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도예가·수필가 심상옥]동·서양, 전통·현대… 범주 초월한 독창적 작품 세계
[인터뷰 - 도예가·수필가 심상옥]동·서양, 전통·현대… 범주 초월한 독창적 작품 세계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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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성 더한 ‘도조 조각’과 함께 도예에세이 개척·확립

▲시공을 초월하여 50*62/1988년프랑스 빠리 그랑빠레전/전기가마 1310℃ 산청점토(좌) ▲소상시리즈 25*25/1990년 제13회 파리 그랑빠레전/전기가마 1310℃ 산청점토(우-전)▲부드러운 곡선 26x26cm 석유가마 1300 ℃ 문경점토(우-후)

심상옥 선생은 일찍이 국내는 물론 대만과  일본으로 유학을 통해 작품 활동은 물론 이론까지 겸비한 열정적인 작가이다.

그는 18회의 개인전과 수차례의 그룹전을 거치며 그동안 도예작가로서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특히 도예뿐만 아니라 1982년 ‘한국수필’로 등단한 중견 수필가로서 문단활동을 하며 자신의 작품에 글을 입힌 도예이야기를 풀어내며 예藝와 문文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의 작품은 조형성이 강하다. 도자임에도 마치 조각과도 같이 느껴진다. 붓 터치를 더해 겉 질감을 살리고, 또한 철사鐵砂, 코발트, 녹유, 백유 등 각종 유약을 시유하기도 한다. 점토가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지며 공간을 이루고, 그 안에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그의 자유분방함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가 추구하는 도자는 마치 추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자연스러운 질감과 독특한 형태 등 매번 전시 때마다 자유로운 변주를 선보이며 그만의 예술혼을 펼쳐내고 있다. 때로는 소박한 시골 여인네의 품처럼 포근하기도 혹은 도회적인 세련미를 물씬 풍겨내 작가의 내면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수필가로서도 꾸준히 수필집을 출간하며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시, 소설 등 타 문학 장르에 비해 대중성 및 전문성이 뒤쳐진 수필의 오늘날 상황을 지적하며, 보다 전문적인 내용의 에세이가 대중들에게 친숙히 보급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까지 이브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진 그를 만났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던 그 감상과도 꼭 같았다. 품위 있고 정갈하면서도 올곧은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 11월 4일~16일까지 서울 이브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전시장에서 작가 심상옥.

-개인전 <울림과 색깔의 합주>가 지난 16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의 의의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올해 고희를 맞아 198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했다. 이때까지의 작품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내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전시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적 감각과 전통 동양도예가 어우러져 있는 세련된 형태의 작품을 추구한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일본에서 조형학교를 입학해서 처음에는 조각을 배운 뒤에 도조를 했다. 그 후 대만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동양화기법이라든지 붓 터치 등을 배웠다.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배운 게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웃음) 특히 분청을 농도로 표현하고 붓 터치로 조형성을 더하기 때문에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다.”

▲은하의불빛45x55cm1986년 파리 Lia Gramhihler화랑 개인전/전기가마1310℃/산청점토(좌)▲원초적 생명 각28x29cm 전기가마 1310 ℃ 산청점토(우)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도예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당시 친오빠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 부모님께서 나도 미국으로 건너가 학문계통으로 나가길 바라셨다. 그때 이대에는 도예과도 없었고, 부모님 뜻에 따라 교육과를 가게 된 거였는데, 막상 졸업 후엔 금속공예를 하시는 아버지의 권유로 일본으로 금속공예 유학을 갔다. 하지만 그 딱딱하고 차가운 물성이 나와는 맞지 않아 도예를 시작하게 됐다.”

-공예에 대한 섬세함과 불의 온도에 대한 감각 등 선친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
“금속을 공부했던 터라 그 기초가 있어서 그런지 흙을 만지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더라. 그래서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또 도자기는 불꽃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불의 온도를 불꽃의 생김새로 구별할 수 있는데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불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내가 도자기를 구울 때면 가마를 봐주시곤 했다.”

▲삼계의 고통에서 45x45cm/1987년 87'중국이싱도자 예술제 출품/석유가마 1280 ℃ 산청점토(좌) ▲내 마음속으로45x45cm/1987년 부산여화랑초대전 /석유가마 1280 ℃ 산청점토

-불도 중요하지만 도자에서 흙이 가장 주된 재료이지 않나. 어떤 흙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주로 산청토와 문경토를 쓰고 있다. 본래 자황은 1100도 이상 넘어가면 찌그러져버리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온도조절에도 민감하고 아무래도 약하기 때문에 크기에도 한계가 있다. 아버지는 흙에도 아주 능하셨는데, 나를 위해 당신만의 재료를 첨가해주셔서 자황을 강화해주셨다. 산청토를 일정 비율 첨가해 그 배합을 잘 맞춰주신 거다. 생전 만들어주신 그 흙을 계속 놔뒀다가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세월을 이은 듯> <저마다 사연이 있듯이> 등 흑색 작품이 인상적이다.
“문경토로 해야 저런 색이 나온다. 산청토는 저 정도의 까만 농도가 나오지 않고 좀 더 연하다. 문경토에 철사를 갖고 새카만 농도를 조절하는 거다. 또한 전기가마에서도 저런 색이 나오지 않으며 석유가마에서 구워야지만 된다.”

-도자는 만들어진 자체로만이 아닌 불이라는 매개를 통해 완성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기에 작품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실패나 성공이 좌우되기도 한다.
'불꽃은 정말 신비롭다. 10개 굽는다고 하면 마음에 드는 건 1개나 겨우 나오곤 한다. 2차로 구우면 반 개정도 나오고, 만약 4번 이상 구우면 다 부서져버린다. 이러다보니 작품 많이 한다고 해도 막상 거둬들이는 건 별로 없다.(웃음) 처 작업은 흙을 발로 밟아 기포를 없애는 과정인데, 여자로서 그게 참 힘들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 토련기라는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흙을 넣으면 공기를 빼주고 압축을 시켜주는 기계다. 거기에 집어넣으면 납작한 판 모양으로 나와 그걸 잘라서 작품을 만드는 거다.”

나선형 줄무늬를 감싸는 듯/50*60cm/1988년 빠리 바이메르화랑 초대/소성온도 1310 ℃ 산청점토
-도예가들이 가마를 떼기 전 의식을 치른다는 말을 들었다. 본인도 그러한지?
“일본의 한국계 도예가인 심수관 선생과 우리와 같은 집안이다. 청송 심씨氏인데, 그 원류를 더 올라가보면 시조할아버지께서 고려시대 때 전승하셨다. 아버지는 종손이셨고 청송에는 시조할아버지의 자취가 관광지로 자리 잡아 있다. 그래서 지금도 도자기를 구울 때마다 청송에 가서 예를 지내고 온다. 작업실에서 불꽃에 대한 참배도 따로 하고 있다. 그러면 확실히 더 좋은 빛깔이 나온다고 느껴지더라.”  

-한때 도자작품이 각광받았던 때가 있었지만 현재 국내 시장은 위축된 상황이다. 도예과도 사라지고 도예작가들도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깝다. 일본은 전통은 전통대로, 현대는 현대대로 계속 전승되며 내려오며 유지되고 있는데… 상업도자기만 봐도 요즘에는 모던하고 현대적인 수입품이 대세더라. 외국 물건에 대한 선망과 선호도 여파가 있을 거다. 또한 도자작품은 아무래도 관리가 어렵고 보관상의 어려움이 있다. 힘들고 번거로운 걸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도자작품은 점점 관심 밖이 돼 가는 것 같다.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선호하는 예술작품도 바뀌는 거라 생각한다.”

-작가활동 중 수필가로 등단해 지금까지도 수필문학가로 활약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도자기 할 때 너무 힘들었다.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았고 당시엔 내 작품이 이상하다며 인정해주지 않던 때였다. 나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심적으로 분란했다. 그러던 중 조경희 한국수필가협회장님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분께서 내게 수필을 써보길 권하셨다. 특히 국내에서 수필의 입지는 미미했고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쓰는 수필이 흔치 않던 때라 나보고 도예에세이를 써보라고 하신 거다. 그래서 내 작업과정을 글로 그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게 내 작업을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고, 글로 쓰면서 동시에 영감을 받기도 하고, 또 내 작품을 알릴 수도 있으니 너무 좋더라. 도예와 수필은 내게는 뗄 수 없는 하나의 작업과도 같다. 지금까지 9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서사시적이야기25x62cm1990년 90'figuration critigue1990 제12회 파리 그란팔레전 출품 전기가마1310 ℃ 산청점토(좌) ▲여러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모자이크 형식으로 배치했다.

-지금까지 18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1981년 대만에서 박사학위 받을 때 가졌던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만 판화가화랑에서 50점 가량 전시했었다. 그 전시로 학위도 받았다. 그리고 귀국 후 대학로 샘터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졌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통도예밖에 모르던 때라 내 전시보고 이상한 도자전이라며 눈길을 끌었다. 반향을 일으키며 작품이 모두 판매돼 버려서 당시 작품 중 남아있는 게 별로 없을 정도다.”

-앞으로의 전시계획은?
“77세가 되는 해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7년간은 작품 준비와 구상에 매진하려고 한다. 전시를 자주자주 할 수가 없다. 작품에 변화를 주고 고민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도예작가로서, 그리고 수필가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내가 수필을 시작했을 때보다도 오늘날 수필이 많이 보급이 되긴 하지만 지금껏 수필이 너무 제한적이고 평가절하 됐던 것 같다. 전문적인 내용의 에세이라는 게 대중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가고 보급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번 한국문인협회 수필가 부이사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 시, 소설 등에 밀리고 있는 수필의 현 상황을 타개하고 에세이의 질적 향상을 위해 힘쓰고 싶다. 그리고 수필을 비롯해 도자 역시 내가 살아있는 순간까지 끝까지 함께 갈 것들이다. 마음 한 편으로는 미술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아직 구체적으로 구상한 바는 없다.”

<심상옥 프로필>
1968년․ ․이화여대 교육학과 졸업
1971년․ 일본 草月조형학교 입학(3월)/ 1977년․ 일본 草月조형학교 2급 수료
1981년․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1984년․ ․부산대학, 계명대, 상명여대 강사 역임
        ․일본 草月조형학교 사범 3급 취득, 동학교 교수 역임

◆전시

1975년․ 심상옥 도예전(제1회, 퇴고시리즈) 부산, 로타리화랑
1976년․ 제2회 도예전(얼) 대만, TTV방송전시실
        제3회 도예전(얼) 말레이시아, 자유일보전시실
1978년․ 심상옥도예전(제4회, 형태시리즈) 중국역사박물관
        심상옥도예전(제5회, 형태시리즈) 중국실천전문대
        심상옥도예전(제6회, 형태시리즈) 중국연합신문전시실
1979년․ 부산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과 입학(도예전공)
        심상옥도예전(제7회) 부산 조선비치호텔전시실
1980년․ 심상옥도예전(제8회, 기(器) 미국텍사스주 sanantonia Express전시실
            심상옥도예전(제9회, 산업으로서의 표현) 부산 코모도호텔
1981년심상옥도예전(제10회, 공간과 공간 사이) 부산호텔화랑
             심상옥도예전(제11회, 형상시리즈) 대만 판화가화랑
1982년 심상옥도예전(제12회, 판화시리즈) 한국도예연구회
1983년 심상옥도예전(제13회, 흐름시리즈) 서울샘터화랑
            우수작가전(한국도예연구회) 울산화랑
            전국우수작가전(한국도예연구회 부산)
1984년  심상옥도예전(제14회, 얼굴시리즈) 파리 리아 그람빌레화랑
             제4회 부산미술제 출품
1985년  제5회 부산미술제 출품
1986년 심상옥도예전(제15회, 기원전시리즈)  파리 리아 그람빌레화랑
            제8회 파리 그랑빠레전 출품
            일본 조일 도예전(아사이신문)
            심상옥도예전(제16회, 기법과 감각) 서울샘터화랑
           도예작가 10인전(부산일보초청) 부산일보전시실
1987년․ 일본 조일도예전(아사이신문)
         제9회 파리 그랑빠레전 출품
1988년․ 비전코리아 초대전 파리 바르메이화랑
․        제8회 부산미술제 출품
        현역작가초대전(88서울올림픽경축)
        부산 문화회관 개관기념 출품
        제10회 파리 그랑빠레전 출품
1989년․ 한국미술협회전 출품 국립현대미술관
        제9회 부산미술제 출품
1990년  중국 이싱도자예술전 초대
        중국 뇌박(惱博)도자예술전 초대
        제12회 파리 그랑빠레전 출품 (레닌그라드,모스크바 순레전)                      
1991년․ 한국미술협회전 참가(제25회)
        제13회 파리 그랑빠레전출품
1992년․ 오늘의 미술전 출품(예술의 전당)
1993년․ 오늘의 한국미술전(예술의 전당) 출품
1994년․ 심상옥도예전(제17회) 부산여화랑  
1999년․ 제33회 한국미술협회전 참여 예술의 전당미술관
2004년․ 한국미술협회전(제38회) 출품 예술의 전당미술관
2006년․ 제40회 한국미술협회전 출품(예술의 전당)
2007년․ 제41회 한국미술협회전 출품 예술의 전당
2008년 제42회 한국미술협회전(예술의 전당) 출품
2009년․ 한국미술협회전(제43회) 출품
2010년․ 한국미술협회전(제44회) 지상전 출품
2014년 심상옥 도예전(제18회) 이브갤러리 초대전

◆논문 및 출판, 문단활동
1981년 석사논문(「조선조 삽화에 나타난 공간미술 연구」)
1982년 한국수필 등단
1983년 중국문화대학 예술박사학위취득(「조선시대 화기에 나타난 공간입체」)
1984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1990년․ ive thous and personalitical of the world, the American Biorgaphicalinstitute,            Lnc. 수록
1993년 제2수필집 󰡔화신󰡕 출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1995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2009년 제5회 도예에세이집 󰡔더 큰 자연을 연주하며󰡕
2010년 제6도예에세이집 󰡔마음의 불을 지피고󰡕 간행
2012년 제7도예에세이집 󰡔공간에 색깔 입히기󰡕 출간
2014년  도예도록 󰡔울림과 색깔의 합주󰡕 간행

◆수상

1978년․ ․작가상(대북시장) 및 맹자어머니작가상(중화민국가정교육협진회) 수상
1988년․ Internation who's who is Education 1987 Thire edition internation Biographical Center Cambrige England 수록

소장처
대만 TTV방송국, 자유일보(말레이시아), 중국역사박물관, 중국실천전문대, 중국연합신문, 미국텍사스주  San Antonio Express, 중국신화사