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시인이라면, 사회정치적 현실에 관심 가져야”
“적어도 시인이라면, 사회정치적 현실에 관심 가져야”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7.22 16: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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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윤동주문학상 대상 수상자 공광규 시인

민족 사랑과 인류평화정신을 실천한 윤동주 시인의 위대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6년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가 제정한 ‘윤동주상’.

올해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에 공광규 시인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인 신경림 시인을 비롯한 유안진 시인, 임헌영 문학평론가, 유성호 문학평론가 등의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시를 채택하며, ‘제2의 윤동주’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윤동주 문학상에 선정된 작품 중 ‘놀란강’에 대해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20년간 다져온 공광규 시인의 총체성이 묻어나는 작품이자 ‘양생의 시학’이 창출해낸 결과로 노벨상 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보여준 정신적 상승의지와 내적 성찰을 담아내고 있어 ‘윤동주상’이 가지는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공광규 시인은 1960년 4월 3일생으로 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포항제철에 입사해 4여 년 동안 일하다가 동국대 국문과에 입학,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거치며 현실의 삶 속에서 문학적인 토양을 쌓아왔다.

1986년 <동서문학>에서 ‘저녁1’ 등을 발표하며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이후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등의 시집을 내며 사회정치적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1987년, 공 시인의 첫 시집 ‘대학일기’는 1980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던 당시, 시위 모습이나 참상, 정치사회와 집단 내의 모순 등에 대해 너무 현실적으로 썼다는 이유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상식이 있던 날, 오전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소나무를 바라보니 윤동주 시인이 함께 바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볼펜으로 그린 소나무 그림을 일본의 야나기하라 야스코 윤동주 연구가에게 전했다. 사려 깊은 그의 마음에 야스코 연구가는 눈물을 보였다. 그로부터 5일 후인 지난 16일 청계천 광교 근처의 야외 찻집에서 그를 만나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먼저 윤동주 문학상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수상소감에서 “민족, 민중을 위한 쉬운 시를 쓰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20여 년 시를 써오면서 한 결 같이 생각해 온 것이다. 문학의 길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다른 어떤 상보다 의미가 깊다.

요즘 시인들은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된 시를 쓴다. 삶의 현장이 아닌 책상에서 몸을 쓰지 않고 머리로만, 손가락으로만 쓰기 때문에 독자들이 읽기 어렵다. 이해가 안 되니 감동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윤동주 문학상 대상에 선정된 10개의 작품 중 ‘놀란강’은 노벨상 감이라고 극찬 받고 있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20년 간 다져온 공 시인의 총체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환경파괴의 대표적인 쟁점이 대운하 사업이다. 거기에 대해 시인으로서의 문학적 경고다. 서정의 충격을 줘서 시의 내용을 깊이 각인하고 그 생각을 오래 가지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 아닌가. 직접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일회용’이지만 문학을 통한 간접적, 정서적인 전달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쉬이 잊혀 지지 않는다. 독자가 시인의 메시지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효과적인 전달방법이다. 

▲제 4회 윤동주상 문학부분 대상을 받은 '공광규 시인'이 박영우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시대를 비판하는 시를 많이 써왔다. 사회, 정치적 의식이 없으면 지진아라는 조롱을 받을 것이라 했는데, 시인이 사회정치적 현실과 호흡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숟가락의 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적 함의가 있다. 쌀값은 다 위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을 조정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모두가 정치적이다. 실제적으로 자신의 집단과 개개인의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외부요소들은 사회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시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내 존재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시인이라고 해서 꼭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정치적 현실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본질을 올바르게 보려면 사회정치적 진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시인이라면.

-그렇다면 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생의 시학’이 나의 시론이다. 시는 사람의 살림살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잘 읽히고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절차탁마(切磋琢磨) 하고, 항상 사회 여건에 대해 형상화해 공격하고 있다.

자기 자신만의 행복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시인끼리 읽고 평가하는 시가 아니라 독자가 읽고 독자와 함께 나누는 시를 써야 한다.

-신경림 시인이 시상식에서 “시란 시인의 삶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공 시인의 시도 그러하다. 이번 수상작 중 ‘애장터’는 가족의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시래기 한웅큼’의 시도 참 슬프고도 재미가 느껴진다.

무교동 골목에 있는 식당 담벼락 앞의 시래기, 동생의 이야기.. 실제 경험이나 도심에서 본 소박한 주변 이야기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좀 첨가 됐다. 그것이 시인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각박한 도심의 현실을 비난하고 비판하며, 그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 삭막함을 시적으로 어떻게 포착해서 이야기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단순한 말놀이에서 시작해 풍자, 우화, 농담, 과장, 축소 등을 통해 정직한 마음을 절실하게 드러내니 독자들이 읽고 감동하는 것 아닐까.

-공 시인을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한 번도 언짢은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와 잘 지낸다. 지향하는 바나 시각의 차이가 있을 때, 화가 나거나 하지 않나?

논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일 자체가 많지 않아 싸운 기억이 거의 없다. 천성인 것 같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가능하면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

술 마시는 것과 종교 빼고는 말수가 적고 주변에 적을 만들지 않는 성격이나 시에 대한 사상과 방향 등 많은 부분이 윤동주 시인과 닮은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어떤 사람인가?

집에서는 코미디언이 되려고 노력한다. 가족들에게 말꼬리 잡기를 좋아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성적, 정치적 농담을 잘해 좌중을 웃기는 사람이다. ‘걸림돌’에 나오는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그런 농담을 좋아한다. 개그프로는 유치해서 안 본다. 유머의 아이디어는 ‘말에 대한 감각’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다.

-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에도 참여했다. 어떤 인연이 있었나?

특별히 (개인적인)인연은 없었다. 노 대통령은 민권 변호사를 하면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활동도 많이 했다. 대통령 가운데 그만한 사람이 없었다. 현장과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던 대통령...그런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 추모기간 동안 단 시간에 그렇게 많은 국민들이 모여 대통령을 추모하고 헌정하는 것,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일이다. 현재의 정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갈수록 극도로 양극화 되어가는 현재의 정치 현실은 사람들의 삶을 불행으로 치닫게 한다. 빨리 해소해야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에 관심 가지지 않게 정치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놀란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입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서울문화투데이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사진-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