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 20. 천안 <<시골손두부>>
예술가의 食道樂 20. 천안 <<시골손두부>>
  • 김종덕(무용가)/천안시립무용단 상임안무자
  • 승인 2014.11.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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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4년 7월 26일 토요일, 내가 천안시립무용단 안무자로 부임한지 한 달 하고도 사흘이 되는 주말이다. 서울에서 이미 계획된 공연을 소화하느라 마음을 다지고 준비할 겨를도 없이 광복절 행사와 천안흥타령춤축제, 시민들을 위해 수시로 해야 하는 공연 연습으로 쉴 겨를이 없었다.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기고 싶었는데 마음은 이미 12월 4일과 5일 첫 정기공연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안<시골손두부> 입구 전경
이번 작품은 천안 목천 태생으로 신흥무관학교와 임시정부 수립에 헌신한 석오 이동녕 선생의 독립의지와 민족애를 바탕으로 한 [백년의 꿈]으로 정했다. 김구 선생이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며, 윤봉길 열사의 마지막 일기장에서 나온 사진의 주인이 바로 석오 이동녕 선생이었다.

작품구상을 위해 여유롭게 운전을 하고 간 곳은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 ‘과거의 터널을 지나 1919년 대한민국(大韓民國)이란 국호를 선포하셨고,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구국의 선각자’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대동단결(大同團結: 많은 사람과 집단이 공동 목표를 위하여 크게 하나로 뭉침)과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을 외치며 좌절하는 백성들을 독려했을 선생의 외침이 귓가를 스치는듯하다.

내친김에 독립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까지의 역사를 전시하는 곳 인줄 알았던 기념관은 상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곳이었다. 내 발길을 한참동안 묶어 두었던 피 묻은 태극기는 독립운동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후손들에게 더 이상 치욕의 역사를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나서야 발을 뗄 수 있었다.

우리 음식의 자주독립을 이루게 한 일등 공신은 어떤 것일까.

▲얼큰한 두부찌개
된장과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발효음식에 꼭 필요한 식재료이며, 콩나물을 비롯하여 미숫가루와 두부, 콩비지, 콩자반 등 우리가 하루에 한 번 이상 마주하는 음식들이 모두 콩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필수 식재료로 철분과 비타민 B1과 B2가 들어 있으며, 특히 밥에 콩만 섞어 먹어도 콜레스톨을 감소시킨다고 하니 이보다 더 이로운 식품이 있을까.

독립기념관에서 나와 병천으로 가는 길목에 ‘시골손두부’ 집이 있다. 새벽부터 콩을 직접 갈아 만드는 이곳은 30년 넘게 이어온 맛 집이란다. 정성 가득한 찬거리에 칼칼한 두부찌개뿐만 아니라 이집 최고 음식으로 꼽는 ‘콩비지 쌈’은 양념을 듬뿍하여 맛을 내지 않고 소량의 소금으로 간을 한 콩비지와 소금에 살짝 절인 깻잎에 싸서 먹으면 본래의 깔끔하고 향긋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비우면 인심 좋게 가져다주는 콩비지를 두부찌개에 풀어서 먹으면 찌개의 칼칼한 맛을 잡아주고 담백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푸짐한 밥상을 다 비우고 나오면서 계산대에 앉아 계시는 원조 시골손두부 할머니께 ‘음식이 참 정갈하고 맛있다.’고 하니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고 답을 하신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그러자 내가 우스갯말로 ‘손님이 많아서 돈 많이 벌었겠네요.’라고 하니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기계가 아닌 수공이라 손이 많이 필요로 한데, 요즘은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천안에 온지 한 달 만에 만나는 나를 위한 온전한 주말,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긴 우리의 역사와 입으로 맛보고 머리에 각인된 우리의 참맛을 깨우친 보람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옛날 우리 입맛 그대로-
시골손두부 ?041-556-9946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연춘리 107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