김선국제오페라단의 상임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어떤 오페라를 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나?
카를로 “오늘날 정통 오페라는 찾기 힘들다. 본래 간단하고 우아한 오리지널을 오히려 뒤틀어서 변형해 내보이곤 하더라. 마치 원래 본형대로 하면 뭔가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느끼나보다. 하지만 나는 작품이 쓰였던 그 시대로의 음악을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 원형을 구현하기 힘들고 그럴 능력이 없으니 자꾸 다른 걸 추가하고 변형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다보면 오페라 본연의 맛을 잃게 되며, 작품 안의 세밀한 구조, 미세한 장치들을 드러내기가 더욱 더 어려워지게 된다. 김선국제오페라단을 통해 오페라의 진수, 진짜 오페라를 관중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다정한 모습의 카를로팔레스키-김선 부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휘 외에도 피아노, 작곡 등을 배웠다. 왜 하필 지휘에 빠지게 됐나?
카를로 “처음 시작은 취미로 배우게 된 피아노였다. 딱히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점차 빠져들게 됐다. 작곡은 7살 때부터 했고,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오케스트라 작곡도 하게 됐다. 그 후 극장에서 일하게 돼 자연스레 오페라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 작곡과를 졸업하기 위해선 7년간 공부해야하는데 이수 후 지휘를 3년 더 공부해 지휘를 할 수 있었다. 지휘자의 악기는 오케스트라라는 복합적인 악기이다. 합창단과 함께 할 때면 수 백 명에 이르는 인원을 통해 그토록 파워풀한 악기를 지니게 되는 거다. 그런 악기로 나의 음악을 구현해 낸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 아닌가. 또한 직접 악기를 만지지 않고도 손짓하나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 동시에 여러 가지 색을 나타낼 수도 있는 점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지휘하면서 뒤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의식될 것인데,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가?
카를로 “당연하다. 관객으로부터 그들의 에너지와 반응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계획했던 대로 나의 지휘와 작곡자의 의도, 오케스트라가 자연스레 융합될 때면 굳이 보지 않아도 관중들이 몰입해있고 빠져있다는 게 느껴진다. 반대로 분위기가 냉랭할 때도 알 수 있다. 첫 곡 올리고나면 딱 느낌이 오는데, 관객들의 열기고 고조돼 있으면 좋겠지만 더러 반응이 안 좋을 때도 있다. 그렇게 고생해서 올렸는데 표현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지만… 관객의 반응이 차가울 때는 기운이 쫙 빠진다. 내가 굳이 뒤를 돌아서 관객들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다. 추울 때 우리가 추운 걸 피부로 느끼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지금껏 본 한국관객들은 대게 처음에는 좀 조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열광하는 것 같더라. 한국관객들이 열광할 때보면 이탈리아사람들 저리 가라다.(웃음)”

-한국에서는 오페라가 비교적 문턱이 높은 고급예술로 분류된다. 그만큼 대중들에겐 친숙하지 않은 장르인데, 오페라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카를로 “가장 우선시 돼야할 것은 오페라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자연스레 오페라를 계속 접할 수 있었던 환경 덕분이었다. 당시 오페라 한 작품을 막 별로 나눠 20분씩 녹음이 돼 있는 LP가 매주 한 장씩 판매됐었는데, 한 장을 사면 한 주일 내내 그걸 듣게 되는 거다. 무슨 말인가 하면, 2시간이 훌쩍 넘는 오페라 전곡을 20분씩 잘라놨기에 나도 그걸 별 부담없이 들으며 배울 수 있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시간 30분이나 됐다면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겠나.(웃음)”

김선 “어린 학생들, 젊은 층에서 오페라를 먼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고, 거기에는 반복적으로 듣고 접하는 게 뒷받침돼야 할 거다. 우리는 공연을 할 때마다 마지막 리허설 때 학생들과 학부모를 꼭 초청해 무대를 보여주곤 한다. 마지막 리허설은 본 공연과 똑같이 진행되고 준비된 무대이다. 초중고생부터 학부모, 대학생까지… 그런 자리를 자꾸 만들어 많은 학생들에게 오페라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두 사람의 꿈은 무엇인가?
카를로 “오페라의 원형으로 돌아가고 싶다. 요즘에는 듣는 음악보다는 보는 음악으로 가는 추세이지 않나. 하지만 시각적인 걸 뛰어넘어 듣는 것만의 깊이 있는 매력을 관객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굉장히 많은 오페라 유산이 있었지만, 너무 현대화돼 오히려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비틀어놓은 상태라 생각한다. 음악적인 언어가 유실된 상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치 바싹 매 마른 나무인 마냥 꽃도 열매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인 거다. 그래서 듣는 것보다도 비주얼 등의 다른 것에 치중하게 된 것도 같다. 진정 듣는 음악을 작곡해 과거의 오페라 유산을 재현하고자 한다.”

김선 “궁극적으로는 오페라극장을 설립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일단 오페라단이 잘 운영이 돼야 할 것이다. 하나하나 차츰차츰 이뤄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