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왕열 작가] 가까이서 찾은 무릉도원… 명상 통한 휴식, 작품에 담아
[인터뷰 - 왕열 작가] 가까이서 찾은 무릉도원… 명상 통한 휴식, 작품에 담아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11.27 2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릉도원이 어디인가?>展 내달 3~9일 선화랑서 전시

 아크릴, 묵, 크레용 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한국화를 선보여

무릉도원, 그곳은 본디 찾을 수 없는 장소라고 일컬어진다. 왕열 단국대 동양화과 교수는 늘 무릉도원을 갈망했다. 아크릴, 묵, 크레용 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한국화를 선보이며 때로는 강렬한 적색, 때로는 차분한 청색으로 그만의 무릉도원을 실현해왔다. 그에게 무릉도원이란 흔히들 말하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아니다. 실존하는 모습 속에서 정신적인 유희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 그 자체이며, 고뇌와 즐거움이 교차하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내달 3~9일 선화랑서 <무릉도원이 어디인가?>展을 앞두고 가진 왕열 작가(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와 인터뷰

무릉도원 시리즈는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이자 평안한 휴식처이다. 그의 작품 속 등장하는 새와 말을 통해 휴식 없이 바삐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들을 대변하며, 그들을 위한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재료를 오가는 탓에 동양화인지 서양화인지 묻는 이들이 많다고 그가 말한다. “아크릴 쓰면 서양화이고, 묵 쓰면 동양화라는 구분은 잘못됐어요. 그건 그저 작가가 쓰는 재료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 그림에는 동양사상과 우리 한국인 고유의 정서가 깃들어있어요. 그러므로 제 그림은 ‘한국화’입니다.”

왕 교수의 개인전 <무릉도원이 어디인가?>가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린다. 평면을 비롯해 입체작 등 4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서양화의 강세 속에 오늘날 동양화가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용인 고기동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 내달 전시를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달 3~9일 선화랑서 <무릉도원이 어디인가?>展을 앞두고 가진 왕열 작가(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와 인터뷰

-내달 전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 소개 부탁한다.
“그동안 계속 다뤄왔던 무릉도원을 주제로 풀어낸다. 내가 말하는 무릉도원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세상, 꿈꾸는 세상, 이상향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평면뿐만 아니라 입체작도 발표한다. 자유로이 노니는 새들과 휴식하며 명상하는 말馬들을 담은 그림 40여 점이 전시된다. 그런 새와 말을 보며 관람객들이 힐링을 할 수 있게끔 하고자 했으며,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려고 한다.”

-말의 속성은 동(動)적인데, 작품 속 말은 정(靜)적이다.
“맞다. 말은 계속 움직여야하고 뛰어야하는 숙명을 갖고 있는데, 그 본질이 마치 요즘 우리네의 모습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현대인의 삶이 그러하지 않나. 말의 속성을 반전시켜 그러한 말들을 쉬게 함으로써 관람객에게도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 특히 다리를 길에 그려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극대화해 마치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듯 쉬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듣고 보니 본인 또한 휴식을 열망하는 것 같은데.
“가끔은 한나절정도 TV나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 자신에 대해 나는 누구인가, 왜 사나 등에 고민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수련원을 찾아 명상과 수련을 하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신무릉도원도_천에 먹, 아크릴_140x140cm_2014

-명상이 작품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명상을 접한 이후 작품에 말을 더 부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좀 비어내려고 한다.  예전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백을 많이 놔두고 있는데, 생략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본인의 무릉도원은 어디인가?
“오늘날 현대인들은 너무도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자신보다 잘 사는 사람들과 늘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괴로워한다. 이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무릉도원일 텐데, 그렇다면 내게는 여행과 명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한 것들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

▲내달 3~9일 선화랑서 <무릉도원이 어디인가?>展을 앞두고 가진 왕열 작가(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와 인터뷰

-동양화이지만 아크릴과 묵을 섞어 작업하고 있다.
“내 그림보고 동양화냐 서양화냐 질문 많이 받곤 하는데… 아크릴이나 오일 쓰면 서양화되고, 묵 쓰면 동양화된다는 구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저 작가가 갖다 쓰는 재료에 지나지 않은데 말이다. 나는 여러 가지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동양사상이 깃들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라고 본다. 첫 번째는 바로 여백이다. 그림에서의 여백이란 미리 계획돼 있는 것으로 보는 이에게 상상력을 제공하고 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요점만 뽑아서 그려야 한다는 거다. 문학으로 말하자면 마치 시詩와도 같다. 그리고 일격逸格과 은은한 스밈과 번짐, 상징적인 요소 등이 바로 동양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 오일이면 어떻고, 묵이면 어떻고,크레용이면 또 어떠냐는 거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동양화냐, 서양화냐 묻는다면 나는 '한국화'라고 대답한다. 내가 서양재료를 사용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엄연히 한국화이고 새로운 우리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강렬한 빨간색과 동시에 청색을 즐겨 사용한다. 전혀 다른 느낌일 수도 있는 두 색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대학 때부터 빨간색에 대한 어떤 열망이 있었다. 나에게 희열을 주는 컬러라고나 할까. 빨간색은 나쁜 기운과 잡귀를 물러나게 하고 동시에 사람의 기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도 우울증 있는 이에게 빨간색 그림이 좋다고도 하더라. 이제 빨간색은 내 캐릭터와 같다. 그래서 오늘도 빨간색 바지를 입은 거다.(웃음) 그와 반대로 청색은 오히려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나의 양면성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활동적인 반면, 마음 속 저변에는 늘 새벽녘과도 같은 정적인 외로움이 늘 존재해왔다. 그걸 아쿠아청색으로 표현하는 거다.”

▲신무릉도원도_명상, 천에먹,아크릴_135x135cm_2014

-그렇다면 대학에서 동양화과와 서양화과로 구분해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듯하다.
“두 과를 따로 나누는 것 역시 잘못됐다. 하지만 예전에 학교에서 두 과를 통합해 회화과를 만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난 반대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문화라는 것은 경제적인 우위에 있어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게 돼 있다.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서양문명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두 과를 통폐합해 회화과를 만든다면 서양화에 1000명이 지원한다고 했을 때 동양화는 기껏해야 10명 남짓 올 거라 예상한다. 즉, 회화과로 통폐합 시에 동양화과 설 자리는 더 없어지고 더욱 더 도태될 거라는 거다. 오늘날 학생들 취향에는 동양화가 너무 재미없다. 화려하고 다양한 서양화와는 현재 힘을 겨루기에는 동양화가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시대에 맞는 개편과 개발 없이 그저 먹으로 난초나 그리고 있으면 더 이상은 안 된다. 그러니 앞서 말했듯이 동양사상의 중심만 지킨다면 서양재료 사용 등에는 보다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거다. 다만 서양화와 차별화되는 동양화만의 특성을 개발해야할 것이다.”

-이렇듯 어느 순간 동양화가 설 자리가 사라져버린 데에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때 동양화 붐이 일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그림이 마르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사가던 때였다. 그러니 연구하거나 고민할 필요성도 없었고 그저 마구 그리며 그림 판매에만 열을 올렸던 거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린 것 아니겠나. 좌절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국화 개발에 나선다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달 3~9일 선화랑서 <무릉도원이 어디인가?>展을 앞두고 가진 왕열 작가(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와 인터뷰
-미술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에 따라 작가들의 작품 활동도 뜸해진다. 
“경기가 안 좋다고 전시 취소하는 분들도 여럿 봤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술시장이 안 좋다고 하더라도 그림을 필요로 하는 곳은 항상 있어왔다. 작품의 유통이 주로 대형 화랑중심으로 돌다보니 일반 작가들에게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지만 경기가 안 좋아서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의 침체를 보인다하지만 중국만 해도 젊은 스타 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봐도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 실력 너무나 대단하다. 허나 국가에서 뒷받침 해주는 건 전혀 없다. 이렇게 좋은 자질을 갖고도 왜 이것밖에 못하고 있느냐 하면은 발판이 없기 때문이다. 원인은 한국미술협회이다. 부정으로 점철돼 있는 미협이 정작 해야 될 일은 안 하고 있는 거다. 젊은 작가들 지원해준 게 뭐가 있나. 미협에서 젊은 작가들 해외활동 지원해주고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작품이 좋다고만 성공할 수 없는 요즘 세상이다. 미협에서 젊은 작가들 지원해준다면 국내 미술시장 경기가 나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말 싹 들어갈 거다. 어떻게 잘 포장하고 띄어주느냐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데 뛰어난 젊은 작가들은 그런 기회를 제공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야 한국 미술의 위상도 높아질 것 아니겠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요즘 들어 매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대작은 사다리 타고 올라가 그려야 하는데, 그렇다면 큰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앞으로 10년 정도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이라도 젊고 힘이 있을 때 대작에 집중하고 싶다.”

-꿈은 무엇인가?
“학교 정년은 65세지만, 화가의 정년은 숟가락 놓을 때까지다.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그림은 해야 하고, 그러고 싶다. 그 그림을 후대에게 보여줘야 하고, 나중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나의 손자손녀가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무릉도원도_천에 먹, 아크릴_171x121cm_2014

<왕열 프로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 개인전52회 (중국,일본,독일,스위스,미국,프랑스 등) |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수상(동아일보사) |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 한국미술작가대상 (한국미술작가대상 운영위원회) | 단체전 450여회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 경기도미술관 | 대전시립미술관 | 미술은행 | 성남아트센터 | 성곡미술관 | 홍익대학교 | 현대미술관 | 고려대학교 박물관 | 워커힐 미술관 | 갤러리 상 | 한국해외홍보처 | 한국은행 | 동양그룹 | 경기도 박물관 | 한국종합예술학교 | 단국대학교 | 카톨릭대학교 | 채석강 유스호스텔 | 호텔프리마 | 천안시청 | 천안세무서 | 한남더힐 커뮤니센터

 현)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